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 시작된 프로야구 현역·은퇴 선수 초상권 및 프로야구단 팀명·엠블럼 사용권 논란은 한 해를 보낸 2010년 말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 선수협의회, 일구회와 은퇴 선수,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등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힌 게임 라이선스 이슈는 어떻게 진행 중일까?
2011년 이후 온라인 야구게임들은 어떻게 서비스될 수 있을까? 2010년 말을 맞아 디스이즈게임이 ‘프로야구 온라인게임 라이선스 계약’ 이슈를 점검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현역 선수 초상권, 2011년부터 선수협이 행사
먼저 현역 프로야구 선수의 초상권과 성명권 등을 포함한 ‘퍼블리시티권’은 2011년부터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이 행사하게 된다. 지난 2006년 선수협이 KBOP와 맺은 선수 퍼블리시티권 위임 계약이 2010년으로 끝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수협에 그 권리가 돌아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1년 이후 현역 선수가 나오는 프로야구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게임업체는 선수협과 현역 선수 퍼블리시티권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재 온라인 야구게임 중 현역 선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곳은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와 NHN의 <야구9단>뿐이다. CJ인터넷의 <마구마구>와 KTH의 <와인드업>, 엔트리브소프트의 <프로야구 매니저> 등은 KBOP와의 계약이 2010년 12월 31일로 만료된다. 남은 기간 동안 선수협과 협상해서 계약하거나, 최소한 선수협으로부터 ‘계약을 전제로 한 사용유예’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CJ인터넷, KTH, 엔트리브소프트 등은 모두 “게임의 서비스에 문제없도록 선수협 등과 순조롭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마구마구>도 2011년부터는 선수협과 선수 실명 사용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 의미가 없어진 선수협의 가처분 신청 CJ인터넷과 KBOP는 지난 2009년 5월 프로야구 선수들의 초상권 및 KBO 소속 8개 구단의 팀명·엠블럼을 CJ인터넷이 3년간 독점하는 일명 ‘프로야구 라이선스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독점 계약 이전에 먼저 라이선스 계약을 한 <와인드업>과 <프로야구 매니저>를 제외한 <슬러거>는 2010년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선수협이 “선수들의 권익을 생각하지 않고 CJ인터넷과 KBOP가 계약했다”고 반발하고 나서자 사태는 어지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수협은 초상권 위임계약이 KBOP의 중대한 과실로 취소됐다고 주장하며 CJ인터넷의 독점계약을 인정하지 않았고, <슬러거>는 재빨리 선수협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2010년에도 선수들의 실명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J인터넷과 KBOP는 2010년까지는 독점이 유효하다고 맞섰고, 결국 선수협은 법원에 ‘KBOP와의 초상권 위임계약 해지 및 KBO-CJ인터넷 간의 독점계약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만약 이 가처분의 결과가 2010년 중에 나왔다면 <마구마구>나 <슬러거> 둘 중에 하나는 중대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원의 가처분 판단은 2010년 중에 나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가처분은 아무리 늦어져도 신청 후 6개월 안에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이는 아주 이례적인 일인 상황. 이제는 2011년이 시작된 후에 가처분 결과가 나오더라도 의미가 없어졌다. |
■ 은퇴 선수는 일구회/선수협이 나눠서 권리 행사
현역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은 선수협이 단일화해서 2011년부터 행사하게 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은퇴 선수들이다. 현재 은퇴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은 은퇴선수 단체인 일구회와 선수협 등이 나눠서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속된 은퇴 선수들의 수만 놓고 보면 일구회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구회는 김재박, 한대화 등 전직 선수들이 약 300명 이상 소속돼 있고, 선수협은 2000년 이후에 은퇴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일구회보다 적은 수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야구게임에서는 2000년 이후에 은퇴한 선수들의 인기가 그 전에 은퇴한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은 일구회 및 선수협과 동시에 협의해야 한다. 게다가 양쪽에 모두 소속돼 있지 않은 은퇴 선수는 개별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해야만 한다.
현재 서비스되는 온라인 야구게임을 보면, <마구마구>는 일구회와는 문제없지만, 선수협과는 아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에 <슬러거>와 <야구9단>은 선수협과는 문제없지만 일구회와는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와인드업>은 은퇴 선수들이 아예 등장하지 않으며, <프로야구 매니저>는 아직 일구회-선수협과 모두 협의되지 않은 상태다.
아직 일구회나 선수협 어느 쪽이든 은퇴 선수들과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게임들은 모두 현역 선수 라이선스 문제와 마찬가지로 연말까지 계약을 맺거나, ‘계약을 전제로 한 사용유예’ 허락을 받거나, 아니면 문제가 되는 선수들을 모두 비실명으로 처리해야 한다.
■ 떠오르는 이슈, 8개 구단 팀명과 엠블럼 사용
또 하나 이슈가 되는 것은 바로 KBO 소속 8개 구단의 팀명, 엠블럼, 구장정보, 감독·코치 퍼블리시티권 라이선스다. 이들은 모두 2009년 5월 CJ인터넷과 KBOP가 맺은 독점계약에 따라 2012년까지 CJ인터넷이 독점한다.
실제로 독점계약 발효 이전에 KBOP와 계약해 시간을 벌었던 <와인드업>과 <프로야구 매니저>를 제외한 <슬러거>는 2010년 시작과 함께 팀명과 구장정보 등을 모두 가명으로 전환했다.
게다가 이제는 <와인드업>이 2010년 12월 31일로, <프로야구 매니저>가 2011년 3월로 기존에 맺은 계약이 만료된다. 두 게임 모두 별도의 협의하지 않는 한 계약이 끝나면 팀명을 모두 가명으로 바꿔야 한다.
게다가 선수 외에 감독과 코치까지 나오는 <야구9단>은 최악의 경우 팀명은 물론이고 감독과 코치의 이름까지 가명인 채로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이 부분은 CJ인터넷과 KBOP 등이 다른 게임업체들과 협의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는 사실상 2012년까지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와인드업>을 서비스하는 KTH, <프로야구 매니저>를 서비스하는 엔트리브소프트, <야구9단>을 서비스하는 NHN은 모두 공식적으로 “현재 팀명 사용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이 문제없이 서비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 2곳 이상과 동시에 계약해야… 게임업체 부담 증가
정황을 종합해 보면, 2011년 시작 이후 온라인 야구게임에서 프로야구 현역·선수를 실명으로 사용하려면 선수협, 일구회 등과 동시에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8개 프로야구단의 팀명과 엠블럼 등은 사실상 CJ인터넷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협의해야 한다.
이렇게 협상창구가 많아지면서 게임업체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라이선스 협상의 대상이 많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 면에서 게임사들의 부담이 이전과 비교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야구게임과 프로야구는 서로 인기에 도움이 되는 공생관계인 만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찾도록 의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야구게임 5종의 라이선스 계약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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