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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정치를 하지 않는 팀장은 없다”

엔도어즈 정종필 부장, 초보 팀장의 카운셀링 기법 강연

남혁우(석모도) 2010-09-14 23:16:31

엔도어즈 개발 1본부 정종필 부장(오른쪽 사진)은 14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KGC 2010에서 ‘초보 팀장의 카운셀링 기법’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게임회사가 3,000여 개를 넘어섰고, 업체당 평균 30여 명의 개발자가 근무하고 있다. 당시 9,000여 명의 팀장이 있었다고 하니 회사에서 10명 중 1명은 팀장이라는 것이다.

 

이젠 바야흐로 1만 팀장 시대가 된 지금, 이제 갓 팀장이 된 초보 팀장들은 어떤 자세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정종필 부장의 강연을 정리했다.

 

 

■ 팀장이 되면 무슨 일을 할까?

 

팀장이 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일은 ‘관리’다. 작게는 문구 신청부터 시작해서 계약서, 외주관리, 팀원들의 작업관리, 심지어 개인사까지 관리해야 한다. 즉 나만 신경 쓰던 삶에서 남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을 평가하고 지시하고 회사에서 내려온 내용을 오해 없이 전달해야 한다. 또한 게임의 방향도 결정해야 한다. 엔진은 무엇을 쓸지, 인원을 뽑을 것인지 아닌지도 결정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관리 업무를 하느라 정작 자신의 일은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흔해진다. 이로 인해 관리자는 작업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사실은 ‘관리자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 강력한 or 방관적, 어떤 팀장이 될 것인가

 

팀장은 회사와 팀원 사이를 조율하는 존재다. 그 둘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지만, 팀원이 좋아하는 팀장과 회사가 좋아하는 팀장은 서로 충돌하는 면이 많다. 그래서 양쪽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팀장은 팀원(리더쉽)과 프로젝트 진행(사내 정치)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리더쉽은 2가지로 나뉜다. 팀장은 강력한 힘으로 팀원을 이끌 것인지, 부드럽고 편하게 방관적으로 팀원을 이끌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강력한 리더쉽은 팀원의 컨트롤이 잘 되고, 반응 및 결과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팀원의 실력이 빠르게 늘고 일사분란해진다. 단점으로는 리더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팀장이 지치고 약점을 보여선 안 된다. 또한 그렇다 보니 팀장보다 유능한 사람을 쓰기 힘들다.

 

방관적 리더쉽은 팀 분위기가 부드러워져 실력이 좋은 사람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고, 팀장이 휘어잡을 때보다 팀원들끼리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팀장은 이 두 가지 리더쉽을 섞어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 정치를 하지 않는 팀장은 없다

 

또한 팀장은 이제 사내 정치에도 발을 내디디게 된다. 정치라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나가야 할지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 내 알력다툼이나 국회의원들로 인해 정치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로 인해 팀장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가장 나쁜 정치 중 하나다. 이것은 마치 국회의원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게임회사는 민주적인 조직이 아니다. 아이디어나 결과를 내기 위한 목적은 독재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협이 안 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가 나오게 된다. 대신 팀원의 의견을 많이 듣고 디렉터 같은 리더가 의련을 수렴해야 개인의 손에 회사가 휘둘리지 않는다.

 

 

독재적으로 결정한다고 해서 의견을 듣지 않아서는 안 된다. 팀장이라면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좋은 제안을 많이 하고 팀원들의 제안도 많이 받아야 한다.

 

또한 팀장은 조직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기뻐해야 한다. 팀원들이 거기에 관심이 있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가끔 어떤 업체에서는 내부에서 게임이 재미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조용히 묻어 버리는데, 그럴 경우 게임이 발전할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당당히 의견을 표출하고 왜 재미가 없는지 알아봐야 하는 것이다.

 

문제가 없어 보이는 조직이 가장 위험한 조직이다. 겉으로 보기에 갈등이 없어 보이는 조직은 사실 속으로 불안한 조직이다. 이런 조직은 말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팀원들이 불만이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도 팀장이 해야 할 일이다.

