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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켰을까?...제 1회 한·일 게임 연구 컨퍼런스

세 번째 세션, '한·일 게임 연구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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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그리던) 2023-09-18 17:53:21
게임은 어떻게 한국과 일본의 사회를 변화시켰을까?

오늘 8월 18일 이 질문과 관련된 컨퍼런스가 줌 웨비나로 열렸다. 한·일 게임 연구 컨퍼런스가 그것이다. 컨퍼런스는 '지속 가능한 협력, 교류, 미래'를 주제로 4개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세 번째 세션인 '한·일 게임 연구 동향'에서는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교의 신주형 연구자핀란드 유바스큘라대학교의 나보라 연구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둘은 모두 게임이 한국과 일본에서 어떻게 사회를 바꾸어 왔는지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발표 중에는 "한국과 일본의 학계 모두 다영역을 아우르는 연구가 필요하다", "게이밍이라는 현상과 게이머라는 주체에 관한 연구가 미비하다"라는 발언도 오갔다.






# '시리어스 게임'을 통해 보는 일본의 게임 연구사

일본의 리쓰메이칸 대학의 신주형 전문 연구원은 '변화하는 일본의 시리어스 게임'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시리어스 게임'이라는 용어를 정의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2007년 후지모토의 정의를 인용하며 해당 용어를 '교육을 비롯한 사회 여러 영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하는 디지털 게임'이라고 전했다.


발표에 따르면, 시리어스 게임은 1990년대 일본 사회에 처음 등장한다. 용어가 직접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교육 게임', '지육(知育) 게임' 등의 용어가 통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수학, 언어, 과학 등의 교과교육에 사용되었으며, 교육용 소프트웨어로서 학교 커리큘럼에 편입된 것도 있었다. 그와 동시에 비디오 게임과 폭력성을 둘러싼 게임 악영향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시리어스 게임'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다. 교육, 의료, 트레이닝과 같은 분야에서는 널리 통용되었다. 이 시기에는 '시리어스 게임'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시리어스 게임 재팬'이 설립되었다.


더불어 게임산업 내에서도 시리어스 게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교육기관과 게임 개발자 간의 협력도 늘어난다. 해외 사례를 소개하고 문헌 정보를 공유하는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으며, 서구의 관련 번역서가 다수 출판되었다.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연구도 활발했다.


2010년대에는 닌텐도 위와 같은 가정용 게임기가 보급되며 더욱 확산된다. 더불어 '게이미피케이션'의 열풍으로 기업에서도 사내 직원 교육 용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등 전성기를 맞이한다.


한편, 대단한 프로그래밍 스킬이 없어도 제작하기 쉽기 때문에 디지털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시리어스 게임에 관한 관심이 상승한다. 그에 따라 '시리어스 보드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 이벤트가 늘어나며 활용 현장도 미술관과 도서관 등으로 확장된다. 


2020년대에 들어선 이후에는 일본의 시리어스 게임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연구가 늘어나고, 주제 또한 교육이나 의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해지고 있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연구자는 발표를 마치며, "앞으로의 시리어스 게임 연구를 위하여 개발이나 효과 검증에 머무르지 않고, 다영역을 아우르는 인문사회과학계의 학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 네 가지 게임 사건들

핀란드의 유바스큘라 대학교 소속의 나보라 연구자는 한국 게임 연구사를 주요 사건들을 기준으로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그는 ▲ 1985년 재믹스 발매, ▲ 1997년 IMF 경제위기, ▲ 2005년 바다이야기 사태, ▲ 2014년 게이머게이트 사건을 게임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대표적인 사건으로 보았다. 



그는 이러한 분류법에 따라 1985년 이전의 기간은 '전자오락의 시대'로 명명했다. 이 시기에 비디오 게임은 '전자오락'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가운데에 학계에서는 거의 무관심했다. 종종 드물게 산업적 가능성을 타진한 보고서, 혹은 아동과 청소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나 오락적 속성에 기반한 학습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검토되었다.


이후 1985년 대우 전자에서 '재믹스'를 발매된 이후, 게임에 관한 인식은 단속 대상인 '불량오락'에서 '유망한 산업'으로 변모한다. 이 시기 학계에서는 게임의 효과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다수 있었다. 또한 산업적 가능성을 타진한 연구 보고서도 발매되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의 학문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1997년 경제 위기 속에서 게임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 시기 학계에는 게임종합지원 센터가 설립되고 학회가 생기는 등 연구 기반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게임이 본격적으로 학문 영역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MMORPG가 유행하며 공동체로서의 게임에 주목한 연구가 실시되고, 게임 산업 부문에서는 수출 전략 및 소비자로서의 게이머가 주목받기 시작한다. 온라인 아이템 거래와 관련된 문제의 법제화도 논의된다.


2005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에는 게임중독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관련 연구의 증가가 늘어난다. 긍정적인 활용의 경우 기능성 게임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다. 이 시기는 게임 연구가 내용적으로 다양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연구 분야 또한 기능성 게임과 e스포츠 등으로 확장된다. 게임의 사행성과 셧다운제, e스포츠 중계방송에 따른 저작권 문제가 제도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또한, 산업 부문에서는 e스포츠 산업의 발전 전략 및 마케팅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한다.


2014년 북미 발 게이머게이트가 대두되며 젠더 이슈가 게임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다. 또한, 모바일 플랫폼이 주요 게임 문화로 편입되었으며, 게임사 직원 과로사 사건을 계기로 게임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이 설립되기도 한다. 그에 따라 학계에서는 새로운 게이머 집단의 성장과 확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모바일 플랫폼, 블록체인과 관련된 논의가 대두되었다. 또한, WHO 게임이용장애 관련 법적 검토가 시작되며, 게임중독법 입법 논란이 꾸준히 연구된다.


발표를 마치며 나보라 연구자는 "게임에 관한 연구는 양적, 질적으로 우상향해왔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특히 게이밍이라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부족하며, 다양한 정체성의 게이머에 관한 연구도 미비하다. 학계는 게임이 지향할만한 가치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