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플레이 도중에 영상을 시청하는 게이머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매칭 대기시간에 다른 화면을 보다가 의도치 않은 AFK(자리 비움)로 민폐를 끼치고 마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난 27일, 밸브가 이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스팀 클라이언트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스팀 오버레이’의 성능을 크게 강화, 스팀 게임 전반의 플레이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업데이트입니다.
실제로 사용해 본 결과 이전과 비교하기 힘든 편리함이 체감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극복되어야 할 수많은 개선점도 함께 눈에 띕니다. 한국 유저 입장에서의 아쉬움은 더욱 큽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번 업데이트를 체험하고 싶은 유저는 스팀 클라이언트의 ‘설정’에 진입, ‘계정’ 탭에서 ‘베타 참여’ 섹션을 찾아 ‘변경’을 누른 뒤, 팝업 창에서 ‘베타 참여’ 아래 드롭다운 메뉴를 열고 ‘Steam Beta Update’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후에 클라이언트를 재시작하면 베타 버전을 이용해 볼 수 있습니다.
밸브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사실 백엔드 쪽에 있습니다. 밸브는 “스팀 데스크톱 클라이언트, 빅픽처 모드, 그리고 스팀에 전반에 걸친 코드 공유 방식을 변경하는데 대부분의 업데이트 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스팀 클라이언트와 스팀덱에서 동시 제공되는 새 로컬 네트워크 전송 업데이트 등 새로운 기능 도입이 빨라질 예정입니다.
기사에서 자세히 살펴볼 ‘스팀 오버레이’ 업데이트는 여러 “작은 업데이트” 중 하나입니다. 스팀 클라이언트 전반에 걸쳐 편의성 및 비주얼 향상이 이뤄졌다는 것이 밸브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베타 버전을 적용해 보면 오버레이뿐만 아니라 기타 메뉴에서도 글꼴, 색상 등 UI 상의 변경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베타 버전에 돌입해 인게임 오버레이를 열어보면 ▲게임 개요 ▲노트 ▲가이드 ▲토론 ▲스크린샷 ▲친구 ▲브라우저 ▲음악 ▲컨트롤러 설정 ▲설정 등의 메뉴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은 사실 기존 버전에서도 지원되던 메뉴들입니다. 하지만 다소 중구난방이던 메뉴 배치가 아래 한 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입니다.
더 주목할 만한 추가사항은 각 메뉴에 적용할 수 있는 ‘고정’ 기능입니다. 대부분의 메뉴는 상단의 압정 아이콘을 눌러 화면에 고정할 수 있는데, 고정하고 나면 오버레이를 끄더라도 인게임에서 창의 내용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오버레이 창이 인게임 화면을 다소 가리면서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화면 크기와 투명도를 조절해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고정 기능은 새로 추가된 ‘메모’ 시스템과 궁합이 좋습니다. 메모 시스템은 폰트 크기 조절, 기울임·볼드 적용, 코드 삽입 기능 등 간단한 문서 편집을 지원해, 유저가 원하는 정보를 보기좋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출시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 <아만다 디 어드벤처러>를 통해 ‘메모’와 ‘고정’ 기능의 유용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만다 디 어드벤처러>는 미스터리한 아동용 비디오를 매개로 펼쳐지는 미스터리물인데, 영상 속 스치듯 지나가는 단서들을 이용해 숨겨진 콘텐츠를 언락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떡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다소 올드하게도 단서들을 별도 UI로 전혀 안내해 주지 않는 게임입니다. 이는 상당 부분 의도된 불편인 셈인데, 메모 기능 덕분에 외부 메모장을 켜거나 물리적인 메모지를 이용하는 수고를 피한 채 게임을 원활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강화된 오버레이 기능은 메모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 내장 브라우저를 다용도로 활용하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기존에는 다른 창에서 일일이 열어보아야 했던 각종 게임 공략을 즉시 살펴볼 수 있어 편의성이 크게 증진됩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텍스트보다 영상으로 된 게임 공략이 훨씬 더 많은 편입니다. 업데이트된 스팀 오버레이가 영상 공략 시청에도 적합할까요? 게임 화면에 영상을 함께 띄워 본 결과, 퍼포먼스 상의 문제를 거의 겪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에이펙스 레전드>의 ‘벽 점프’ 트릭을 영상 자료를 통해 더 쉽게 연마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화면과 크롬 브라우저를 넘나들며 연습할 경우 매번 화면 전환을 기다려야 했던 것에 비해 동영상 조작이 월등히 수월해집니다. 이는 오버레이의 반응성이 기존대비 개선된 덕분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게임화면 위에 직접 영상을 출력하며 실시간으로 참고하는 것은 기존엔 구현하기 어려웠던 방식입니다.
