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새롭게 출발하는 개발사와 그들이 신작에 쏟는 열정을 소개하는 연재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웹젠에서 <뮤>를 만들고 대표까지 역임했던 김남주와 김형철 전 웹젠 재무이사, <니트로 패밀리>와 <헉슬리>를 개발한 강기종 PD와 핵심 인물들이 모여 새롭게 출발한 브리디아입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회사명: 브리디아(BRIDEA) BRilliant + IDEA, 즉 훌륭하거나 멋진, 성공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개발사를 지향한다.
설립일: 2009년 8월 7일
비전: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소규모의 인원으로 퀄리티 높은 게임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온라인 게임 전문 개발회사.
브리디아 김형철 대표이사.
브리디아 “소수정예의 날렵한 개발사로 간다”
웹젠에서 나와 함께 새출발했는데, 어떻게 뭉치게 됐나? 처음 출발은 나와 강기종 PD부터였다. 웹젠이 NHN게임스와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시점에 둘이 같이 회사를 나왔고, 의기투합하게 됐다.
현재 브리디아 직원들은 예전에 <니트로 패밀리>부터 <헉슬리>까지 개발을 진행하며 손발을 맞췄던 사람들이다. 오랜 경험을 쌓은, 잘 하는 사람들에 팀워크까지 좋으니 자연스럽게 다음 게임을 만들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10년 성공설’을 생각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 동안 있으면 뭔가 만들어내는데, 개발진들도 10년을 넘어가는 단계고 그동안 성공과 실패를 많이 했으니, 시장을 찾아갈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 이름의 뜻은? 누가 지었나? 특별히 누가 지은 건 아니다. 직원들의 의견을 모았는데 ‘브릴리언트 아이디어’를 줄인 브리디아로 결정했다. 이는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개발사가 되자’는 뜻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자는 의미다.
로고 가운데의 별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상징한다. 이 로고에는 디자인 감각이 있는 김남주 전 대표의 의견이 많이 들어갔다.
브리디아의 로고. 새롭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상징한다.
유명 개발자들이 창업해서 큰 성과를 낸 곳은 드물다. 창업하면서 각오가 있었을 텐데. 웹젠에 있으면서 중요한 요소 두 가지를 배웠다. 첫 번째로 개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야 한다는 것과 두 번째로 시장에 내놓으려면 상당한 자금과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엔 자금과 기간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래서 회사를 만들 때 ‘적은 인원으로 빨리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작은 규모의 회사가 개발에 많은 돈을 들였다가 망하면 큰일 아닌가. 그래서 10년 위주 경력자를 뽑아 적은 인원으로 좋은 퀄리티를 뽑아 내기로 했다.
1년에서 1년 반 정도에 게임을 하나씩 만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2~3년 동안 시장에서 버텨 주면 해외에 진출해 수익을 내는 게임이 될 수 있다.
게임이 임팩트가 있으면서 적은 인원으로 틈새를 뚫어 세계로 나가다 보면 회사가 단단해질 것이다. 이는 각오라기보다 콘셉트고 지금도 잘 지켜지는 듯하다. 소수 정예로 회사가 잘 되면 끝까지 갈 수 있고 애사심도 높아진다.
특정 인물 때문에 잘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되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비전은 게임 전문 개발사로 함께 즐겁게 일하고 싶은 회사다. 꿈 같은 비전이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남주 전 웹젠 대표는 브리디아에서 어떤 일을 하나? 지금 브리디아는 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김남주 전 대표의 포지션은 공식적으로는 두 게임의 개발 고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과 그래픽에 경험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과 전체 이미지 등의 자문을 많이 해 준다.
처음 출발할 때는 2명이었지만 이후 김남주 전 대표의 투자도 받았다. 덕분에 다른 개발사보다 안정적으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위메이드가 브리디아의 지분을 확보했다. 신작의 퍼블리싱이 조건이었나? 아니면 순수한 투자인가? 다른 중소 개발사에 비해 큰 규모로 투자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위메이드의 외주 형태로 개발 중인 신작 게임이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피를 섞는 게 좋겠다는 취지였다. 지분을 열어 주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서로 유대감을 강하게 하고 게임 개발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좋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만들면 서로 대박이 날 테니 그런 취지에서 지분 확보 형태로 들어온 것이다.
