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경 시작된 트럭 시위를 필두로 그 어느 때보다 게임 이용자와 게임사 간의 갈등이 뜨겁다. 게임 관련 법과 등급 분류 방식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도 크다. 이용자들의 행동이 등급분류의 민간 이양과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고지와 관련한 게임법 개정안을 끌어내는 등 이런 흐름이 실제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민원이나 국민청원을 통해 생겨난 결과일 뿐이라는 시선이 있다. 이에 게임이용자가 정책 참여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너진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미리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6월 28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게임이용자의 정책 참여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열었다.
게임위 김규철 위원장은 “아시는 바와 같이, 지난 25년 정도 MMORPG와 같은 게임이 나왔고, 그 동안 게임 시장이 커졌다. 한국 이용자들의 공이 지대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용자와 게임사 간 불균형이 있다. 아시다시피 최근에 마차 시위로부터 비롯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은 사실이고, 게임위도 관리의 입장에서 제대로 대응치 못한 점을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계기가 있지만,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해 이를 대표하는 분들, 전문가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내시는 이야기를 잘 듣겠다”라고 말했다.
게임위 김규철 위원장
토론회에서 첫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한앤율의 성수민 변호사는 제도권 내의 게임이용자 정책 참여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게임은 전 세계 약 33억 명, 세계 인구의 42.5%가 즐기는 문화다. 국내의 경우 게임 이용률은 63%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이어진 갈등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법 내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보니 청원, 시위, 민원, 소송 등이 잇따랐다.
게임 이용자들이 이슈가 있었을 때 적용받을 수 있는 법은 게임산업법 14조, 콘텐츠산업진흥법의 몇몇 조항, 전자상거래법 등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강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은 아니다. 공공기관에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민원법은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 대한 특정한 구제 절차는 없다.
법무법인 한앤율 성수민 변호사
즉, 현행법을 보면 게임이용자의 권익침해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 절차나 소통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들에 따라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제도권 내 이용자들이 직접적으로 정책에 참여할 방안도 부재하다고 여겨진다. 직접적인 소통 창구 역시 없다.
정책 참여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을 제안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원스톱 지원센터 설치다. 게임이용자들의 민원은 현재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 있다. 사행화 관련 민원은 게임이용자보호센터로, 확률형 아이템은 법 개정 이후 문체부 게임위에서 받고 있다. 아이템 관련해서는 콘진원,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곳으로 민원이 분산되고 있다.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이 어디에 민원을 넣어야 효력을 얻을 수 있을지 혼란해하는 상황이다. 이런 게임 이용자들의 민원 창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의 설치다. 방송법에 명시된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와 비슷한 개념이다. 게임이용자 권익보호센터 내 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를, 일정 기준의 게임사에는 이용자의원회를 두도록 하여 관련 사항에 대한 심의 및 논의나 게임사와 이용자 간 쌍방향 소통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민간으로 이양될 등급분류에 관련해서는 재분류 등 사후관리 시 다양한 연령의 이용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게임 이용자가 정부 및 게임사와 소통할 수 있는 제도와 창구를 마련해, 게임 이용자가 정책 참여 과정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게임이용자 이슈 관련 법 제도의 현황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게임 전문 변호사이자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 이철우 변호사는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와 정책 참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대두된 이용자 권익 보호의 필요성은 2020년 경부터 불거진 일부 사업자의 이용자 기만행위, 정책 결정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발생한 트럭 시위와 같은 이용자의 집단 행동으로 인해 강조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용자들은 국민동의청원, 국민감사청구, 집단 민원제기와 같은 행동으로 의견을 전해 왔다. 최근에는 행정심판 및 단체소송 제기나 이용자 협회 혹은 단체를 통한 공론화도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은 이미 나온 결과에 대해 사후적으로 이루어진 항의성 행동에 가깝다. 이런 불편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 혹은 법 수립 과정에 있어 이용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자의 정책 참여 수단이 필요한 이유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
현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정책 수립 과정에 이용자가 전문가로 참여하거나, 결정 과정이 조금 더 빠르고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의견수렴 제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교육되고 홍보되면 더욱 많은 이용자와 사회 주체가 정책결정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개진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책이라는 것은 많은 부분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용자 대표가 의견을 내거나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사용하면 “누가 이용자를 대표하느냐”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소비자 협회가 모여 상황마다 대표를 추천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철우 변호사는 “누가 게임이용자를 대표하느냐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지만, 누구도 이용자를 대표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이야기했다.
궁극적인 기대 효과는 다음과 같다. 의견 반영을 통한 권익 보호 증진 및 정책 서비스 만족도 향상이 있다. 정부 및 유관기관에 대한 신뢰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스스로 결정에 관여한 정책을 준수함에 따라 올바른 게임이용문화 조성을 바라볼 수 있다. 상호 신뢰를 통해 궁극적으로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참여 활성화 방안
예상되는 기대 효과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게임 이용자의 정책 참여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YMCA 게임소비자센터 송수현 팀장은 소비자단체가 정부와 소비자 사이에서 가교 및 조정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와 지자체에 등록된 소비자단체는 여러 역할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는 정책 제안의 공개 모집이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는 정책 형성에 대한 필요한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봤다. 몇몇 지자체에서 진행된 청년 참여 거버넌스 실패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견을 하나로 통합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내 권익보호센터 설치가 예시가 될 수 있다. 다만, 게임위는 인력과 예산 등의 여유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민간, 학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 설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상임위원회가 소비자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 정책으로 기획하고, 게임위가 이를 보조하는 것이다.
김민성 한국소비자협회 대표
‘게임 이용자 권익보호센터’ 설립과 관련한 의견에 대해서는 설립 전 유사기관과의 관계를 정립해 게임이용자의 혼란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용자 의견 수렴에 관해서는 정부-산업계-이용자가 모이는 권익보호위원회를 만들어 정책에도 소비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한음 게임위 소장은 게임 이용자를 넘어 그 외의 국민의 의견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대국민 설문, 조사 등의 소통 창구 제도화와 연구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최근 발족하고 있는 게임이용자 협, 단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게임이용자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용자의 권리와 요구를 담는 것은 중요하지만, 특정 게임이나 계층 이용자가 과대표된다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