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시작된 스웨덴의 게임 대기업 엠브레이서 그룹(이하 엠브레이서)의 구조조정 절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이서가 21일(현지 시각 기준) 진행된 2023년 4월~6월 실적 발표회에서 크리스털 다이나믹스 구조조정 결정을 밝혔다. 크리스털 다이나믹스는 <툼 레이더> 시리즈 개발사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한 라스 윙포스(Lars Wingefors) 엠브레이서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계속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6월부터 이어진 구조조정 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윙포스는 게임을 출시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금액을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라고 표현하는 등 경영 악화를 호소했다.
엠브레이서는 유럽 최대 규모의 퍼블리셔다. 2023년 6월 기준, 엠브레이서는 198개의 게임 스튜디오와 800개 이상의 IP를 보유했다. 직원 수는 17,000명에 달한다. 업계에선 '게임 대기업' 엠브레이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엠브레이서의 구조조정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엠브레이서는 지난 10일 <발더스 게이트> 1편과 2편의 리마스터 버전을 개발한 빔독의 직원 일부 해고, 1일 <세인츠 로우> 시리즈 개발사 볼리션 해체, 8월 신설 스튜디오 캠프파이어 카발 폐쇄 등 여러 차례 관련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보더랜드> 개발사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전해졌다.
윙포스 CEO는 지난 6월 공개서한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비용 절감을 통한 현금흐름 개선과 그에 따른 부채 감소가 목적이다. 공개서한에서 윙포스는 "구조조정을 마친 후, 향후 몇 년 동안 PC·콘솔 부문에서 더 적은 비즈니스 위험과 더 높은 마진으로 수익성 성장을 창출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플레이어가 진정 가치 있게 여기는 고품질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 말했다.
엠브레이서는 2020년부터 총 100개 이상의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하거나 신설했다. 2022년까지도 <툼 레이더>, <시프>, <데이어스 엑스> 등의 IP를 보유한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의 모회사) 에이도스 인터랙티브와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미디어 믹스 판권을 가진 미들어스 엔터프라이즈를 인수하는 등 확장 행보를 펼쳤다.
그 결과 엠브레이서의 사업 규모는 2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2년 6월 엠브레이서의 자산 총액은 1,200억 덴마크 크로나(14조 6,900억 원)로, 2020년 6월의 170억 크로나(약 2조 2,400억 원)에 비해 7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2023년 6월 기준 엠브레이서는 총198개 스튜디오와 800개 이상의 IP를 보유했다. 직원 수는 약 17,000명이다.
사업 규모가 크게 확장한 반면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2년 사이 매출액은 4배 이상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3% 감소했다. 21/22 회계연도에는 적자를 보고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인수로 인해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이 모두 증가한 것이 그 배경이다. 영업비용에는 인건비가, 영업외비용에는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이 포함된다. 순부채가 156억 크로나(약 1조 8,600억 원) 규모인데, 고정적인 이자 비용 지출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도 문제다.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새비 게임스와 진행하던 20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 규모의 투자 협상 결렬이 지목된다. 엠브레이서는 2022년 엠브레이서 지분 8%를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에 매입한 새비 게임스와 추가적인 투자 협상을 진행했으나, 구조조정 발표 직전이었던 5월 협상 결렬을 알렸다. 엠브레이서는 투자 협상이 취소된 원인에 대해 "외부 요인" 때문이라는 설명 외에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새비 게임즈와의 투자 협상이 결렬된 다음 달(6월), 엠브레이서는 구조조정 계획을 알렸다. 윙포스 CEO가 실적 발표회 자리에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외부 투자를 찾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별도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않는 한 스웨덴의 게임 거함에 앞으로도 거센 구조조정의 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