다만 여기서 예상 못 한 큰 불편 사항 하나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이지만, 스팀 브라우저에서는 구글 로그인이 불가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스팀 브라우저가 아직 구글로부터 ‘안전한 브라우저’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팀 브라우저가 구글 크롬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등 기존 브라우저와 같이 안전성을 인정받기 전까지는 영상 광고를 두 개씩 시청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업데이트된 스팀 오버레이의 또 다른 장점은, 게임별 이용 내역이 저장된다는 점입니다. 이전 게임 플레이 당시에 특정 공략 페이지에 접속했다면, 다음번 게임플레이에서 오버레이를 불러왔을 때 같은 페이지가 즉각 로딩되는 식입니다.
이용 내역은 오버레이의 ▲게임 개요 ▲노트 ▲가이드 ▲토론 등 메뉴별로 별도로 저장됩니다. 매번 게임을 켤 때마다 기억을 더듬어 (혹은 북마크를 뒤져) 같은 웹페이지를 찾아들어가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게임을 재시작하거나 컴퓨터를 재시작해도 정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메모장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는 기기를 바꿔 접속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스팀 내장 브라우저에는 아직 ‘방문 기록’ 기능이 없으며, 대부분의 브라우저에서 지원하는 ‘방금 닫은 페이지 복원’(크롬 기준 alt+shift+T) 기능 등을 제공하지 않는 점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더 나아가, 게임 별로 저장되는 브라우저 방문 기록은 간혹 랜덤하게 초기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많은 장점이 있는 업데이트지만, 한국 유저 입장에서는 현시점 무용지물이 될 때가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버레이 내 한글 입력 기능이 매우 일관성 없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쉽게 한영 전환이 가능하지만, 다른 게임에서는 전환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한국어 입력이 가능한 게임이어도 문제점은 여전합니다. 오버레이를 열어 한글을 입력한 후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면, 입력체계가 한국어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상당수 스팀 게임은 한국어 입력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경우 수동으로 한영 전환을 매번 눌러줘야 합니다. 밸브는 브라우저와 게임을 손쉽게 넘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업데이트의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한국 유저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셈입니다.
게다가 스팀 오버레이에서의 한국어 이용 불편은 비단 최근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유저 편의성을 증진하겠다는 업데이트 취지에 맞게, 밸브가 향후 한국 이용자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대처에 나서 주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오버레이 업데이트는 냉정히 말해 대단한 기능 향상은 아닙니다. 평소 브라우저를 들락거리며 게임을 플레이해 온 유저들에게는 큰 폭의 편의성 향상으로 느껴지겠지만, 애초에 그러한 습관이 없었거나 듀얼모니터를 사용해온 유저들에게는 전혀 무의미한 '옆그레이드'로 여겨질 만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팀의 오버레이 업그레이드는 스팀의 다른 여러 편의 기능들과 마찬가지로, 유저를 시나브로 플랫폼에 잠겨 들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가 될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타 플랫폼에서 이 기능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역체감'이 상당하지 않을까요? 밸브가 일찌감치 도입, 강화해 온 도전과제 시스템이(최초 도입은 Xbox 콘솔) 오늘날 타 플랫폼 대비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