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게임에 존재하는 '자동사냥' 기능이 경우에 따라선 사행행위 요건 중 하나인 '우연적 방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은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 <파이브스타즈>에 게임물분류위원회가 내린 등급분류 취소처분이 합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이 내려진 판단의 근거는 최근 공개된 판결문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기존에 알려진 P2E 게임에서 제공되는 가상자산의 경품 인정여부 외에도 <파이브스타즈>에 존재하는 '24시간 자동모험'(이하 자동모험) 콘텐츠가 '우연적 방법'에 해당되는 지에 대한 여부도 쟁점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 자동사냥은 '우연적 방법'에 해당할 수 있다
재판에서 법원은 P2E 게임에서 지급되는 가상자산이 경품에 해당한다고 봤다.
실재로 법원은 "P2E 게임의 유통이 금지되는 주된 이유는 게임 이용의 결과로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이 지급되는 경우, 이러한 가상자산이 게임산업법 제28조 3호에서 금지하는 경품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는 게임의 내용 자체를 불문하고 가상자산이 지급하는 그 자체로 이용자들의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카이피플 측은 무상으로 얻은 아이템만 NFT화가 가능하며, NFT화되었다 하더라도 결국 게임아이템으로 환원될 수밖에 없으므로 경품이라 할 수 없고, 가사(假使) 경품을 제공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사행성을 조장하는지 여부는 이와 별도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이하 사특법) 제2조 1항에 따르고 있다. 사행행위를 "여러 사람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偶然的) 방법으로 득실(得失)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해당 주장에 대해서도 우연적 방법으로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한 것이기에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이 사건 게임의 NFT 아이템은 재산상 가치가 인정되며, 자동모험 콘텐츠의 경우 단순히 스테이지를 선택하여 실행하는 것 외에 이용자의 개입을 전혀 요하지 않으므로, 우연적 방법에 기한 결과 취득임을 부정할 수 없음"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기존 자동사냥이 있는 게임과도 구별하고 있다. 타 게임은 자동사냥을 하더라도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 플레이가 가능한 시간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거나, 별도의 접속권을 구매해야 한다. 하루에 8시간, 4시간만 접속 가능한 식이다.
또한, 무접속 플레이 중 캐릭터는 물약을 자동으로 사용하지만 PK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별도의 조작을 통해 다시 사냥터에 이동해야 한다. 자동사냥을 위해 물약과 같은 아이템을 충분히 준비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즉 사용자의 개입이 최소한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파이브스타즈>의 자동모험은 일반적인 자동사냥 콘텐츠와 달랐기 때문에 우연성 요건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지 선택만 하면 최대 24시간 동안 게임을 켜지 않아도 캐릭터가 사망하거나 하는 변수 없이 자동 사냥이 계속된다.
별도로 캐릭터를 성장시키거나, 조합을 꾸리거나 할 필요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 역시 최대 24시간 동안 가능하기에 하루 게임에 한 번 접속해서 보상을 수령하기만 하면 되며, 이 자동모험 콘텐츠는 NFT가 포함된 아이템을 제공한다.
(출처: 파이브스타즈 공식 카페)
# NFT 아이템 거래와 일반 아이템 거래는 다르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NFT가 포함된 아이템의 거래와 일반 아이템의 거래도 다르다고 보았다.
스카이피플은 다른 게임에도 유료 게임머니 등을 통해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소가 존재하며, 이용자 간의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중개 사이트'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여타 게임과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다른 게임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이루어지니 <파이브스타즈> 외부에서 아이템이 NFT화되어 현금을 통한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직접 거래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게임보다 사행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없기에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다른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이템에 대한 이용 권리'에 불과하지만, <파이브스타즈>에서 제공하는 것은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기술인 NFT가 포함된 아이템이기에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게임 아이템의 현금 거래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약관을 통해 제재 대상임이 명시되어 있다. 이 부분 역시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파이브스타즈 NFT가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