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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죄책감을 악용한 스타 승부조작의 ‘함정’

승부조작 3차 공판, 프로게이머 진모 씨의 진술

안정빈(한낮) 2010-07-07 21:21:00
e스포츠 승부조작의 함정은 ‘죄책감’과 ‘안이함’이었다. 브로커들은 져도 괜찮은 경기에서 프로게이머를 승부조작에 빠트린 후 너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죄책감을 심어 주는 방식으로 또 다른 승부조작을 요구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22부는 7일 <스타크래프트>의 승부조작과 관련된 3차 공판을 열었다. 3차 공판에서는 “도박을 한 혐의는 인정하되 승부조작을 주도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축구선수 정모 씨에 관한 심리가 열렸다. 증인으로는 프로게이머 진모 씨가 참석했다.

 

 

■ 배틀넷을 통해 승부조작 제의 받아

 

진모 씨는 2009 12월 초 프로게이머 마모 씨를 통해 처음으로 승부조작 제의를 받았다. 배틀넷에서 진모 씨와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마모 씨는 게임 도중 아는 형(축구선수 정모 씨)에게 승부조작을 의뢰 받았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후 마모 씨는 자신은 승부조작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진모 씨에게도 출전하는 경기가 있는 지 물었다.

 

진모 씨가 탈락이 확정된 경기가 있다고 말하자 마모 씨는 그 경기에서 패하면 대가로 300만 원을 주겠다며 진모 씨를 유혹했다. 진모 씨는 약속한 경기에서 중반 이후 일부러 유닛 컨트롤 실수를 내는 방법으로 패했고, 마모 씨는 진모 씨에게 300만 원을 전달했다.

 

두 번째 승부조작 경기는 진모 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됐다. 2009년 12 30일 프로리그를 앞둔 진모 씨는 마모 씨로부터 “상대방이 2팩토리 후 벌처를 운영할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진모 씨는 무난한 전략인 만큼 빌드를 알아도 내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답했으며, 실제 경기에서도 상대방의 전략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에서 밀리며 패했다.

 

경기가 끝난 후 마모 씨는 진모 씨에게 네가 지는 바람에 아는 형이 2천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말하며번째 승부조작을 제안했고, 자신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말에 죄책감을 느낀 진모 씨는 다음날 경기에서 일부러 패했다. 마모 씨는 경기가 끝난 후 진모 씨에게 패배의 대가로 또 다시 300만 원을 전달했다.

 

네 번째 승부조작 역시 진모 씨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진행됐다. 2010 1 19일 박모 씨와 대결을 앞둔 진모 씨는 마모 씨로부터 상대방이 알아서 져 줄 거다라는 문자를 받았고, 실제로 경기에서 승리했다.

 

결국 프로게이머 진모 씨는 번의 승부조작 중에 두 번은 직접 가담했고, 두 번은 본인의 의사가 상관 없이 승부조작이 이루어졌다.

 

 

 

죄책감과 안이함을 이용한 승부조작의 함정

 

진모 씨가 ‘승부조작에 발을 들이게 된 과정’은 지난 2차 공판에서 진술한 프로게이머 박모 씨 두 명과 일치한다.

 

프로게이머 박모 씨(1)와 박모 씨(2)는 승패에 민감하지 않은 비공식 경기부터 승부조작을 시작했다. 두 박모 씨는 2차 공판에서 경기에 지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오늘 증인으로 나온 진모 씨도 탈락이 확정된 경기부터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다.

 

일단 승부조작을 시작하고 나면 이후에는 죄책감이 끼어든다. 박모 씨(1)승부조작의 결과가 좋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 보상해야 한다는 브로커의 말을 듣고 정규 리그에서도 승부를 조작했다. 진모 씨 역시 “나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에 미안해서 다음날 경기를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심어 줘서 자신의 편으로 이용하는 것은 각종 범죄와 협박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법이다. 브로커가 의도적으로 위험부담이 적은 경기에서 프로게이머를 꼬드겨 죄책감을 빌미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축구선수 정모 씨 직접 조작을 주도하지는 않았다

 

3차 공판에서는 정모 씨와 마모 씨의 ‘승부조작 주도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정모 씨의 변호인은 “정모 씨가 진모 씨와 관련된 승부조작을 직접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정모 씨가 일반인인 만큼 프로게이머의 리플레이 파일이나 전략을 쉽게 알아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로게이머 진모 씨를 승부조작에 끌어들인 책임을 마모 씨에게 떠넘겼다.

 

다음 4차 공판에서는 마모 씨와 정모 씨가 함께 심리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는 누가 승부조작을 주도했는 지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갈 예정이다. 4차 공판에서는 또 다른 브로커 박모 씨와 프로게이머 원모 씨에 대한 추가 심리도 진행된다.

 

한편, 당초 7월 14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4차 공판은 정모 씨의 일정관계로 변경됐다.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