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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전 드래곤 에이지 작가, 게임계는 '글쓰기'에 대한 취급이 너무 박하다

좋은 글을 얻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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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준(비홀더) 2023-05-08 15:33:17

 "게임에서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 있으면 좋지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1992년 이드 소프트웨어의 전설적인 존재 존 카맥은 게임에서 스토리에 대한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이는 게임의 본질은 플레이의 재미가 스토리보다 우선이라는 맥락을 당시 개발진에게 설명할 때 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 밈으로 남은 저 발언은 게임에 있어서 스토리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의미로 쓰였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게임에 있어서 사람들은 스토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오늘날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있어서 내러티브라는 요소는 게임에 있어서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 원로 각본가가 입을 열었다.


지난 3일,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의 수석 작가였던 데이비드 게이더는 자신의 트위터에 게임 업계가 글쓰기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글쓰기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평가’를 당하는 분야이며 예술이나 프로그래밍과 같은 ‘실제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와 달리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게이더는 "2016년 퇴사하기 전 바이오웨어도 내러티브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때 훌륭한 캐릭터와 서사 구조를 선보였던 바이오웨어조차 내러티브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줄여나감에 따라 글쓰기를 경시하는 풍조를 ​경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업계에서는 게이더의 이런 발언을 지금 환경에 빗대어 생각해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얼마 전 Buzzfeed 및 Vice와 같은 미디어 회사들이 상당한 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AI의 수준이 발전하면서 창작 활동, 특히 글쓰기 및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게임 업계의 글쓰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글쓰기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는 여기는 풍조에 대해 경각심을 불어넣고자 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좋은 글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게이더는 "게임, 영화, 온라인 기사 등 분야를 막론하고 글쓰기를 우선순위에서 뒷전 취급한다면 좋은 글을 얻을 수는 없다"며, "글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딱 그만한 수준의 글만 얻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일반인의 글과 달리 내러티브를 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작가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데이비드 게이더는 게임계의 베테랑 내러티브 디자이너다. 1999년 바이오웨어에 입사하여 <발더스 게이트 2: 쉐도우 오브 앰>을 시작으로 <네버윈터 나이츠>,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등의 각본에 참여했다. 현재는 인디 게임 개발사인 서머폴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데이비드 게이더의 트위터 발언. (출처: 데이비드 게이더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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