EA가 1인칭 슈팅(FPS) 장르의 왕좌를 되찾겠다고 다부지게 결심했다.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정조준한 것이다.
EA의 존 리치티엘로 대표이사는 12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FPS 분야에서 선두를 되찾을 때까지 우리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FPS 장르 1위 탈환을 EA의 새로운 지상목표로 내건 셈이다.
■ 500만 장 돌파한 ‘배드 컴퍼니 2’의 선전
FPS 왕좌 탈환에 나서는 EA의 원-투 펀치는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와 새롭게 돌아오는 <메달 오브 아너> 2개의 브랜드다. 존 리치티엘로 대표는 “2개의 게임이 기술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3월 초 출시된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 2>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출시 2주 만에 판매량 200만 장을 넘어서더니, 어느새 500만 장을 돌파했다. 덕분에 EA의 2010 회계년도 4분기(올해 1월~3월) 매출도 예상치보다 많은 9억7,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한 수치다.
<배드 컴퍼니 2>의 흥행 성공은 EA에게 자신감을 안겨 주었다.
■ 2개의 엔진으로 부활하는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 재부팅’을 선언하고 돌아오는 <메달 오브 아너>는 EA의 FPS 유망주다. 배경은 현대 아프가니스탄으로 설정됐고, 전반적인 콘셉도 성인용 리얼리즘 FPS로 정해졌다.
EA는 최신 FPS 흥행 공식에 맞춰 <메달 오브 아너>의 ‘잘 짜여진 싱글플레이’와 ‘완성도 높은 멀티플레이’를 모두, 확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개발진과 엔진까지 따로 투입했을 정도. <메달 오브 아너>의 싱글플레이는 EA LA 스튜디오에서 언리얼 엔진 3로 개발 중이고, 멀티플레이는 DICE에서 프로스트바이트(Frostbite) 엔진으로 개발하고 있다.
무대를 현대로 옮기고 새출발하는 <메달 오브 아너>.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은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 2>에 사용된 DICE의 자체 게임엔진이다. EA의 존 리치티엘로 대표가 <배드 컴퍼니 2>와 <메달 오브 아너>가 기술을 공유한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 엔진 때문이다. <메달 오브 아너>는 오는 10월 PC, Xbox360, PS3 버전이 발매된다.
■ EA와 액티비전의 ‘FPS 전쟁’ 막이 오르다
EA의 FPS 왕좌 탈환 선전포고는 액티비전을 겨냥한 것이다. 괴물급 흥행 시리즈 <콜 오브 듀티>를 넘어서야 진정한 FPS 1위를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콜 오브 듀티>의 핵심인 <모던 워페어>의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와 액티비전이 갈등과 진통을 겪고 있다. 경쟁자인 EA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자 절호의 기회. EA는 인피니티 워드의 회장과 대표이사가 회사를 나와서 설립한 신생 개발사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와 독점 퍼블리싱 계약까지 맺었다.
액티비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헤일로> 시리즈의 번지와 10년짜리 계약을 맺은 것. 이에 따라 액티비전은 앞으로 나올 번지의 새로운 FPS를 독점 유통하게 됐다. <콜 오브 듀티> 신작도 올해와 내년에 나오는 것으로 확정된 상황. FPS 왕좌 수성에 나선 액티비전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EA는 왕년에 <메달 오브 아너>와 <배틀필드>로 FPS 장르의 선두에 서 있었지만, <콜 오브 듀티>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래도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 <모던 워페어 3>가 언제, 어떻게 나올 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도 영원한 1위를 장담할 수는 없는 처지다.
명예와 실리 회복에 나선 EA,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액티비전. 바야흐로 차세대 FPS 전쟁의 막이 올랐다.
올 가을 <메달 오브 아너>와 한판 붙게 될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