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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어린이날 아동 음란물 전시? "문제는 게임 아닌 반사회적 2차 창작"

두 곳의 게임 소비자단체 "게임 이슈 아니다"... 킨텍스는 관리 강화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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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일(깨쓰통) 2024-05-07 18:34:45
지난 어린이날,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2차 창작' 중심의 서브컬처 행사에서 '아동 음란물'이 연상되는 창작물이 전시·판매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행사에서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여러 게임의 2차 창작물(공식이 아닌 유저가 직접 만드는 창작물)이 전시되었다. 이중 일부 참가자 부스에서 주최측 공식 규정은 물론, 사회 통념에도 반하는 수위의 창작물이 올라와 경찰 신고가 들어갔다. 이 사건은 연휴기간 보도되면서 단순 해프닝을 넘어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는 상황이 되었다. 

이 사건을 접한 전문가와 유저들은 이를 게임과 서브컬쳐의 문제로 오인할 가능성에 대해서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그리고 '2차 창작'의 문제적 이용에 대해서 선을 넘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 
수도권 서브컬처 행사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는 킨텍스는 관리·감독의 강화를 시사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김재석, 김승준 기자


# 그날 킨텍스, 2차 창작 콘텐츠 판매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5월 4일과 5월 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이 날 행사는 전시 공간 대부분이 '최대 15세 이용가' 수위의 애니메이션/게임 관련 2차 창작 콘텐츠 전시와 판매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행사장 일각에서는 '어른의 특별존' 이라는 이름의 성인전용 전시&판매 코너가 운영되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일부 전시에 문제가 발견됐다.

'어른의 특별존'은 밖에서는 볼 수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만 운영되었다. 입장객 대상으로 신분증 검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성인이 아닌 관람객은 입장이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주최측은 공식 규정을 통해서 '허락을 받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공간 내 사진 촬영을 금지시켰다.

'어른의 특별존' 입구. 밖에서 볼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이었으며, 출입자들은 모두 신분증 검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4일 오후부터 게임 관련 커뮤니티와 X(구 트위터)에는 '어른의 특별존' 내부 및 전시물 관련 사진이 퍼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 '어른의 특별존' 공간에 전시된 일부 디스플레이 품목, 그리고 판매된 일부 상품들이 명백하게 '사회 통념에 반하는' 높은 수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외부로 알려진 것이다. 

일부는 게임 설정상 '미성년자'인 캐릭터들을 대상으로 한 수위 높은 성인물이었고, 일부 상품에는 '어린이'라는 명칭을 쓴 경우도 있었다. 

X 등을 통해 밖으로 퍼진 전시물 사진의 일부

대놓고 '어린이'를 표기한 상품 홍보 이미지

사진이 대중에 공개되자 경찰에는 신고가 접수되고, 주요 방송사들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번 이슈는 크게 확산되었다. 4일 오후, 일산 서부경찰서는 "킨텍스에 아동 음란물 패널이 전시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경찰은 해당 전시가 '성인 대상 전시 공간'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철수했다. 경찰은 이후 관련 법상 문제가 없는지 따지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JTBC, TV조선, YTN 등 국내 방송사들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7일 오전에는 공중파인 MBC에서도 관련 보도를 진행했다. 

이번 이슈는 주요 언론 미디어들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 게임 소비자 단체들 "본질은 게임이 아닌 '문제적' 2차 창작"

사건 이후, 두 곳의 게임 소비자 단체는 문제의 본질을 게임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다.

한국게임소비자협회는 게임 콘텐츠의 비공식 2차 창작 문화에 사회적 상규를 넘어서는 문제적인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적" 2차 창작이 일부 커뮤니티를 통해 지지를 받는 상황을 지적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해당 사건 자체를 "게임 이슈"로 보고 있지 않았다.

두 곳은​ 이번 사건으로 발생한 이슈가 '게임' 그 자체에 번지는 것을 우려하는 입장을 덧붙였다.

한국게임소비자협회장 김민성은 "문제의 근원이 게임이라는 매체가 아닌 반사회적, 배타적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건강한 게임 문화 형성을 위해 이러한 커뮤니티를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이철우 변호사는 "사용자의 2차 창작에 관한 사안으로 공식적인 게임 이슈로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사건이 게임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검열로 번진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킨텍스, 향후 성인 콘텐츠 전시에 대해 신경쓸 것

해당 행사가 열린 킨텍스에서는 이번 이슈에 대해 "향후 성인 콘텐츠 관련해서는 조금 더 신경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킨텍스의 한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성인 전시' 자체의 운영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이번 행사에서 킨텍스는 공간 대여를 해줬고, 주최자가 따로 있는 행사였기에, 사전에 모든 콘텐츠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성인 콘텐츠 전시에 조금 더 신경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아마 향후 전시 임대를 진행하는 부서에서는 성인 콘텐츠 전시 관련해서 좀 더 타이트하게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앞으로 예정된 관련 전시에서도 이번 사례로 확인된 문제 의식에 대한 공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계획된 전시가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일은 없지만, 주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행사 주최측이 올린 공지 일부

한편, 이번 2차 창작 행사 주최측은 5일 공지를 통해 "문제가 된 '어른의 특별존'은 법적인 검토를 거친 가이드라인을 준비했지만, 행사 규모에 비해 관리 인력과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탓에 문제의 소지가 될 부분을 일부 놓친 경우가 있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행사 주최측은 차후 개최 예정인 행사에서는 충분한 준비를 갖출 때까지 '어른의 특별존' 같은 공간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