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넷이즈가 블리자드에 4,350만 달러(약 579억 원) 규모 소송을 제기했다는 중국 매체 보도가 나왔다.
넷이즈는 원래 블리자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10년 넘게 중국 내 블리자드 게임을 퍼블리싱해왔다. 하지만 지난 1월 계약 연장이 불발되면서 14년 협업은 종료됐다. 두 기업은 서로에게 계약 연장 불발 책임을 돌리며 갈등을 드러냈다.
4월 24일 중국 매체 시나테크(신랑커지·新浪科技)에 따르면 이번에 넷이즈는 블리자드가 계약에 명시된 고객 대상 환불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월 17일 블리자드 차이나는 계약 종료를 공지하며 "넷이즈가 기존 게임 서비스 계약을 연장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넷이즈 서비스 중단 공지에 따라 (현지 시각) 1월 23일 전국 서버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넷이즈는 비슷한 시점에 "(블리자드의 제안이) 자의적이고 부적절하며 사업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 6개월 연장 제안은 당사가 블리자드 게임 운영팀을 해체한 후에 이뤄진 만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도에 따르면 소송의 핵심 쟁점은 블리자드의 환불 책임 불이행이다. 블리자드 게임에 충전해 둔 재화 환불을 원하는 유저가 112만 명에 달했으나, 블리자드가 계약 내용을 어기고 환불을 진행하지 않아 넷이즈가 비용을 대신 부담해야만 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미출시 신작에 대한 퍼블리싱 계약금을 블리자드가 반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넷이즈는 블리자드가 개발 중인 신작에 대해 미리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거액의 착수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계약이 끝나도록 게임은 출시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블리자드는 넷이즈에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
한편 외신 PC 게이머는 시나테크 보도 내용의 진위를 블리자드에 문의했다. 이에 블리자드는 “넷이즈로부터 아직 소송당하거나 소장을 받지 않았다”며 “계약상 (환불 등) 게임 운영에 관한 책임은 넷이즈 측에 있다는 사실이 그간 정확하게 보도되어 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이즈는 계약 불발 이후 블리자드에 대한 반감을 다양하게 드러내 왔다. 18일에는 사내 카페에서 블리자드(폭설)와 중국식 멸칭인 '녹차표'를 합쳐 만든 신메뉴 '폭설 녹차' 등을 판매했고, 1월 19일에는 블리자드가 넷이즈에 기념으로 설치한 거대 도끼 조각상을 철거하는 모습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바 있다.
한편 두 기업의 협상이 불발된 당초의 원인이 단순히 '통역 오류'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뉴욕타임스(NYT)는 두 기업 간 원격 회의 중 빚어진 오해가 계약 결렬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월 바비 코틱 등 액티비전 블리자드 임원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윌리엄 딩 넷이즈 CEO와 계약 연장 협상을 진행했다. 이때 넷이즈는 기존 '파트너십' 계약에서 더 나아간 '라이선스' 계약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는 각국 규제 기관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승인 여부 검토를 시작하려던 시점이다. 이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측은 인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라이선싱에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
딩 CEO 측은 '라이선싱이 향후 중국 정부의 인수 승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설득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 말은 통역 과정에서 "라이선스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중국 정부의 인수 승인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문장으로 전달되었고,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결국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라이선싱 제안을 부분적으로 수용, 5억 달러(약 6,680억 원)가량 착수금 지불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넷이즈가 해당 조건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거절하면서 지금의 결과에 이르렀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