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부터 <판타지 스타> <몬스터 헌터>에 이르기까지, 유명 패키지게임이 온라인으로 나오는 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략시뮬레이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온라인게임에서 전략시뮬레이션은 여전히 보기 힘들고,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장르다.
THQ코리아 정성일 부장(오른쪽 사진) 역시 “4년 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를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주변에서 ‘미쳤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만든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은 결국 THQ와 렐릭엔터테인먼트가 온라인게임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무모한 도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의 고난과 이를 극복한 방법을 정성일 부장의 강연에서 들어봤다.
■ 온라인과 맞지 않는 게임성과 무모해 보이는 도전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렐릭엔터테인먼트(이하 렐릭)는 스스로가 인정하는 ‘최고의 전략시뮬레이션 개발사’ 중 하나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렐릭의 게임 개발 방식은 스토리를 강조하고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최대한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이다.
반면 멀티플레이는 서로 같이 놀 수 있는 수준에 그쳤으며, 다른 게임에서는 흔한 MOD(변형게임)도 어렵게 지원했다. 커뮤니티성이 부족한 전형적인 패키지게임이다.
지금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해 몇몇 온라인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이 있지만 당시에는 참고할 만한 자료도 없었다. 온라인 RTS가 생소한 상황에서 매출조차 예상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던 셈이다.
결국 렐릭과 THQ는 생각을 바꿨다. 안정적인 노선과 매출에 대한 분석 등을 미루고 일단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온라인게임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운영과 업데이트를 위한 콘텐츠 보수팀을 꾸리는 등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만의 온라인게임 개발 방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시간은 더 걸릴지 몰라도 일단 게임이 재미있으면 매출은 알아서 따라온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패배가 즐거운 게임’이 돼야 한다
RTS는 사실상 ‘대전 게임’이다. 누군가는 지고 누군가는 이긴다. 문제는 10번을 이긴 유저도 1번의 패배에만 신경 쓴다는 점이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도 오토매칭 시스템을 통해 대부분의 유저가 승률 50%가 되도록 만들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결국 렐릭은 ‘지더라도 가장 덜 아픈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렐릭이 찾은 결론은 패배를 위주로 설계한 게임보상이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보상이 25%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레벨 디자인은 패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경기 후 보상도 게임 내용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지급된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유닛을 잃거나 기지를 빼앗기는 등 일반적인 RTS에서는 감점으로 처리되는 행동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에서는 경기 후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기든 지든 ‘왕성한 활동을 보인 유저’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기 위해서다.
보상의 규모도 크다.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은 작은 보상이 자주 등장한다. MMORPG로 치면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아이템과 경험치가 들어오는 식이다. 하지만 RTS는 보상을 받기까지 최소 20분이 걸린다. 렐릭은 그만큼 게임의 보상도 높게 책정했다.
■ 현지화 과정에서 배운 것들
잇단 해외 진출도 도움이 됐다. 가장 먼저 진출한 중국에서는 렐릭이 클라이언트를, 샨다가 서버 기술을 담당했다. 하지만 서로의 차이가 컸다. 샨다에서는 렐릭과 달리 패배자를 배려하지 않기를 원했다.
기술도 렐릭은 이미 절정에 달했지만 샨다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이 첫 자체개발 프로젝트였다. 그만큼 의견 조율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중국 특유의 까다로운 심의 탓에 게임 내의 모든 휘장과 음성도 제거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THQ와 렐릭이 개발을 전담했다. 퍼블리셔인 윈디소프트는 운영과 전반적인 서비스 업무를 맡았다. 중국처럼 의견 충돌은 없었지만 모든 개발을 렐릭에서 담당하다 보니 유저들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현지 파트너에게도 스스로 간단한 콘텐츠 제작이나 변경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렐릭과 THQ는 북미에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을 직접 서비스하면서 이에 따른 장단점도 배워 나가는 중이다.
■ 첫 온라인게임 도전이 남긴 것들
솔직히 말해 국내 유저들 중에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성일 부장은 흥행 성적과 관계없이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으로 이미 충분한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한다. THQ와 렐릭에 ‘온라인게임의 중요성과 기본기’를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패키지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노선만 걷던 THQ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을 계기로 온라인시장에 눈을 돌렸고, 렐릭은 팔자에도 없던(?) 온라인게임 업데이트와 현지화 관련 부서를 만들었다.
크게 보면 THQ에서 <워해머 40,000: 다크 밀레니엄 온라인>을 개발하고 렐릭에서 또 다른 온라인게임을 준비 중인 것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의 성과라고 정성일 부장은 자부했다.
물론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도 앞으로 유저들의 전투 결과에 따라 맵을 빼앗고 뺏기는 ‘땅따먹기’ 방식의 모드를 추가하고, 북미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장기간에 걸쳐’ 유저들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진보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렐릭과 THQ가 큰 어려움을 각오하고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에 도전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