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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비상장 게임사 절반이 적자... 무엇이 이들의 희비를 갈랐나?

'니케'와 '던파 모바일'의 흥행은 눈에 띄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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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4-25 12:28:09

작년 한 해가 게임 업계에 쉽지 않은 해였음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최근 한 달 사이 공개된 2022년 감사보고서 및 사업보고서를 통해 비상장 게임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손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45개 비상장 게임사 중 절반 이상인 23곳이 적자였다. 이 중에서도 2021년보다 더 큰 영업손실을 본 회사가 14곳이었다. 

 

반면, <승리의 여신: 니케>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흥행작을 필두로 불황을 뚫고 높은 매출을 기록한 회사들도 있었다. 무엇이 이들의 희비를 갈랐을까? 

 



# 적자의 끝은 구조조정, 서비스 종료...

  

억 단위로 반올림, 단위 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 연결감사보고서 등을 참고.

  

2022년 적자를 본 23개 회사 중 게임펍을 비롯한 6개 게임사는 2021년에는 흑자였으나 작년에 적자로 전환된 곳들이다. 특히 해긴과 위메이드커넥트는 매출액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영업 비용이 증가해 손실이 발생했다. 작년에 해긴은 야구 게임 <슈퍼 베이스볼 리그>를, 위메이드커넥트는 방치형 RPG <스피릿 세이버>를 출시해 구글플레이 스토어 다운로드 수 10만 회, 1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두 신작이 영업손실을 방어해주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보다 손실이 더 큰 회사들도 있었다. 원더피플, 엑스엘게임즈, 네시삼십삼분, 플린트 등은 매출보다 큰 적자를 기록했다. 원더피플은 작년 12월 말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폐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네시삼십삼분 또한 2023년 3월 전체 157명 중 30명이 넘는 직원을 구조조정했고, "부진했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과 비즈니스 체질을 블록체인과 웹3로 전환한다"고 전했다.

 

플린트의 작년 매출은 13억 원이었으나 영업손실은 이보다 훨씬 큰 125억 원이었다. 2021년 3월 플린트는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직원 연봉을 1,000만 원 일괄 인상했고, 이후 2023년 출시를 목표로 <별이 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에 대한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개발 비용 및 제반 비용이 늘어서 적자가 확대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영업비용은 27억 원 증가했고, 적자확대 폭은 34억 원이었다. 급여가 39%, 복리후생비가 74% 등 전체적인 세부 영업비용이 증가했다.

 

엔픽셀은 45개 게임사 중 가장 큰 손실을 본 회사였다. 2021년에도 336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작년 435억 원의 영업손실로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2021년 1월 출시한 <그랑사가>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후속작 개발이 장기화되면서 경영 효율화가 불가피했다. 결국 엔픽셀은 작년 12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라인게임즈는 매출액이 크게 늘었음에도 영업손익은 여전히 적자에 머물렀다. 라인게임즈는 작년 8월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출시했고, 호평과 혹평을 함께 받으며 구글플레이 스토어 다운로드 수 10만 회를 기록했다. 2019년 11월 출시한 <엑소스 히어로즈>는 "안정적인 서비스 지속 제공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2023년 5월 11일까지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최근 본사 직원 200명 중 10%에 해당하는 인원과 자회사 제로게임즈의 직원 일부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사들의 이런 실적 부진이 코로나 특수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큰 영업 비용 및 지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매출은 늘지 않거나 줄었는데 비용만 그대로라는 것이다. 비상장 게임사가 아닌 대형 게임사들도 겪고 있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한몫을 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처럼 최근 영업이익이 컸던 상장사들도 모두 인건비 등 제반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는 예외 없는 현상이다. 매출을 끌어올릴 인기 신작의 부재도 많이 언급되곤 했다.

 

라인게임즈의 <엑소스 히어로즈>는 2023년 3월 29일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렸다.

