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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메타버스 플랫폼에 게임법 적용 시사한 문체부, 업계는 '반발'

정의는 명확하지 않지만 게임은 아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안규현(춘삼) 2024-01-19 17:28:35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이하 협회)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게임산업법 적용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무슨 일일까?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국내 주요 메타버스 사업자들이 가진 '메타버스에 대한 게임물 규제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체부는 메타버스 내 게임 게임이 포함된 경우 게임산업법을 적용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업계는 즉시 반발했다.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이하 협회)는 19일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닐뿐더러, 문체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메타버스 산업이 무너진다."라며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에는 네이버, 삼성전자, 통신 3사 등 국내 주요 메타버스 업체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게임산업법이 적용되면 지금과 어떤 차이가 생길까.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게임 콘텐츠가 포함되어 게임물로 분류되면, 사업자는 게임산업법 제12조 3항에 따라 ▲이용자 회원가입 시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 인증 ▲청소년 회원가입 시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확보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물 이용방법·이용시간 등 제한 등 게임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같은 법 제 21조에 따라 게임물 등급분류 또한 받아야 한다. 현재 게임 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하거나,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경우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등급을 받아야 게임물을 제공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이러한 게임산업법 규제가 적용되더라도 이것이 '산업을 무너뜨리는' 과도한 규제가 될지는 의문이다. 게임 업계에는 이미 메타버스 플랫폼처럼 유저 제작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게임들이 다수 서비스되고 있다.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픽게임즈의 통계에 따르면, <포트나이트>는 전 세계 5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40%는 에픽게임즈가 제공하는 에셋으로 만든 유저 창작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포트나이트>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국내 연령등급 분류를 받아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국내 기준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유저 제작 콘텐츠를 관리하기 위해 국제등급분류연합(IRAC)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비슷하게 유저 제작 콘텐츠 위주로 돌아가는 <로블록스> 또한 마찬가지다. 2022년 말 기준 70개의 유저 제작 콘텐츠가 10억 방문 수를 기록했고, 2022년 1년 간 580만 개의 새로운 유저 제작 콘텐츠가 등록됐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각 연령 카테고리에 대한 콘텐츠의 적합성을 결정하기 위해 아동 발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만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국내 서비스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구글과 애플의 등급분류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제트의 <제페토>에선 유저가 만든 다양한 '월드'를 즐길 수 있다. 300만 명 이상이 이용한 <점프 마스터>는 수직 구조의 장애물을 이동과 점프 버튼을 이용해 등반하는 월드다. 

<점프 마스터>에서 정상에 빠르게 도달하면 보상으로 젬(유료 재화)을 얻을 수도 있다. 결제 또는 월드 플레이를 통해 얻은 젬은 꾸미기 아이템을 뽑는 것에 사용할 수 있다. 어딘가 익숙한 구조다.

유저 제작 콘텐츠는 <포트나이트>에선 맵, <로블록스>에선 체험, <제페토>에선 월드라고 부른다. 공통점이라면 세 플랫폼은 모두 유저 사이의 커뮤니티와 다양한 유저 제작 콘텐츠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제페토> 내 인기 월드인 <점프 마스터>

<점프 마스터> 내에 있는 확률형 아이템(캡슐) 구매 화면

협회 최용기 부회장은 지난 8월 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의 정의'에 대해 묻는 질문에 "메타버스는 한정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이 메타버스 세상이며, 이를 구현하는 기술이 메타버스다."라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NFT·비트코인 등 모든 기술이 융합해서 만들어진 디지털 혁명의 결집체"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제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더 이상 새롭고 낯선 무언가가 아니다. 그러나 메타버스 광풍 이후로 3년이 되어가는 시점임에도 용어의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게임과 그 실질이 유사하지만, '게임이 아닌 무언가'라고 한다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걸까.

협회는 대안으로 '업계 내 자율규제'를 제시했다. 지속적인 메타버스 산업성장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산업계 중심의 자율규제 시스템을 만들고, 곧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자율규제 협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최용기 부회장은 "엔데믹을 지나 겨우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 메타버스 산업이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성장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범부처적인 관심과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