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의 아버지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핍박받던 시절이 있었다.
6월 1일, <폴아웃>으로 유명한 원로 개발자 팀 케인이 본인의 유튜브에 게임 업계에서 성소수자로서 겪은 경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인터플레이에서 처음 <폴아웃> 시리즈를 냈을 당시, 거의 일상적인 수준의 동성애 혐오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30년 이상 업계에 종사하면서 여러 스튜디오를 거쳤다. 일을 하면서 수많은 소외와 차별을 경험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20분 분량의 영상은 업계 초창기에 성소수자 개발자들이 어떻게 대우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이후 상황 변화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업계 초창기에 동성애자가 차별받은 이유는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80년대 에이즈 위기에 대한 언론 보도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한 상태였다. 특히 동성애자는 에이즈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악마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동성애자들은 커밍아웃한다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상황이었다. 케인 역시 동성애자를 향한 차별에 대해 걱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재학 시절 동료 대학생이 아버지에게 커밍아웃한 후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그가 공동 설립한 스튜디오인 트로이카 게임즈에서도 이어졌다.
케인은 “정말 걱정이 많았다. 당시에는 게임업계가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게이’를 ‘멍청하다’는 뜻으로 사용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기도 했다.
변화의 시작은 2005년, 미국 엔씨소프트 산하의 카바인 스튜디오에 입사했을 때였다. 당시 <리니지> 시리즈로 명성을 쌓은 엔씨소프트는 <울티마> 시리즈로 유명한 개리엇 형제를 비롯하여 해외의 스타급 개발자를 다수 영입하고 있었다. 팀 케인도 그중 하나였다. <와일드스타>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바인 스튜디오에서 케인은 입사하자마자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 로버트 개리엇(당시 미국 엔씨소프트 사장, 리처드 개리엇의 형)은 팀 케인에게 회사에서 편견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으면 내게 전화해라. 우리는 그런 행위를 참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로버트 개리엇의 답변이 그의 커밍아웃에 용기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케인은 다른 스튜디오에서도 커밍아웃했다. 2020년 5월 정직원으로 퇴사한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성소수자로 인한 편견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을 “내가 일했던 곳 중 가장 다양하고 포용적인 장소”라고 불렀다.
2017년부터 케인은 게임 개발자 회의(game development conferences, GDC)에 공개적으로 출연하고 강연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업계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게이를 만난 적이 없다. 멘토도 없었고 질문할 사람도 없었다. 최소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GDC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젊은 성소수자 개발자들에게 같은 동성애자로서 조언을 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케인은 미국에서 동성애 혐오와 트랜스포비아가 재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최근 수십 년 동안 게임 업계의 상황이 "훨씬 더 좋아졌다"고 보았다. 성소수자 게임 개발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게임 업계 전반의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팀 케인은 게임업계의 유명한 원로 개발자다. <폴아웃 1>을 시작으로 하여 <폴아웃 2>, <아케이넘>,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등 굵직굵직한 RPG에 다수 참여했다. 흔히 <폴아웃>의 아버지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