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장을 논할 때 광고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더욱 더 마케팅 의존도와 비용 경쟁이 심하다. 마케팅 전략 없이 순수 재미만으로 다운로드, 매출 경쟁에서 이기는 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든다. 어떤 게임들이 광고 시장을 쥐고 있는가. 주요 시장인 한국, 미국, 일본에선 어떤 게임들이 광고 영향력이 컸는가. 어떤 광고 플랫폼이 비중이 컸을까. 센서타워가 "전 세계 모바일게임 광고 트렌드 인사이트"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센서타워의 데이터와 기자의 최근 취재 내용을 기반으로 게임 광고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유튜브를 포함한 많은 플랫폼에서 <라스트 워: 서바이벌> 광고를 많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같은 게임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기자 또한 봤다. 퍼스트펀이 출시한 전략 게임 <라스트 워>는 한국과 일본을 중요한 시장으로 삼고, 신규 플레이어 유치를 위해 광고에 많은 투자를 이어왔다고 한다.
2024년 2분기 기준, <라스트 워>는 한국 시장의 애드몹과 틱톡에서 가장 높은 광고 점유율을 기록한 모바일게임이었다. 일본 애드몹과 유튜브에서도 가장 많이 광고를 집행한 게임 1위가 <라스트 워>다. 광고에 매우 적극적인 투자를 한 셈이다.
이에 버금가는 수준의 게임이 <버섯커 키우기>였다. 2024년 2분기 기준, 일본 애드몹에서 2위, 일본 유튜브와 한국 애드몹에서 3위 수준의 모바일게임 광고 점유율을 보여준 타이틀이 <버섯커 키우기>다. 알고리즘이 당신에게만 이 게임들의 광고를 많이 보여준 게 아니라, 광고 점유율 자체가 높았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좌우로 캐릭터를 옮겨가며 팀을 불리거나 무기를 강화하고, 몰려오는 적에게 맞서는 <라스트 워> 광고는 광고 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는 소재를 잘 녹여낸 사례로 손에 꼽힌다. 내가 하면 더 잘 할 것 같은데-라는 마음을 자극하는 의도된 엉성한 플레이와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적과 레벨, 게임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구성이 담겨, 다운로드를 이끌어냈다.
<라스트 워> 광고가 많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국산 게임 중에서도 일부 게임들은 '페이크 애드' 즉 가짜 광고 전략을 사용할 때, <라스트 워> 광고를 노골적으로 차용했을 정도다.
그럼 광고에 돈을 그렇게 많이 투자했는데, 그만큼의 효과를 봤을까?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라스트 워>는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가장 많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타이틀이었다. 한국에선 1억 5천만 달러(약 2,062억 원)의 인앱 구매 수익을 내며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 수익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 상위권에서 오래 경합을 벌인 <리니지M>과 <버섯커 키우기>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이하 나혼렙) 또한 한국 모바일게임 광고 시장에서 강세를 드러냈다. 지난 5월 8일 출시된 <나혼렙>은, 5월 한 달 동안 한국 시장의 애드몹, 유튜브, 페이스북 등 여러 네트워크에서 모바일 광고 점유율 1위에 여러 차례 올랐다.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도 <나혼렙>은 많은 광고를 집행했고, 5월에는 일본 유튜브 모바일게임 광고 점유율 2위에 올랐다.
<나혼렙>은 기존 웹소설, 웹툰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과 각 지역에 맞춘 광고를 기반으로, 출시 첫날 한국,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여러 시장에서 iOS,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5월 한 달 중국 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모바일 액션 게임이기도 했다. 2024년 6월 23일까지 <나혼렙>의 글로벌 누적 수익은 8,000만 달러(약 1,100억 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5월에 출시된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수익이다.
취재를 하며 개발사들을 만나다 보면, 장르와 규모에 관계 없이 '미국 시장'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그만큼 규모도 크고, 게임사들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규모의 광고 지출을 해야 경쟁이 가능한 것일까?
2024년 2분기 미국 시장의 애드몹, 애플 서치 애즈, 앱러빙, 리프트오프 모두에서 <모노폴리 GO!>는 광고 점유율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한편, 미국 애드몹에서 2위, 앱러빙에서 광고 점유율 3위를 기록한 <매치 팩토리>는 광고 점유율이 크게 성장한 사례 중 하나다.
2023년 4월에 출시된 <모노폴리 GO!>는 이후 디지털 광고 지출을 늘려왔다. 2023년 8월엔 미국 시장에서 지출한 금액만 1,450만 달러(약 199억 원)로 급격하게 증가했고, 같은 달에 글로벌 인앱 구매 수익은 2억 달러(약 2,750억 원)에 달했다. 지출만 큰 게 아니었다는 의미다.
