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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종합] 가장 핫한 멀티플레이 게임에 찾아왔던 역대급 위기

헬다이버스 2 ‘PSN 계정 연동 사태’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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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4-05-07 15:50:48
올해 가장 핫한 멀티플레이 타이틀 <헬다이버스 2>에 발생한 최근 논란이 화제다. 2~3일 사이 20만 개가 넘는 부정 리뷰를 끌어모아 곤두박질쳤던 게임 평가가 다시 '긍정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역동적 상황에 적잖은 유저가 궁금증을 느끼고 있다.

사태의 배경에는 퍼블리셔인 소니가 PC 유저들에게 요구한 'PSN 계정 연동' 정책, 애로우헤드의 미흡했던 사전 대처, 그리고 <헬다이버스 2> 커뮤니티 매니저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 일련의 사태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봤다.

<헬다이버스 2>의 긍정/부정평가 그래프


# 사건의 발단

발단은 지난 5월 3일 소니가 <헬다이버스 2> PC버전 이용자를 상대로 ‘PSN 계정 연동 필수’ 정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PSN은 소니 PS 콘솔의 온라인 서비스다. 소니는 스팀의 <헬다이버스 2> 페이지에 업로드한 공지에서 “<헬다이버스 2> 출시 당시 기술적 문제로, 스팀 계정을 PSN 계정과 연동하지 않은 사례들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곧 이 규정이 바뀔 예정”이라고 적었다.

이어 “5월 6일부터 스팀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모든 신규 플레이어는 스팀 계정을 PSN 계정과 연동해야 한다. 스팀 기존 플레이어는 5월 30일부터 필수 로그인 요청을 받게 되며, 6월 4일까지 스팀과 PSN 계정 연동을 완료해야 한다. 다음 링크를 통해 간단하게 PSN 계정을 무료로 설정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해당 안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PSN 연동 정책은 원래 출시 시점에 적용되었어야 할 정책이었다. 그러나 출시 초기 접속 불안 등 기술적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전투 통계 등 몇몇 인게임 기능과 함께 PSN 연동 기능 역시 잠시 배제됐다.

애로우헤드의 요한 필레스테드트 CEO는 이에 대해 “서버 이슈로 인해 출시 후 수 시간 뒤에 이뤄진 조치로, 나의 결정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도 게임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커뮤니티에 이것을 임시로 유예할 예정이며 이후에 재도입하겠다고 알렸다”고 설명했다.



# 유저 불만의 원인

그러나 필레스테드트 CEO의 안내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다수 유저는 PSN 연동 정책에 ‘갑작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당혹을 표하고 나섰다. 그가 인게임 밸런싱이나 기타 기술적 이슈 등을 알리는 데 있어서는 유저 커뮤니티와 활발히 소통했던 것을 생각할 때 분명 아쉬운 행보다.

한편 소니는 PSN 연동의 필요성에 대해 “플레이어를 보호하고 PS 및 PS 스튜디오 게임에 적용하는 안전과 보안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청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방해하는 플레이어의 이용을 제한하여, 이런 플레이어로부터 여러분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애로우헤드 측의 더 구체적 설명에 따르면, PSN이 연동되어있지 않을 경우, 소니는 PC 플랫폼 상에서 문제적 유저들을 자기 재량으로 배제할 수 없다. 대신 밸브에 밴 요청을 보내 이것이 승인되길 기다려야 하는 만큼,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유저 관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처라는 의미다.

그러나 PS를 보유하지 않은 유저들, 그리고 사적 정보 제공에 민감한 서구권 유저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바로 터져 나왔다. 지난 2011년 소니가 보안 소홀로 유저 7,700만 명의 정보를 유출당한 사건을 재소환해 ‘플레이어 보호’ 명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48개로 구분된 전 세계 권역 중, PSN가입이 불가능한 지역이 177개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저 커뮤니티의 반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 유저들은 조치 이후로 강제로 게임에서 퇴출당할 처지가 되었고, 이에 유저들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PSN 연동 정책 발표 이후 PSN 이용불가 지역들에서는 스팀 내 <헬다이버스 2> 판매가 중단됐다.


# 커뮤니티 매니저 ‘스피츠’의 기묘한 활약(?)

<헬다이버스 2> 유저들의 불만 표출에 불을 지핀 여러 요소 중 하나는 <헬다이버스 2> 디스코드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활동하는 인물 ‘스피츠’(Spitz)의 언사였다.

우선 스피츠는 <헬다이버스> 1편 커뮤니티에서부터 열성적으로 활동한 끝에 애로우헤드에 커뮤니티 매니저로 고용된 인물이다. PSN 관련 공지가 이뤄진 이후 그는 ▲해당 정책이 출시 이전부터 결정됐다는 사실 ▲유저들에게 정책 도입이 안내되어 있었다는 사실 ▲정책이 소니 측의 결정이며, 애로우헤드는 관여할 수 없다는 사실 등을 이야기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이후의 발언이다. 계속된 설전 끝에 그는 유저들을 향해 “몇 분이면 만들 수 있는 서드파티 계정을 요구하는 게임은 그동안도 많았다. 2분 동안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해 계정을 만들고 잊어버리면 될 일이다. (불만이 있으면) 스팀 리뷰를 비추천으로 바꾸고, 불만 표현이 통하는 플랫폼에 가서 불만을 표출하라”며 고압적으로 이야기했다.

