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데스다 차기작 <스타필드>의 언어 지원 목록에서 한국어가 누락된 사실이 밝혀지며 국내 유저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MS 측은 한국어 번역 작업을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설령 당장 작업에 착수하더라도 출시 이전 번역이 완료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유저들이 더욱 당황을 느끼는 이유는 최근 대부분의 대작 게임이 한국어를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인구 대비 게이머 비중이 높고 특히 PC 플랫폼에서 강세를 보이는 한국은 이제 대다수 해외 게임사가 눈여겨보는 시장 중 하나다.
개발사 규모가 작은 인디 씬에서는 한국어 미지원 사례가 아직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유저들이 힘을 합쳐 한국어 패치를 내놓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주목도 부족, 번역의 기술·분량적 난점 등 이유로 번역이 끝내 좌절된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해외에서 호평 받았지만 국내 유저들에겐 언어 장벽이 남아 있는 아쉬운 예시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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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파인이 만든 <사이코너츠>는 등장인물들의 정신세계를 누비며 그들의 내면적 문제를 해결하는 줄거리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1편의 흥행 부진을 딛고 2편이 무려 16년 만에 출시했으며, 결과적으로 두 작품 다 호평받았다.
특히 2021년 출시한 2편은 전작의 장점이었던 내면세계의 창의적 묘사, 위로가 되면서도 재치있는 심리적 스토리, 발전한 플랫포밍 메카닉 등으로 전편보다 더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1, 2편 모두 대사 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번역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 유저가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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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작 ARPG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은, 개발사의 일정 관리 실패로 미완성인 채 출시했던 고전 타이틀이다. 이후 개발진의 비공식 후속 패치와 유저 패치로 명예를 회복, 스팀 플랫폼에서 94% 긍정 평가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고 최근까지도 추천작으로 꼽힌다.
게임은 인간 사이에 숨어 살아가는 젊은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 특색을 지닌 뱀파이어 집단 간의 편견과 충돌을 자유도 높은 RPG 메카닉, 깊이 있는 대화 시스템으로 풀어 호평받았다. 하지만 시기상 공식 한국어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고, 더불어 마니악한 게임성, 방대한 텍스트 등 문제로 유저 패치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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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막대 인간’(stick figure) 스타일의 무성의한 비주얼이 매력적인 RPG <킹덤 오브 로딩>, <웨스트 오브 로딩>의 후속작이다. ‘로딩’ 시리즈는 허술한 아트 디렉션에 어울리는 엉뚱하고 황당한 유머, 그리고 보기와는 다르게 깊이 있는 RPG 시스템과 스토리로 특히 북미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번째 작품 <웨스트 오브 로딩>은 2017년 발매되어 2023년에서야 비로소 유저 한국어 패치가 이뤄졌다. 반면 2022년 11월 출시한 <섀도우스 오버 로딩>은 크툴루 신화에 영감을 받은 20세기 초 미스터리 테마로 다시 한번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번역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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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북미 자회사 엔씨소프트 웨스트가 퍼블리싱하고, 아레나넷이 제작/운영하는 판타지 MMORPG다. 장대한 스토리라인, 오랜 기간 축적된 콘텐츠, 깊이 있는 클래스 빌딩 등 요소로 꾸준히 유저를 유지하고 있고, 서구권에서 ‘꼭 해봐야 할 MMORPG’를 꼽을 때 여전히 자주 순위에 든다.
궁극적으론 국내 게임사의 타이틀인 만큼 한국어 지원에 대한 기대가 꾸준히 있어 왔지만, 2023년 현재까지도 실현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22년에는 대형 스토리 확장팩 <엔드 오브 드래곤즈>를 출시, 조선(및 기타 동아시아 국가)을 연상시키는 신규 지역과 퀘스트라인을 더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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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가상 유럽 국가의 방송국 PD가 되어 ‘전국 야간 뉴스’(National Nightly News)의 생방송 조정실에서 근무하는 내용의 FMV(실사) 시뮬레이션 게임. 유저는 2초 딜레이를 두고 송출되는 생방송 내용을 살피며 비속어를 비프음으로 필터링하고, 음향 효과를 덧입히고, 광고를 선택해 내보내는 등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게임은 단순히 이러한 PD 업무를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재적 야심을 드러내는 새 집권당 아래에서 주요 방송국이 받게 되는 압박과 영향을 묘사한다. 신선한 게임 메카닉과 스토리텔링, 몰입감 있는 실사 영상 퀄리티로 호평받았으나 다소 노골적인 정치 메시지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공식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으며, 40시간이 넘는 영상 분량과 어려운 원문 탓인지 유저 패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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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전드 오브 티안딩>은 조선에 앞서 일제의 식민지배를 겪었던 대만의 역사에 기초한 ARPG다. 당시 일제에 대항한 실존 인물 ‘랴오 티안 딩’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검술과 권법이 조합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코믹북 형식으로 흥미롭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타이트한 전투 메카닉, 그리고 한국 게이머들이 공감할 만한 역사적 소재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의외로 한국어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게임쇼에도 자주 출품하며 국내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작품인 만큼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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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헥스>는 <포니 아일랜드>, <인스크립션> 등 실험적이고 기괴한 작품세계로 유명한 1인 개발사 ‘대니얼 뮬린스 게임즈’의 타이틀이다. 비디오 게임들이 하나의 우주로 엮여 있다는 세계관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6을 뜻하는 제목처럼 각기 다른 여섯 게임의 주인공들이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해 한 여관으로 소집되어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여섯 주인공을 번갈아 조종하면서 유저는 그들이 원래 출연했던 게임을 미니게임 형태로 조금씩 플레이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된다. 게임 메카닉을 스토리텔링 수단으로 삼는 뮬린스 특유의 창작 스타일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포니 아일랜드>, <인스크립션>은 각각 유저 패치, 공식 한국어 지원이 이뤄졌지만, 국내 인지도가 낮은 <더 헥스>는 한국어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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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출시한 <전장의 푸가>는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일본의 전략 RPG다. 전쟁 속 포로로 붙잡힌 어른들을 구하기 위해 거대 전차 ‘타라니스’에 탑승, 싸움을 벌이는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캐릭터 간 호감도에 따라 전투 효율이 나뉘고, 유저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도출되는 시스템을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캐릭터 중심의 느릿한 전개 방식이 국내에서 뚜렷한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결과인지, 지난 5월 11일 출시한 후속편은 공식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반면 타이틀 이미지는 한글로 제작되어 있어 유저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전체 시리즈 중 일부만 한국어 번역이 좌절된 사례는 몇 가지 더 있다. 북유럽 스타일의 독자적인 판타지 세계관, 미려한 아트, 전략적 턴제 전투로 호평받은 <배너 사가>의 경우 처음 두 작품은 유저 패치가 이뤄졌지만, 마지막 3편에선 무산됐다. 사이버펑크와 마법이 섞인 TPRG 기반 게임 <섀도우런 리턴즈> 시리즈 역시 깊이 있는 스토리와 턴제전투로 호평받았으나, 두 번째 출시한 <드래곤 폴>만 한국어 패치를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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