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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유저가 직접 '한국어 번역가'를 정하는 게임이 있다?

켄시 2, 커뮤니티 통해 번역가 선정과 관련한 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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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3-11-21 15:18:18
"한국어 번역가 선정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영국의 인디게임 개발사 '로파이 게임즈'에서 개발되고 있는 <켄시 2>가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직접 수렴해 한국어 번역가를 정하고자 한다고 알렸다. <켄시 2>는 소규모로 개발되는 인디 게임인 만큼, 보다 게임의 정체성에 걸맞은 번역가를 유저의 의견을 확인해 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어 외에도 개발진은 터키, 이탈리아, 폴란드어 번역자를 유저 의견을 수렴해 정할 예정이다.

개발진은 지난 몇 주간 번역자를 찾았으며,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한국어 번역가 최종 후보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자연스러운 번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만큼 실제 플레이어의 의견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했다.

투표는 영어 원문에 대한 세 명의 번역자의 번역을 직접 보고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번역가는 신원 보호를 위해 각각 A, B, C로 지칭되며, 번역가에게는 의도적으로 게임 내 용어 목록이 제공되지 않았다. 개발진은 "번역가는 고유 명사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여러분이 잘 알고 익숙한 용어나 명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번역가를 평가해 주지 말라"고 했다. 번역가는 오직 영어 위키 페이지만 참고해 해당 원문을 번역했다.

스팀 커뮤니티에 게시된 테스트 번역문은 총 다섯 가지다. 공개된 원문과 각 번역자들의 번역 예시를 하나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켄시>

- 원문

The first rule of Catcrawlers: Don't try to play Catcrawlers. No, you've gotta breathe Catcrawlers, feel it in your bones. Don't even attempt to tug those digits 'til you've charged those wedgers, because you sure as hell can't lick a SPADE 'til you've understood the stone die on a spritual level. Yes, the depth of Catcrawlers will be beyond most in these outlands. So, let's get started…

- 번역가 A

지금부터 캣야바위 고수가 되기 위한 기본 수칙, 설명 들어간다! 얼렁뚱땅 대충 플레이할 생각은 애초에 접어. 뼛속까지 캣야바위꾼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뜻이야! 영혼을 탈탈 털어 대가리가 깨질 때까지 이해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승리의 영광을 누릴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제발 돈 지랄할 생각 말고, 제대로 공부 좀 하고 땡기라고. 시시한 여느 게임보다는 캣야바위가 몇백 배 꿀잼이란 건 이 지역에선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자, 그럼 고고씽!

- 번역가 B

캣크롤러의 첫 번째 규칙: 캣크롤러를 플레이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아니, 너희들은 캣크롤러를 호흡하고 뼛속 깊이 느껴야만 한다. 돌 주사위를 영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전까지는 스페이드를 빨을 도리도 없을 테니 통을 채우기 전에 숫자를 뽑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마라. 그러하다, 캣크롤러의 깊이는 오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뛰어넘는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 번역가 C

캣굴리기의 첫 번째 규칙은, 캣굴리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굴리는 것이 아니라 숨 쉬듯 자연스럽게 패의 흐름을 뼛속 깊은 곳으로부터 느껴야 한다. 돌 주사위의 움직임을 영혼으로부터 이해하지 못하면 ‘일확천금’을 맛볼 수는 없으니, 똥꼬에 힘이 충분히 들어가지 않았다면 패를 뽑는 건 꿈도 꾸지 마라. 그래, 이 지역 밖의 필부들이 감히 캣굴리기의 심오함을 이해할 수는 없을 테지. 자, 이제 시작해 보자...


개발진은 "어떤 역할이든 지원에는 많은 스트레스가 따르고, 번역가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정중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보내 달라"라며 "모든 분들의 피드백을 신중하게 고려하겠으나, 결정 과정이나 최종 선정 이유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켄시>의 스팀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앞선 사례 외의 테스트 번역문이나,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글 폼 양식 링크를 확인할 수 있다.

<켄시>는 2013년 3월 20일 출시된 샌드박스, 생존 인디 게임이다. 6년 간 메인 개발자 '크리스 헌트'가 홀로 개발하다 팀원을 모집했으며, 2018년 12월 6일 정식 출시됐다. <켄시>는 와패니즈 요소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융합한 독특한 배경 설정과 자유로운 샌드박스 시스템으로 스팀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6만 4천 개의 평가를 통해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개발사는 후속작 <켄시 2>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