2023년 8월 이후엔 광고 지출이 줄어들었지만, 게임의 수익 성과는 유지됐다. 게임에 남은 유저들이 적지 않았고, 인앱 구매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모노폴리 GO!>는 2024년 6월까지 전 세계에서 28억 달러(약 3조 8,500억 원) 이상의 누적 수익을 달성했다. 미국 시장에서만 22억 달러(약 3조 250억 원)에 달하는 인앱 구매 수익을 기록했고, 누적 광고 지출은 1억 달러(약 1,374억 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광고 투자 수익률(ROI)이 무려 2,100%에 달했다고 한다.
만약 미국 시장, 특히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을 겨냥하고 있는 게임들이 있다면, <모노폴리 GO!>를 포함한 소위 잘 나가는 게임들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개발사들과 만나며 가장 많이 들어온 두 번째 주요 시장은 일본이었다. 장르에 따라선 미국보다 일본을 메인 시장으로 노리는 게임도 많았으며, 특히 서브컬처 게임들은 종주국(?)에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다이 남코가 2024년 5월 중순 일본에 출시한 <학원 아이돌마스터>(이하 학원마스)는, 출시 이후 광고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유튜브에서 광고 점유율 2위를 몇 주 간 차지하며, 5월 기준 일본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광고 점유율을 기록한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학원마스>의 광고는 게임 콘셉트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아이마스> IP의 인기, 학원이라는 테마와 캐릭터 아트 등이 강조됐다. 적극적인 광고 집행으로 출시 당일 일본 iOS,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출시 2주 만에 다운로드 160만을 돌파하며, <라스트 워>를 제치고 일본 시장에서 5월에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모바일게임으로 등극했다.
2024년 상반기 게임사들은 미국 시장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인기 광고 네트워크에 6억 5,000만 달러(약 8,937억 원)의 광고 비용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전략 게임과 RPG의 광고 지출은 각각 35%, 28%를 차지했을 정도로 강세였다.
같은 기간 전략 게임은 미국 시장에서 20억 달러(약 2조 7,496억 원)의 인앱 구매 수익을 올리며 830%에 달하는 광고 투자 수익률(ROI)을 기록했다. RPG는 12억 달러(약 1조 6,495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 600% 이상의 광고 투자 수익률(ROI)을 기록했다.
전략 게임, RPG와 같은 미드코어 게임이 주로 광고를 집행한 네트워크는 유튜브였다.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지출된 모바일 전략 게임 및 RPG 광고 지출의 60% 이상을 유튜브가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 퍼즐 게임 광고 점유율은 애드몹 34%, 앱러빙 40%, 민테그랄 37%, 유니티 37%에 달했다. <로얄매치>와 <매치 팩토리!>가 해당 장르에서의 주요 광고주였다고 한다. 국내 취재 과정에서도 가끔 언급됐지만, 유니티 또한 주요 광고 네트워크로 작동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모노폴리 GO!> 같은 보드 게임 광고는 여러 네트워크에서 비교적 균일한 점유율을 보여줬다. 애드몹, 애플 서치 애즈, 앱러빙, 유니티, 페이스북 등에서 15% 수준의 광고 점유율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전략 게임의 경우 유튜브 외에도 틱톡, 메타 계열 네트워크에서도 많이 광고를 게재했다.
일본에선 어땠을까? <라스트 워>와 같은 전략, <붕괴: 스타레일> 같은 RPG 등 미드코어 모바일게임은 X(트위터),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네트워크에서 라이트코어 모바일게임보다 훨씬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선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같은 전략 게임 광고 점유율이 무려 83%에 달했다. <버섯커 키우기>와 같은 RPG는 틱톡, 유튜브 모두에서 4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퍼즐 게임은 일본에서 앱러빙과 민테그랄을 선호했고, 메타 오디언스 네트워크에선 보드 게임 광고 점유율이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높았다.
한국에선 RPG와 전략 게임의 광고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애드몹, 틱톡, 유튜브 등 다수의 네트워크에 광범위하게 배포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선 RPG 광고 점유율이 무려 72%에 육박했다. 인스타그램에선 전략 게임의 광고가 80%에 달했다. 왜 특정 플랫폼에선 매번 보이던 유형의 광고만 보이는지, 광고 점유율을 보면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하다.
퍼즐 게임 광고는 앱러빙, 민테그랄, 메타 오디언스 네트워크 등에 집중됐고, 각각의 플랫폼에서 퍼즐 게임 광고 점유율은 56%, 71%, 61% 수준에 달했다.
잘 만든 게임이 마케팅 때문에 빛을 덜 보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게임 광고 시장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요즘처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며 만난 다수의 개발사들은 마케팅 솔루션 이전에 '게임의 재미'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을 항상 강조해왔다. 재미 없는 게임이 일명 마케팅빨 하나로 잘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어려운 시장 앞에서, 본말이 전도된 판단을 하는 개발사들이 없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