브리디아 설립 초기에는 <프로젝트 르네상스>(이하 르네상스)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위메이드가 투자를 제안해 왔고, 신작 개발과 관련해 계약하게 됐다. <프로젝트 시프트>로 명명된 이 신작은 새로운 장르로 준비하고 있다.
대형 개발사에 있을 때와 소규모 개발사에 있을 때의 느낌이 다를 듯하다. 그동안 내가 하던 일이 관리나 재무기획, 해외사업 개척 등이라 개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는데, 이제 직접 개발사를 해 보니까 어떻게 게임을 만드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지, 뭘 만들면 그 다음에 뭘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뭐가 필요한지 알게 됐다. 이제는 개발부터 론칭까지 어떻게 할지 알게 될 것이다. 아, 그리고 큰 회사에서 못 느꼈던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여기서 새삼 깨닫게 됐다.
그동안 개발 과정에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지만 여기선 더 잘 알게 됐는데, 작은 회사라서 가능한 것 같다. 나중에 내가 무슨 역할을 하더라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대신 여기서 어려워진 것은 자금과 브랜드 관리다.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하니까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르네상스 “심플한 하이퍼 액션 FPS를 추구한다”
브리디아 강기종 부사장.
<르네상스>는 어떤 게임인가? 90년대 유행했던 <퀘이크>나 <언리얼 토너먼트> 스타일의 게임으로 밀리터리 FPS가 아닌, 하이퍼 액션 FPS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타일의 게임이 유행한 지 이제 10년이 됐는데 질릴 유저가 제법 있겠다 생각했고, 밀리터리 FPS가 난립하면서 어떤 게임을 만들거냐는 고민에 빠졌을 때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FPS <헤러틱(Heretic)>을 즐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느낌을 기준으로 삼았다.
배경도 무작정 판타지를 고집하기 싫었다. 다양한 시대가 있지만 재미있는 시기였던 르네상스를 골랐다. 이때는 마법이 아닌 기계가 처음 등장했는데, 기계의 화력과 다빈치가 만든 느낌의 장비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개성이 강조된 캐릭터와 <퀘이크>, <언리얼 토너먼트>의 화력에 버금가는 게임을 만들자는 게 콘셉트다. FPS는 본능적인 장르다. 복잡하지 않고 시원하게 서로 싸우는 게임이기 때문에 심플하게, 더 재미있는 전투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르네상스>의 개발 인력과 기간은? 내부 스튜디오 인력은 10명 내외고, 외주 인력을 합치면 25명 정도로 일반적인 FPS 게임 스튜디오 규모다. <르네상스>의 콘셉트는 계속 갖고 있었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났다.
<르네상스>가 <헉슬리>에서 다뤘던 언리얼 엔진 3로 개발되기 때문에 빠른 기간에 개발이 가능했을 것 같다. 그렇다. 커뮤니케이션의 손실이 전혀 없다. 개발진의 대부분이 <니트로 패밀리>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사람들이라서 장단점을 서로 파악해 적응했다. 그리고 언리얼 엔진 3를 오래 썼기 때문에 연구 기간도 없었고, 팀 세팅 기간도 필요 없어서 빨리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르네상스>가 처음부터 FPS였나? TPS라고 알려졌는데. 아니다. 잘못 알려졌다. <르네상스>는 처음부터 FPS 콘셉트로 기획됐다. 우리가 잘 하던 게 그것 아닌가. 개발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플레이 가능한 버전이 나왔다. 이제 플레이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듯하다.
게임의 흐름과 진행 방식은?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보통의 FPS와 같다. 현재 6:6까지 구현돼 있는데, 레벨 크기에 따라 인원이 조절된다. 우리가 시도해 본 기술적 한계는 32:32인데, 그렇게 많으면 재미있을지 의문이다. 게임 모드는 데스매치, 팀 데스매치, 깃발 모드가 있고, 오리지널 모드는 물론 봇(bot) 매치도 제공할 것이다.
새로운 PvE 모드도 구상하고 있다. 다른 게임의 PvE는 주로 좀비들과의 싸움이지만 <르네상스>는 PvP 같은 PvE를 지향한다.
