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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닭 대신 꿩?…레드폴 보다 나은 뱀파이어 게임 4선

‘비운의 명작’에서 ‘인디 히트작’까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5-09 18:42:38

5월 2일 출시한 아케인의 루트 슈터 <레드폴>이 ‘올해 최악의 게임’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수준 낮은 AI, 빈번한 버그, 빈약한 콘텐츠 등 기초적 결함들이 무수히 지적되고 있다. 명망 높던 개발사 아케인, 그리고 가중되는 ‘대작 부담’에 시달리는 모회사 MS 모두에게 큰 악재로 작용 중이다.

 

한편, 흡혈귀(뱀파이어) 중심의 내러티브 설정만큼은 매력적이어서 더욱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레드폴>은 비밀스러운 ‘영생 실험’에 의해 탄생한 뱀파이어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섬마을 ‘레드폴’에 확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뱀파이어의 지배 아래 외부와 단절된 레드폴 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양하게 변주되어 온 뱀파이어는 갖가지 매력으로 각종 대중 미디어에서 적과 주인공 양쪽으로 활약해 왔으며, 게임계에서도 관련 작품을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레드폴>에 실망한 유저들을 위해, 한 번쯤 즐겨볼 만한 '뱀파이어 게임'을 몇 가지 살펴봤다.

 


 

# ‘뱀파이어 게임’의 대표작 <악마성> 시리즈

 

영미권에서는 <캐슬바니아>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코나미의 <악마성> 시리즈는 1986년에 첫 작품을 출시한 픽셀아트 스타일의 횡스크롤 액션 장르다.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벨몬트 일족’ 및 기타 인물을 주연으로 내세워, 최종 보스인 드라큘라를 무찌르기 위한 모험을 그린다.

 

잘 알려진 장르 명칭 ‘메트로바니아’의 연원이 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악마성>은 원래 단선적인 레벨 디자인을 가지고 있던 시리즈이지만, <악마성 월하의 야상곡>부터는 <메트로이드>와 유사하게 새로운 능력 해금을 통해 복잡한 맵을 탐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비슷한 레벨 디자인을 가진 게임들이 <메트로바니아>로 불리게 되었으며, <악마성> 시리즈 역시 같은 포맷을 대부분 따른다.

 

한편 <악마성> 시리즈 최종 보스 ‘드라큘라 블라드 체페슈’는 그 이름을 1897년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의 작품 <드라큘라>와, 15세기 실존 인물 ‘블라드 3세’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스토커가 블라드 3세의 실제 행적(적수들을 말뚝에 꿰어 죽였던), 그리고 ‘드라쿨레아’라는 멋진 별칭에 감명받아 그의 이름을 자기가 만든 흡혈귀 캐릭터에 붙여 줬다는 가설이 유명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악마성>의 드라큘라는 100년 주기로, 혹은 어떤 외력에 의해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해 최종 보스 역할을 하며, 벨몬트 일족의 후예 혹은 기타 주인공에 의해 저지당한다. 시리즈는 2019년에도 신작이 출시되는 등 30년 넘게 기본 콘셉트를 조금씩 변형해 가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어, 현세대 게이머가 한 번쯤 접해 보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모바일 게임 <악마성 드라큘라 그리모어 오브 소울즈>는 2019년 처음 선을 보여 2022년 최종 챕터를 냈다.

 

# 미완의 명작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이하 <블러드라인>)은 2004년에 나온 고전 삼인칭 ARPG로, 당시 완성도 부족으로 질타받았다가 추후 팬들의 유저 패치를 통해 평가 반전에 성공한 독특한 이력의 타이틀이다.

 

<블러드라인>은 도시형 판타지 TRPG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 기반한 또 다른 테이블탑 게임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를 다시 PC 게임으로 만든 사례다. 마스커레이드(가면극)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현대 인간 사회에 숨어들어 살아가며 음지에서 서로 반목하는 뱀파이어 집단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블러드라인>은 개발 당시 소스 엔진을 통한 멀티플레이 구현의 한계, 방대한 게임 기획 대비 부족한 자원, 1년 이상의 프로듀서 부재로 인한 프로젝트 관리 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중첩돼 미완성 상태로 출시했다. 다만 끔찍한 최적화 수준과 잦은 버그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선택지, 심도 있는 스토리라인을 통해 메타크리틱에서 80점의 낮지 않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게임은 원작 TRPG와 마찬가지로 ‘신참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뱀파이어 종족을 멸망으로 내몰 수 있는 위기의 배후를 조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풍성한 대화 시스템과 자유도를 통해 원작에서와 같이 각 뱀파이어 집단의 관점 및 편견을 깊이 있게 표현한 점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았으며, 이에 일부 매체는 ‘미완의 명작’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후 게임의 가능성을 알아본 유저들이 끊임없는 패치를 통해 게임을 고쳐나갔으며 심지어 2022년 4월까지도 일명 ‘비공식 패치’가 계속 업데이트됐다. 덕분에 20여 년 전 출시한 미완성 작품임에도 스팀에서 10,000여 유저로부터 ‘매우 긍정적’(추천율 94%)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이는 비공식 패치 적용을 전제로 한 점수다. 현재 후속작이 제작되고 있다.

