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온라인 캐주얼 게임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캐주얼 게이머들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잘 알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기다.”
과거 오투미디어에서 리듬게임 <오투잼>의 본부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나우콤에서 레이싱 게임 <테일즈런너>와 전략 게임 <포트파이어>의 PD를 맡고 있는 정순권 씨(오른쪽 사진)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GC 2010 하이라이트 세션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소셜 게임이 단기간에 큰 성장을 거두고 있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필두로 한 스마트폰 그리고 태블릿 PC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기존 온라인 게이머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5년과 비교하면 대략 300만 명의 온라인 캐주얼 게이머들이 감소했다는 통계를 소개하면서 캐주얼 게임 시장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정순권 PD는 “캐주얼 게임이 혼란스러운 시기인 만큼 지금은 온라인 캐주얼 게이머들이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이해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캐주얼 게이머들이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며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 제목: 캐주얼 게임 마케팅의 과거와 미래(마케팅/프로듀싱) 강연자: 정순권 나우콤 PD 강연개요: 7년 넘게 여러 캐주얼 게임을 개발, 운영해 온 정순권 PD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캐주얼 게이머들의 주요 특성.
■ 캐주얼 게이머의 특징 ① 머릿수가 많다
캐주얼 게이머들은 하드코어 마니아들에 비해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
반드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마음이 없고, 게임을 즐기더라도 자신이 남는 시간을 활용한다는 마음으로 접속한다. 쓰는 돈도 워낙 적다 보니, MMORPG나 일부 마니아 게임들과 비교하자면 ARPU(게이머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지불하는 비용, 객단가) 수치도 턱없이 낮다.
다행인 것은 캐주얼 게이머들은 그 수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기 캐주얼 게임에는 많은 유저들이 몰려든다. 대표적으로 <테일즈런너>는 약 900만 명의 유저를 모았는데, 서울시 인구가 약 1,000만 명. 부산시 인구가 약 450만 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숫자다.
■ 캐주얼 게이머의 특징 ② 큰 배와 같다
이렇게 유저의 수가 많다 보니 PD나 마케터는 모여든 유저들을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캐주얼 게이머들은 일종의 큰 ‘배’(선박)와도 같다. 한 번 발동이 걸려 인기를 얻고 유저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멈추질 않는다. 잔 파도에는 강하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수습이 힘들 정도로 큰 피해를 입는다.
지표 변화가 급격하지 않은 대신, 작은 변화에도 유저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며, 서버 이슈에는 다소 덜 민감한 대신, 정책적인 이슈에는 충격이 크다는 특징도 보인다.
<오투잼>을 예로 들면, 지난 2003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초기에는 정말 수도 없이 많이 서버가 다운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동시접속자수가 3,000 명씩 증가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상용화 후에도 이런 경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04년 4월, 유저들로 하여금 ARS로 결제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반드시 입력하라는 정책을 추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어찌 보면 게임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변화였지만, 이런 변화로 인해 급격하게 매출이 떨어지고 유저 이탈도 심해졌다.
■ 캐주얼 게이머의 특징 ③ 이해도가 낮다
캐주얼 게이머들은 머릿수가 많은 대신, ‘게임’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현저히 낮다. 그런 만큼 업데이트를 할 때도 한꺼번에 대규모로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보다는, 하나씩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게 효과가 좋다.
특히 한 번 업데이트할 때는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이고, 한 번 공지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 한 달 동안은 어떤 업데이트가 됐는지 지속적으로 알려야만 유저들은 겨우 업데이트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 캐주얼 게이머의 특징 ④ 게임사가 욕심을 내면 유저는 떠난다
캐주얼 게이머들은 전반적으로 게임에 쓰는 돈이 적고, 결제율도 낮다.
구매력이 낮기 때문에, 아무래도 게임사는 유저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굉장히 비싼 아이템을 출시하기도 하며,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살 수밖에 없는 유료 아이템을 선보여 강제로 결제율을 높이는 방법도 쓴다.
하지만 이는 결론부터 말해 잘못된 방법이다. 게임사가 욕심을 부리면 단기적으로는 매출액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게임의 기반 자체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오투잼>을 예로 들면, 이 게임은 과거 매달 ‘무료곡 2개에 유료곡 1곡’을 선보였고, ARPU 1만3,000 원대를 유지했다. 이에 게임사는 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무료곡 1개에 유료곡 2개’로 업데이트 정책을 바꾸고, 각 음악의 가격도 인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유저들의 대량 이탈로 이어졌다.
정순권 PD는 “캐주얼 게임은 일단 자리를 잡으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꾸준히 매출을 기록한다. 하지만 간혹 욕심을 부려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말 앞으로 10년 이상 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캐주얼 게임은 성공 가능성도 낮고,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위 ‘악한 짓’을 통해 유저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방문한 유저들에게 즐겁고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만족한 유저들이 다음 게임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게임사, 나아가 국내 게임업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