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 탄생 10주년을 맞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키넥트(Kinect)’로 승부수를 던졌다. 체감형 조작 방식으로 대중화에 성공한 닌텐도 Wii를 따라잡기 위해 작정하고 준비한 것이다.
14일(미국 현지시각) LA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MS가 공개한 키넥트 게임들은 모두 Wii용 타이틀을 능가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아무런 설명 없이 시연으로만 공개했던 13일의 키넥트 최초공개 행사의 기대감은 미디어 브리핑의 자세한 소개로 더욱 커졌다.
<Wii 스포츠>는 <키넥트 스포츠>, <Wii Fit>는<유어 쉐이프>(Your Shape) 등 아예 대놓고 겨냥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MS는 Wii를 상대로 맞불을 펼쳤다. 이런 MS의 전략은 차세대 모션 컨트롤인 키넥트의 뛰어난 성능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인다.
키넥트는 컨트롤러에 의지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조작이라는 점, 음성 인식과 고화질 영상, 그리고 Xbox 라이브를 지원해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Wii의 모션 컨트롤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다. 미디어 브리핑 현장 곳곳에서 이러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LA(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툴로 활용되는 키넥트
MS가 Wii와 차별화를 내세운 키넥트의 활용법은 바로 커뮤니티 기능이다.
전 세계 2,500만 명이 이용하는 Xbox 라이브에는 많은 유저들이 서로 친구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관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Xbox360과 연동되면서 더욱 강력해졌고, 그 기반 위에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더해지고 있다.
MS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키넥트로 소통의 장벽이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키넥트가 단순히 게임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란 뜻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MS는 ‘비디오 키넥트’라는 화상채팅 서비스를 시연해 보였다. 기존의 Xbox LIVE가 제공하던 보이스챗과 파티챗을 뛰어 넘는, 영상소통 기능이다.
Xbox360 키넥트 유저와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유저가 함께 화상채팅을 즐길 수 있다.
친구와 비디오 키넥트를 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뉴스, 스포츠, TV, 음악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MS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ESPN과 독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Xbox 라이브 유저들은 3,500개가 넘는 ESPN의 생중계와 기존 경기 영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Xbox 라이브 골드 회원이면 누구나 공짜로 ESPN의 콘텐츠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다.
만일 단순한 시청만 가능했다면 미디어 브리핑 현장의 반응이 그토록 뜨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키넥트를 이용한 음성 컨트롤과 유저 참여, 커뮤니티까지 연동돼 있어 마치 친구들과 함께 스포츠 중계를 보는 착각에 빠지게 환경을 꾸며 놓았다.
예를 들어 ESPN을 시청하면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선택하면 그 팀의 시점으로 화면이 전환된다. 경기를 보는 중에 실시간 설문조사 참여할 수도 있고, 자신의 스포츠 지식을 시험해 보는 스포츠 상식퀴즈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조작은 키넥트의 음성 인식으로 제어된다는 점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함성을 내지르게 만든 이유였다.
“No Headset, No Controler”의 커뮤니티가 키넥트의 첫 번째 무기이다.
ESPN의 스포츠센터 진행자들이 무대에 올라 Xbox360과의 연동에 대해 소개했다.
키넥트로 접속한 메인 화면. 자신이 자주 쓰는 메뉴로 구성해 놓을 수 있다.
또, 음성으로 간단하게 명령을 내릴 수도 있는데,
“Xbox Pause”라고 말하면 재생 중이던 콘텐츠가 일시정지된다.
다시 “Xbox Play”라고 말하면 콘텐츠가 재생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빠져나올 때는? “Xbox Stop”이라고 말하면 메뉴로 나오게 된다.
■ 고성능·고화질·고효율 <키넥트 스포츠>와 <유어 쉐이프>
<키넥트 스포츠>와 <유어 쉐이프>는 한마디로 고성능이다.
키넥트는 Wii와의 또 다른 차별화를 위해 고성능 하드웨어를 적극 활용, HD 화면에서 온몸을 움직일 수 있는 높은 효율성을 내세웠다.
<Wii 스포츠>를 즐기려면 유저들은 팔과 손가락만 움직여도 충분했다. 반면 <키넥트 스포츠>에서는 유저들은 온몸을 움직여야 한다. 미디어 브리핑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키넥트는 유저가 뛰고, 달리고, 움직이는 모든 것을 구현했다. 그리고 실제 운동과 똑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게임과 현실과의 격차를 한 단계 줄이는 기기로 평가를 받고 있다.
<키넥트 스포츠>는 온몸을 움직여서 게임을 즐기게 만든다.
유비소프트의 키넥트 독점 타이틀 <유어 쉐이프>는 <Wii Fit>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좀 더 살펴보면 그야말로 ‘쾌적하고, 우월하다’는 말이 나온다.
처음에 유저가 <유어 쉐이프>를 실행하면 키넥트의 카메라가 유저의 전신을 스캔한다. 이때 몸의 밸런스를 확인한 다음, 신장, 팔 길이, 힙 라인 등의 평균 치수를 데이터에 저장한다. 이후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면서 자신의 몸이 변화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어 쉐이프>가 유저를 스캔하는 모습.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어 쉐이프>는 다이어트에 필요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 움직임 하나 하나에 따라 소모되는 칼로리를 화면에 표시해 준다. 또 격파, 요가, 기 체조 등 폭넓은 종류의 운동을 제공해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화면 속의 가상 트레이너를 따라서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키넥트는 신체의 48개 포인트를 초당 30 프레임으로 감지(스캔)한다.
덕분에 위의 화면처럼 유저(오른쪽)가 제대로 자세를 잡았는지 확실하게 판정할 수 있다.
<유어 쉐이프>의 무대 시연을 지켜보던 현장의 여성 미디어 관계자들의 반응은 남달랐다.
게임잡지 게임프로의 타티나 맥클레나 기자는 “몸 전체를 이용해 몸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특히 전신 스캔을 통해 몸 전체의 밸런스가 잡혀 나가는 모습은 <Wii Fit>에서는 경험하지 못 했다. 마치 실제 강사가 나를 가르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가볍게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 OK 사인을 보낼 수 있다.
여심을 읽었을까. 가상의 훈남 트레이너가 차근차근 운동을 도와 준다.
■ Wii의 자리를 넘보는 Xbox360
MS의 E3 2010 미디어 브리핑이 끝난 뒤, 참석한 각국 기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대부분 “Wii의 유일한 장점이 키넥트의 등장으로 사라졌다”는 데 동의하고 있었다.
키넥트는 온몸을 이용한 모션 컨트롤과 고성능, 커뮤니티, 웰빙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까지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게다가 모든 기능이 키넥트 장비 하나만으로 해결된다. 물론 타이틀의 구매는 별도지만, 이는 당연한 일. 키넥트의 등장으로 Xbox360이 Wii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단서가 붙었다. 내일(15일) 있을 닌텐도와 소니의 컨퍼런스에서 어떤 내용이 발표되는가 하는 것이다. 일단 Xbox360은 ‘괜찮아 보이는’ 도전장을 던졌다. 키넥트와 색상을 맞춘 신형 Xbox360도 발표하면서 한껏 힘을 실었다.
E3 2010이 개최되기 전, 미국 매체인 퍼레이드의 AJ 제이콥스 기자는 “Wii를 라이트형제가 만든 비행기에 비유한다면, Xbox360의 나탈(키넥트)은 제트엔진을 발명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이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MS 미디어 브리핑 현장의 분위기였다.
키넥트는 오는 11월 4일 북미에서 출시된다.
<유어 쉐이프>를 포함해 15 가지 타이틀이 키넥트와 함께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