 

정종필 부장은 어차피 팀장이 되면 결국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 프로젝트가 어려워져 유능한 팀원을 권고사직시킨 적이 있다. 그 일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그 후로 나는 내가 악마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지, 실력 있는 팀원을 자르는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앞날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결정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의지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결정권자가 없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은 조직의 팀원이다.

 

팀장이 되었다면 자신의 팀과 프로젝트를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정해질 것이다.

 

 

 

■ 이제 막 팀장이 된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할까?

 

만약 오늘 팀장이 됐다면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정종필 부장은 2가지 조언을 했다. 먼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라는 것이다. 정종필 부장은 내 철학은 점심은 함께 먹자. 밥을 함께 먹으면서 팀원과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 다음은 팀원들이 자신을 믿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을 몰라 많은 사람들이 헤매는 부분이다. 사람은 사람을 대할 때 감정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한다. 말 한마디라도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화를 통해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자신과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적어도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진 않더라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줘야 한다.

 

 

같은 행동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 관리 스킬의 첫 번째 카운셀링 기법

 

카운셀링이란 퍼포먼스를 개선하기 위한 긍정적형태로 이루어지는 쌍방 간의 대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긍정적인 형태라는 것이다. 대화가 끝났을 때 모두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법은 껄끄러운 상대나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할 때 유용하다.

 

많은 팀장 지침서를 보면 상대의 말을 잘 들으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정작 팀원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카운셀링이 바로 상대방이 말을 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카운셀링의 장점은 잠재적인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적을 최대로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카운셀링은 정기적으로 하거나 실적이 떨어졌을 때 하게 되는데, 실적이 저하되는 이유로는 방법을 모르거나, 방해물이 있고, 직무수행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잘 해도 상이 없을 때 그리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때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지라도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사이가 돈독해지고, 문제가 많이 해결될 수 있다.

 

카운셀링은 총 6단계로 나눠져 있고, 본격적으로 카운셀링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준비가 필요하다. 계획을 수립하고 사실을 취합해야 한다. 카운셀링할 팀원이 일정이 늦어졌다면 얼마나 늦어졌는지, 지각이 많다면 언제 몇 번이나 했는지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용한 장소를 물색한다. 무조건 1:1로 만나야 하며 주변 간섭이 없는 곳을 찾아야 한다.

 

최종 준비로 팀원에게 목적을 알린다. 두루뭉실하게 잠깐 보자는 방식이 아니라 만남의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팀원이 안심을 하고 변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팀원의 불안감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카운셀링을 시작하면 먼저 목적을 말하고 상대방을 안심시키며 운을 떼야 한다.

 

2단계에선 준비 과정에서 취합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현재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 순수하게 상황만 설명해야 한다. 업무가 늦으면 늦었다고 말해야지 게으르다는 식으로 평가를 내려서 상대방을 방어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적 경험도 추가시키며 친밀감을 쌓아야 한다.

 

만약 이렇게 해도 상대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순간적으로 대화를 끊고 가만히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순간적으로 대화가 끊긴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대부분의 팀원은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상대방이 대화를 시작하면 3단계인 잘 듣기 단계로 넘어간다.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감탄사를 뱉으면서 동의해 줘야 한다. 그리고 말을 장황하게 한다면 중간중간 말하는 내용을 요약해 주면 말하는 사람도 자신이 말한 내용을 확실이 이해하게 되고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 것이다.

 

4번째 단계에서는 3단계에서 도출한 문제점에 동의해야 한다. 단 결론과 원인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지각에 대해 카운셀링 중 교통체증이 문제가 됐다면 어떻게 극복하고 빨리 회사에 도착할 것인를 생각해야지, 교통체증에 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5단계는 해결책을 도출하는 단계지만 절대로 명령해서는 안 된다. 팀원이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마지막 6단계에서는 문제점부터 해결책까지 팀원에게 요약해 주고, 팀원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분위기로 끝내면 카운셀링이 완료된다.

 

 

카운셀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문제의 실제 원인을 발견하고,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직원이 제시하는 것이다. 대본을 갖고 녹음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 보는 등 연습만 열심히 한다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종필 부장은 대화의 기술은 정말로 중요하다. 계속 연습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팀장은 실수를 먹고 자란다. 지금도 실수하고, 앞으로도 실수할 것이다. 실수를 통해 배워 나가는 것이니 실수에 솔직해져야 한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