 

# 그래도 앞으로 반등의 기회는 있다


라인게임즈는 오는 27일 <언디셈버>의 대규모 서비스 개편 및 콘텐츠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이라 예고했고, 신작 준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TPS 루트슈터 장르의 PC 온라인 게임 신작 <퀀텀나이츠>를 게임스컴 2022에서 공개했다. <퀀텀나이츠>는 총기에 마법을 부여해 마법을 발사하는 듯한 느낌을 담은 것이 특징인 게임이다.


플린트 또한 <별이 되어라!>의 후속작 <별이 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스타 2022에서 플린트 김영모 대표는 "<별이 되어라!> 유저들이나 신규 유저들에게 실망이 되지 않는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개발자들이 진심을 다해 만들고 있다. 전작에서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아내고, 미숙했던 서비스를 개선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긴은 지난 4월 13일 수집형 모바일 RPG <데미안 전기>를 출시했다. <붕괴: 스타레일>과 같은 대형 작품이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곧 인기 순위 등에서 밀릴 것이라는 예견도 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서브컬처 시장에 던진 출사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플린트의 <별이 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

 

해긴의 수집형 RPG <데미안 전기>

 

네시삼십삼분은 자회사 디랩스를 중심으로 NFT 블록체인 웹3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넥슨 CEO를 지냈던 권준모 디랩스 설립자는 "게임계에 찾아올 다음 기회는 블록체인이다. 이전 웨이브에 비해 열 배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년 동안 게임계에 있었던 많은 변화를 모두 겪었고, 블록체인이 다음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3월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로 리니지 3형제와 <오딘>의 매출 순위를 흔들어 놓았다. <리니지2M>과의 유사성 문제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인기를 구가하며 구글플레이 스토어(4월 23일 기준) 게임 매출 2위를 지키고 있다. 손실이 컸던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아키에이지 워>를 중심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엑스엘게임즈의 MMORPG <아키에이지 워>. 작년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 <니케>는 승리의 여신이었고 <던파>는 모바일에서도 강했다

  

45개 비상장 게임사 중 22곳은 영업이익 흑자를 봤다. 작년 한 해가 힘든 시기였다고 하지만 매출을 증대한 회사들도, 흑자전환에 성공한 회사도 있었다. 

 

억 단위로 반올림, 단위 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 연결감사보고서 등을 참고.

 

시프트업은 조사한 비상장 게임사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한 회사였다. 지난 11월 출시한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의 흥행으로 매출은 280% 증가한 653억 원, 영업이익은 222억 원을 기록했다. 출시 일주일 만에 국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했고, 일본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도 1위를 했다. 2022년의 큰 특징 중 하나였던 서브컬처 게임 강세 흐름에 시프트업은 <니케>라는 적시타를 날렸고 3년 연속 적자를 극복했다. 

 

반면, 111퍼센트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4억 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35억 원 감소해, 매출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된다. 2019년 출시해 구글플레이 스토어 1,0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랜덤 다이스: 디펜스>와 2021년 출시해 1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랜덤 다이스: 워즈> 등의 매출이 잠시 주춤했던 것으로 보인다. 111퍼센트는 지난 2월엔 <랜덤 다이스: GO>를, 지난 14일엔 <랜덤 다이스: 롤롤>을 내면서 신작 출시에 힘을 주고 있다.

 

<니케>는 이름처럼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이 되어줬다.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곳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엔터테인먼트, RPG)와 네오플 등이 있었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작년 2월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MMORPG <로스트아크>의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고, 스팀에서 이례적인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 먼저 게임성을 인정받은 <로스트아크>는 서구권에서도 많은 유저들을 사로잡으며 스마일게이트RPG의 작년 매출액을 전년 대비 50% 늘어나게 했다.

 

네오플은 작년 3월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의 흥행과, 기존 <던파>의 꾸준한 인기로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던파 모바일>은 자동사냥보다는 직접 플레이를 강조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던파> IP가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던파 모바일>은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총괄한 윤명진 디렉터는 작년 11월 네오플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네오플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