문제가 된 '스피츠'의 발언

노골적 적대 행동에 유저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스피츠는 결국 다음날 사과했다. 그는 “부정적 발언에 영향을 받아 몇몇 분들에게 안 좋은 태도를 보였고, 그것은 내 잘못이다”라며 “어제 발언 당시에 나는 PSN 계정을 생성할 수 없는 국가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쉬운 일인 것처럼 말한 것을 깊게 후회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피츠는 ‘디스코드가 아닌 스팀 플랫폼에서 부정적 의견을 표출하라’는 전날의 입장은 여전히 고수했다.

그는 “나도 이번 정책이 즐겁지 않다. 리뷰를 ‘부정적’으로 바꾸라는 어제의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불만을 표현하는 데에는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이 있고, 디스코드에서 개발자 혹은 커뮤니티 관리자를 공격하는 것은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해결법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스피츠는 발언에 사과하면서도 '스팀 부정평가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라'는 권유는 멈추지 않았다.


# ‘부정 리뷰 폭탄’과 결정 철회

스피츠의 발언이 정말 도화선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스팀 플랫폼에서는 <헬다이버스 2> 유저들의 리뷰 폭탄이 이어졌다. 20만 개 이상의 부정 리뷰가 달리면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던 게임의 평가가 5월 5일 기준 ‘압도적으로 부정적’으로 급속 하락한 것.

결국 같은날 필레스테드트 CEO는 SNS를 통해 유저들의 뜻을 확인했다며 ‘소니와 해당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날인 5월 6일 PS 측은 SNS 공식 계정 등을 통해 <헬다이버스 2>의 PSN 계정 연동 요구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소니는 “우린 아직도 PC 플레이어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배워나가는 단계이며, 이번 피드백은 매우 귀중했다. <헬다이버스 2>를 위한 성원에 감사드리며, 향후 계획 역시 계속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필레스테드트 CEO 역시 소감을 전했다. 그는 “<헬다이버스 2> 커뮤니티의 의지와 단합력에 놀랐다. 그리고 PSN 연동을 유저 선택으로 남기는 결정을 빠르게 내려준 PS의 파트너 및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우리는 함께 라이브게임의 새 기준을 정하고자 한다. 개발사와 커뮤니티가 서로를 지지한다면 최고의 게임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사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스피츠도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 반대함으로써 변화가 일어났다. 부정적 리뷰와 피드백이 결정 번복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이야기했다.

소니의 정책 철회 선언 트윗


# ‘훈훈한’ 결말일까?

<헬다이버스 2> 유저 커뮤니티는 사태의 귀결에 환호하고 있다. 유저 커뮤니티가 공통 목표에 달려들어 빠르게 성과를 내는 상황은 공교롭게도 <헬다이버스 2>의 주된 게임플레이 메커니즘과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어 유저들은 ‘소니로부터 게임을 해방했다’며 기뻐하는 실정이다.

필레스테드트 CEO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이번 사태를 ‘한 때의 해프닝’으로 묻어두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부정적’으로 치달았다가 다시 회복 중인 스팀 내 게임 평가 그래프를 인게임 코스메틱 아이템으로 만들자는 한 유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는 여전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우선 필레스테드트에 따르면 소니의 ‘PSN 연동’ 요구는 8년 전 성사된 계약 당시에는 구체화하여 있지 않았던 사항이다. 필레스테드트는 “개발을 하다보면 퍼블리셔의 요청이 더해지기 마련이며, 이것도 그중 하나”라고 전했다. 스피츠에 따르면 PSN 연동 정책은 출시 6개월 전에 구체화하였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퍼블리셔의 변덕’에 의해서 촉발된 문제로만 조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PSN 연동을 임시 비활성화했던 출시 초기, 개발사가 더 적극적으로 이를 유저에게 알렸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 필레스테드트 CEO 역시 “나 역시 책임이 있다. (계정연동) 요구에 대해 유저들에게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헬다이버스 2> 출시 직후부터 PSN 계정 필요성은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점에서 애로우헤드 역시 면죄부를 가진다고 보기 힘들다.

소니의 대처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개발사에 따르면 스팀 플랫폼에서의 게임 판매 정책은 애로우헤드가 아닌 소니가 주관하는 사항이다. 소니가 PSN 연동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다면 PSN 미지원 지역에 한해서는 <헬다이버스 2>를 아예 판매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문성 부족한 커뮤니티 매니저를 고용해 사태를 심화한 애로우헤드 스튜디오의 인사 감각도 문제 삼을 만하다. <헬다이버스 2> 출시 초기에도 애로우헤드가 고용한 커뮤니티 매니저 ‘트윈비어드’가 유저들과 큰 마찰을 빚어 논란을 낳았던 바 있다.

그러나 스피츠와 트윈비어드 모두 커뮤니티와 성공적으로 화해한 뒤 디스코드에서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묘한 귀감이 되기도 한다. <헬다이버스 2> 팬덤이 앞으로도 이해 당사자 간의 마찰을 극복하며 역동적 커뮤니티로 남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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