이탈리아와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실사 느낌의 환경에 캐릭터는 만화 같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 즉 강력한 캐릭터성과 특이한 배경 위에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는 <르네상스>가 아케이드 게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처음에 유저는 공화정과 교황청으로 나눠진 캐릭터 8종 중 하나를 선택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그리고 <스트리트 파이터>처럼 지도 화면에서 적 캐릭터의 지역으로 이동해 싸워 나가고 보스와 싸우면 캐릭터 보상을 받는 등 키워 가는 재미가 있다. 또한 난이도를 점점 올리며 지속적인 도전을 유도한다.
캐릭터마다 능숙하게 사용하는 무기가 달라서 성장하는 느낌도 주고, 대결 외에 미션과 챌린지도 존재한다.
<르네상스>에는 기본적으로 8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장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헉슬리>도 하이퍼 액션 FPS를 표방한 바 있다. 서로 차이점이 있을까? FPS에서 밀리터리 외의 장르를 구분할 용어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하이퍼’라는 것이 잘 쓰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슷한 게임의 이름을 붙여서 부류로 표현하는 것도 이상하니 말이다.
<헉슬리>는 전투 방식은 하이퍼였지만 MMO를 표방했고, 이번 <르네상스>는 속도감과 무기가 다르면서도 깔끔한 ‘하이퍼 액션’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의 개발 슬로건이 ‘심플’이다. 기존의 복잡함을 벗어나 심플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본 주무기를 3개로 세팅해 쉬운 액션 슈팅을 만들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저는 로켓, 레일건, 머신건, 근접무기 겸 수류탄을 사용할 수 있는데 모두 4가지 계통의 무기로 고정된다. 그리고 그 계통 밑에 여러 개로 분류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기본 머신건이 있고 그 밑으로 머신건류 무기가 여러 개 존재한다. 이들 무기는 입장 전에 한 번 선택하면 끝이고, 한 게임이 끝난 뒤 교체할 수 있다.
기본 종류 외의 무기는 옵션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줌이 더 가까워진다거나, 적중률이 더 좋은 레일건이나, 위력 100에 쿨타임이 1.0이거나 위력 50에 쿨타임 0.5 등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한도에서 유저가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캐릭터 게임이라면 성장 요소가 있나? 보통의 FPS처럼 캐릭터의 성장 요소 자체는 없고, 레벨이 존재한다. 레벨이 올라가면 더 다양한 무기와 옷을 사는 등 많은 선택사항이 생기며 부가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파워가 성장하면 재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다.
캐릭터마다 스탯이 있어서 3가지 주 무기 중 하나를 잘 쓸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 선택의 다양함을 추구하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도 계속 들어갈 예정이다.
무기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테마도 확실한 듯하다. 다빈치가 설계한 여러 무기를 콘셉트로 해서 16세기에 있을 법한 재료를 갖고 디자인했다. 거기에 연금술을 적용했고, 이를 통해 마법과 기계가 합쳐진 듯한, 일반적인 기계로는 구현하기 힘든 것들을 표현할 것이다.
<르네상스>의 주요 타깃층은? 12세 이상의 FPS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 특히 기존의 장르에 질린 유저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게 접근성이었다. FPS 게임이 워낙 많아서 유저는 그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게임에 처음 들어와서 짧은 시간 안에 즐거움에 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르네상스>는 FPS 유저가 아니라도, 정확한 조준을 하지 않아도, FPS의 느낌이 날 수 있고, 고수는 더 좋은 점수를 낼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서비스는 언제쯤 시작할 예정인가? 한국은 올해 말 CBT, 내년 2분기쯤 OBT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해외로 먼저 나갈 가능성도 있다. 장르 특성상 북미와 유럽의 선호도가 높아서이기도 하고, 실제로 현재 해외 퍼블리싱을 위해 접촉하는 곳이 있다. 언어 장벽이 크지 않은 장르라 올해 안으로 한두 곳과 계약할 것 같다. 우리가 직접 서비스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개발자보다 유저의 눈높이에 맞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베타테스트부터 유저 의견과 바람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지금도 플레이 버전을 외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의견을 받고 있다. 그걸 반영하면 재미있어지는 게 보인다. 많은 관심과 질책을 준다면 즐겁고 재미있는 게임이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