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의 오랜 여망이었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의무 공개. 2022년 국회는 이 내용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부분은 추후 '재논의'하기로 결정되었으며, 사실상 계류된 상태로 남게 됐다. 남은 국회 일정상 해당 법안이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법안이 처리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2023년 상반기다.
20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문체위 법안소위)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 일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2021년 1월부터 총 5건의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이 제출되었으며, 대체로 기존 법에 없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정의를 신설하고, 유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개의 법안은 ▲ 하태경 의원안 (이상 국민의힘) ▲ 이상헌 의원안 ▲ 유동수 의원안 ▲ 전용기 의원안 ▲ 유정주 의원안 (이상 더불어민주당)이다.
20일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 회의자료 발췌
여당 소속이지만 문체위에는 소속되지 않은 하태경 의원은 방송계의 시청자위원회와 유사한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두고, 이 위원회에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조사 및 시정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평소 게임 현안에 여러 목소리를 냈던 이상헌 의원안에는 게임사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표시 의무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유동수 의원은 법안을 통해 '컴플리트 가챠' 형식의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스이즈게임 취재를 종합한 결과, 20일 열린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소속 위원 9명 중 8명이 다섯 법안의 병합 심사를 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법안소위의 간사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시갑)이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조항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된다.
현장에 배석했던 보좌진의 전언에 의하면, 김윤덕 의원은 법안의 병합 직전 반대 의사를 표했다. 김 의원은 '밤을 새워서라도 파악해야 할 분명한 쟁점이 있다.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 행정부와 따져볼 사항이 있다. 쟁점이 끝나지 않았으니 자료를 더 받아서 판단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말을 꺼내며 해당 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또 '국내 게임 산업 역차별' 등을 우려하면서 신중론을 폈다.
의견이 갈리자 법안소위 이용호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같은 당 이상헌 의원, 유정주 의원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김 의원을 찾아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결국 김윤덕 의원이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다섯 법안은 '재논의'가 결정됐다. 국회는 법안소위에서 만장일치로 법안을 심사하는 관행을 가지고 있으므로, 확률형 아이템의 법제화는 결국 계류된 셈이다.
취재에 따르면, 여당의 김승수, 황보승희 의원도 회의 중 '이용자 권익 보호가 필요하다'며 법안 심사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날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법안을 반대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출처: 김윤덕 의원실)
# 간사의 반대에 계류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골든 타임은?
간사인 김윤덕 의원이 신중론을 펴면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의무 공개에 대한 법안 심사는 2023년으로 미루어졌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공히 그 필요성을 인정한 사안이기에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였던 지난 1월 12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를 의무화하겠다"라며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와 유사한 이용자위원회를 만들어 게이머들이 게임사를 직접 감시하도록 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구상은 하태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구체화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 시절 본인의 페이스북에 "소비자 기망, 확률정보 공개의 일방적 결정과 검증절차 미비, 다중 뽑기의 사행성 조장 등으로 갈수록 이용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게임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확률형 게임 아이템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는 2024년 4월 임기를 종료하며, 이때까지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22대 국회 구성을 위한 공천, 선거운동 등의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게임법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은 2023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개각을 검토하고 있고, 그중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교체가 거론되고 있어 시간은 더 촉박하다.
김윤덕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던 류호정 의원은 "쟁점인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가 통과되지 않았다. 게이머 여러분이 2년 이상 기다려온 만큼, 오늘 게임법을 통과시키고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즐기고 싶었는데 좋은 소식 전달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이야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다음번 법안소위 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을) 최우선 재논의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또 "합의 막바지에 법안 통과가 지연되어 너무 아쉽고 허망하다. 심지어 같은 당에서 반대가 있다니 더 당혹스러운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5개의 법안 중 4개가 민주당 의원의 것인데, 정작 민주당 간사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라며 "참 황당한 일"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