 


 

# 아쉬운 결말 맞은 <블러드헌트>

 

<블러드헌트>는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또 다른 PC 게임이다. <더 디비전>과 <히트맨> 시리즈 개발자들이 모여 설립한 ‘샤크몹’의 2022년 작품으로, 뱀파이어 클랜끼리의 전투를 배틀로얄 문법으로 풀어냈다.

 

체코의 프라하를 배경으로 유저들은 ‘뱀파이어다운’ 능력들을 사용해 서로를 사냥해야 한다. 벽타기로 맵을 상하좌우 누비며 중립 캐릭터들인 ‘시민’을 흡혈해 체력을 회복하고, ‘감각 증폭’을 통해 적을 식별하는 등 콘셉트에 충실한 다양한 기믹을 마련해 둔 점이 호평받았다.

 

흡혈은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행동이기도 하다. 특별한 피를 지닌 일반 시민, 혹은 자신이 쓰러뜨린 적 뱀파이어(유저)의 피를 흡수해야 캐릭터를 강화해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

 

한편, 제목인 ‘블러드 헌트’(피의 사냥)는 원작 TRPG에도 등장하는 개념으로, 뱀파이어 사회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자를 추격해 처단하는 형벌이다. <블러드 헌트>에서는 시민이나 다른 뱀파이어를 습격해 피를 빨아들이는 모습을 적발당할 경우 ‘블러드 헌트’가 발동돼, 다른 유저들에게 현재 위치가 발각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블러드헌트>는 이처럼 뱀파이어 테마를 적절히 활용, 배틀로얄 고유의 재미를 강화하면서 호평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장르 공통의 문제점인 핵 관리, 그리고 시스템 불안정 문제 등에서 불만을 사 현재 유저는 2,000명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특히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는 서버 지연시간도 문제시되었다.  다만 무료 게임인 만큼, 부담없이 콘셉트를 체험해 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 뱀파이어도 생존은 힘들어, <V 라이징>

 

<V 라이징>은 지난 2022년 5월 출시해 약 일주일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돌파한 인디 히트작이다. 오픈월드 멀티플레이 생존 제작 장르의 익숙한 문법에 뱀파이어 콘셉트를 접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거대한 성에 숨어 살면서 다른 동물의 생명력을 흡수하고, 인간을 매혹해 시종으로 부리는 등 뱀파이어의 전형적 ‘생활 방식’이 하나하나 생존 콘텐츠가 되면서 독창적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 주목받았던 것은 본격 ARPG를 방불케 하는 전투 콘텐츠다. <V 라이징>은 장비 레벨에 맞는 타깃(보스)을 처치해 얻은 물자와 스킬을 통해 전투력과 생활 기반을 강화한 뒤, 다시 다음 타깃을 찾아 나가는 콘텐츠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스들은 외형, 설정, 기믹, 주변 환경 등에서 저마다의 뚜렷한 특성이 있어 다양한 재미를 안겨 준다. 부하들을 소환해 다각도의 강력한 투사체 공격으로 압박해 들어오는 요정 여왕부터, 높은 체력으로 그저 도망갈 뿐인 ‘민간인’까지 보스로 등장하는 등, 게임은 다양한 상황을 제시한다.

 

다양한 적만큼이나 유저의 전투 스타일 역시 다각도로 세팅할 수 있다. 무기별 최대 3개 공격 스킬과 더불어 2가지 액티브 스킬, 이동기, 궁극기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보스를 처단할 때마다 새로운 스킬과 무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후반으로 향해 갈수록 유저의 선택지는 더욱 많아진다.

 

게임은 1년여가 지난 5월 9일 현재 스팀 플랫폼에서 88% 긍정적 평가를 기록 중이다. 멀티플레이에서 유저간의 성채 공격을 자유롭게 허용함에 따라 게임플레이 피로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이 대표적 단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