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노사 갈등이었다.
6월 1일, 블룸버그의 제이슨 슈라이어는 <레드폴>을 개발한 아케인 스튜디오 오스틴 지부(이하 아케인)의 내부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개발이 시작된 이후 모회사와의 갈등이 있었고, 약 70%에 달하는 기존 직원들이 스튜디오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폴> 개발은 2018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모회사였던 제니맥스는 아케인이 좀 더 잘 팔리는 게임을 개발하기를 원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플레이어 간 팀을 이루어 뱀파이어와 싸우는 멀티플레이어 게임이었다. 여기에 유료 스킨과 같은 소액 결제 시스템을 넣기를 바랐다고 전해진다.
제니맥스의 요구에는 전작 <프레이(2017)>의 상업적 실패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작품은 양가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케인의 기존 팬들에게는 고전 명작<시스템 쇼크>의 정신적 후계자 소리를 들으며 극찬받았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썩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메타크리틱에서 82점을 받는 등 평론단의 평가는 제법 준수했으나 큰 의미는 없었다.
제니맥스는 더 이상 상업적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만들고 소액 결제를 넣으려 했지만 기존 아케인 개발진의 반대에 부딪혔다. 개발진은 자신의 전문 분야였던 싱글 플레이어 게임을 개발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노사 갈등 끝에 아케인의 전 대표 라파엘 콜란토니오를 포함하여 <프레이(2017)>을 제작한 베테랑 개발진의 약 70%가 회사를 떠났다. 그 중 콜란토니오를 포함한 다수가 울프아이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위어드 웨스트>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0년 9월 21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니맥스를 7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때 아케인의 일부 직원들은 희망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싱글플레이어 게임으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레드폴>의 메인 디렉터였던 하비 스미스와 리카르도 베어 역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다.
게임 내 소액 결제에 대해 초기부터 반대 의지를 표명하던 하비 스미스의 의견도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1년 “서비스로서의 게임”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간신히 소액 결제 시스템을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진은 개발 기간 내내 싱글 플레이어와 멀티 플레이어 사이에서 갈등한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개발진의 집단 퇴사도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게임이 나왔다. 그 게임이 바로 이번에 아케인에서 나온 ‘망겜’, <레드폴>이었다.
아케인 스튜디오는 현재 미국 오스틴 지부와 프랑스 리옹 본사로 나뉜다. <악스 파탈리스>를 시작으로 하여 <디스아너드>, <프레이> 등 자신만의 특색을 갖춘 게임들을 다수 만들어 냈다. 하비 스미스에 따르면 이전에는 같이 게임을 개발하다가 <데스루프>와 <레드폴> 이후 별개의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