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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KeSPA만 믿다가…” 난감해진 게임방송사

협상 실패로 궁지에 몰린 KeSPA와 게임 방송사들

이재진(다크지니) 2010-05-27 16:13:12

블리자드가 곰TV와 e스포츠 독점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3년 동안 곰TV는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2>를 포함한 블리자드 전제품의 e스포츠 개최권과 방송권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이후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와 온게임넷, MBC게임이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열려면 곰TV로부터 서브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블리자드는 현재 진행 중인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시즌이 끝나는 8월까지는 기존 리그를 배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이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로 성장해 온 게임 방송사 두 곳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방송사들은 블리자드와의 협상을 KeSPA 사무국에 전적으로 맡겼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 1편과 2편의 e스포츠를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 블리자드와 협상금지? KeSPA, 게임 방송사 압박

 

곰TV와 e스포츠 독점계약을 맺은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KeSPA와 협상을 중단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동안의 부정적인 소문에 대한 입장도 제기했다.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공개 편지에서 “KeSPA 사무국이 프로게임단, 프로게이머 및 각 게임단 관계자들에게 블리자드와 접촉하거나 블리자드가 진행하는 대회에 참여할 경우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주장했다.

 

디스이즈게임의 취재 결과, 과거 KeSPA 사무국이 게임 방송사에 압력을 가해 블리자드와 진행하던 협상을 중단하도록 만든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중단시킨 표면적인 이유는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자’는 것이었다.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KeSPA의 이사사이기도 한 게임 방송사들은 KeSPA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KeSPA 사무국과 블리자드의 협상은 ‘파국’으로 끝났다. 블리자드의 협상 중단 선언에 KeSPA는 비밀유지협약(NDA)을 깨고 협상 조건을 폭로했다. 이후 블리자드는 새로운 e스포츠 파트너를 찾아 나섰고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의 출시일이 다가오자 기존에 제휴를 맺고 있던 곰TV를 선택했다.

 

블리자드와 곰TV의 독점계약 소식에 게임 방송사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협상을 KeSPA 사무국에 맡겨 놨다가 경쟁사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속상한 기분도 들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앞서기 때문이다.

 

이미 곰TV는 다양한 <스타크래프트 2>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 주도권 뺏긴 게임 방송사, 흔들리는 KeSPA호

 

한 e스포츠 관계자는 “블리자드와 좋은 분위기 속에 논의하던 게임 방송사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KeSPA가 논의를 중단시키고 창구를 단일화하면서 협상 라인이 모두 끊어졌다. 결과적으로 KeSPA는 협상에 실패했고, KeSPA를 믿었던 게임 방송사들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상황을 바라봤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와 파생 프로그램은 게임 방송사의 주력 콘텐츠다. 향후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방송사의 근간이 흔들릴 만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블리자드와 곰TV는 다른 방송사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의 배인식 대표는 “게임 방송사와 서브 라이선스를 잘 풀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까지 밝혔다.

 

나아가 블리자드는 KeSPA에 속한 방송사와 선수들과는 계속 이야기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즉 KeSPA 사무국과 결별한 것일 뿐, 구성원들과는 협상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블리자드 한정원 북아시아 대표는 “중요한 것은 KeSPA 사무국이 아니라 e스포츠와 방송사, 선수들이다. 우리가 말하는 KeSPA라는 표현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팀의 모임이고, 그들과 향후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말했다.

 

문제는 블리자드가 KeSPA 사무국과는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즉, 게임 방송사나 게임단에서 블리자드-곰TV와 협상하려면 더 이상 KeSPA 사무국을 단일 창구로 쓸 수 없다.

 

‘한 배’를 탔던 KeSPA 사무국과 게임 방송사, 프로게임단이 각각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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