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Xbox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인하지 않은 일명 미승인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그리고 원인으로는 게임패드 보정 혜택을 받으면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하는 '컨버터' 유저들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출시된 Xbox 콘솔 버전 업데이트 이후, 유저들이 오류 코드 '0x82d60002'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오류 화면 및 Xbox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오류 코드는 승인되지 않은 액세서리를 Xbox에 연결하려고 시도했을 때 발생한다. 기존에는 무선 헤드셋의 경우만 Xbox 인증을 요구했으나, 컨트롤러까지 그 범위가 확장됐다.
0x82d60002 발생 화면 (출처: Reddit)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센트럴을 통해 11월 12일부터 미승인 서드파티 액세서리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행 이유로는 '콘솔게임 경험 손상 가능성'을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승인된 제품을 확인할 것을 권장했으며, 패키지에 인쇄된 Xbox용으로 설계되었음을 알리는 배지를 통해 제품을 판별할 수도 있다.
서드파티 주변기기 제조사 브룩 게이밍은 공식 X(옛 트위터)를 통해 자사 제품 중 일부가 Xbox의 정책 변경으로 인해 영향을 받았으며,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음을 알렸다.
브룩 게이밍이 정책 변경에 영향을 받았다고 공개한 제품 목록에는 여러 서드파티 컨트롤러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컨버터와 (주로 격투게임에 사용되는)아케이드 컨트롤러가 포함됐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모두 자동으로 연사 신호를 입력해 주는 일명 '터보' 기능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Designed for Xbox' 배지의 모습 (출처: MS)
# 게임 경험을 손상시키는 실질적인 위협, 분명 존재한다
일각에선 이번 Xbox의 정책 변경의 배경에는 남용되고 있는 컨버터 제품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소식을 접한 유저들 또한 "컨버터까지 제재하면 Xbox는 가장 이상적인 FPS 콘솔이 된다.", "막을 거면 제대로 막아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일부 FPS 게이머들이 컨버터를 이용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하면서도 게임패드 유저를 위한 조작 보정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마켓 등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키보드/마우스와 게임패드 사용을 모두 지원하는 (주로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한) FPS 게임은 일반적으로 공정한 게임의 진행을 위해 비교적 조작이 어려운 게임패드 유저에게 조준 보정 등의 혜택을 준다. 사실상 '조준 핵'을 사용하는 셈이다.
때문에 비록 대대적인 공론화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조준 보정 기능을 제공하는 FPS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컨버터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주제다. 컨버터 사용을 막으려는 개발사와 다시 뚫으려는 컨버터 회사, 끝나지 않는 창과 방패의 싸움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4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는 부정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리플레이 도구와 컨버터 사용을 감지하는 기능이 추가됐고,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대량 계정 정지 등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키보드 마우스 유저를 감지해 조작에 입력 지연을 추가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타사 주변 장치에 대한 <데스티니 가디언즈> 개발사 번지의 입장문
# 크로스플랫폼 생태계에서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이러한 '컨버터 논란'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크로스플랫폼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콘솔 기기에 컨버터를 이용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존재해 왔다. 최근 이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PC 유저임에도 컨버터를 이용해 조준 보정 혜택을 받는 유저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기존 하드웨어 방식에서 벗어나 PC 내 프로그램으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 컨버터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컨버터는 게임에서 제공하는 조준 보정 혜택을 줄 뿐 아니라 반동 제어, 전 방향 스트레이프(컨트롤이 요구되는 고급 기동 방식), 180도 시점 전환 등 플레이어의 숙련도 차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기능들을 제공한다. 입력 장치를 바꿔주는 컨버터 본연의 기능보다는 '핵'에 가까운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컨버터 홍보 영상 일부
<에이펙스 레전드>에 이용할 수 있는 한 소프트웨어 컨버터 제품을 판매하고 설정값을 공유하는 디스코드 채널.
100명이 넘는 멤버가 가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승인 컨트롤러 사용을 제한하는 Xbox의 정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Designed for Xbox'는 있어도 'Designed for PC' 인증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유비쿼터스 환경을 지향하며 PC와 Xbox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게임 패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Xbox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비단 다른 유저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해치는 컨버터와 같은 경우 뿐 아니라, 일반적인 서드파티 게임 컨트롤러 선택 폭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어 PC와 Xbox 유저 간 형평성의 문제도 우려된다.
# 플레이 경험 개선 좋지만... 부담은 결국 유저에게
레이싱 휠 추천에 빠지지 않는 트러스트마스터 T300
Xbox 호환, 즉 미인증 제품이다.
이번 Xbox의 정책 변경으로 인해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서드파티 컨트롤러를 사용 중인 유저에게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Xbox 인증 제품이 되기 위해선 제품 내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보안 칩을 삽입해야 하는데, 이전에 구매해 사용하던 제품이라면 더 이상 Xbox에서 이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향후 컨트롤러를 구매함에 있어 선택지가 좁아질 여지가 있다. Xbox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가격의 인상 또는 제품 선택지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독점 경쟁이 심한 콘솔 시장의 특성상 향후 이용하는 콘솔 기기에 따라 특정 제조사의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그룹은 격투, 레이싱 등 전용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겨온 유저들이다. 게임 플레이에 서드파티 제품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장르다. 아케이드 스틱, 레이싱 휠 등의 특수한 조작 기기는 콘솔 제조사에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인증 제품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Xbox의 정책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기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제고될 것이고, 무엇보다 Xbox 콘솔 생태계 내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다만, 그 대가로 수많은 유저들의 불편이 유발되겠지만 말이다.
첫째로 다른 게이머의 플레이 경험을 해치고, 둘째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개발력의 소모를 가져왔던 일부 유저의 신뢰 훼손은 이제 (컨버터 사용이 Xbox의 정책 변경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서드파티 컨트롤러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할 예정이다. 일부 유저의 시스템 악용이 전체의 피해로 돌아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