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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포켓페어와 진검 승부 앞둔 닌텐도, 소송 전적은 어떨까?

"닌텐도 법무팀 최강"설이 괜히 도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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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훈(퀴온) 2024-09-23 19:44:21

지난 18일, 닌텐도와 포켓몬 컴퍼니가 <팰월드>의 개발사 포켓페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닌텐도는 "<팰월드>가 복수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포켓페어에게 침해행위의 중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포켓페어도 "소장을 접수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이번 닌텐도와 포켓페어의 소송전을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이 엇갈립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대기업의 갑질, 횡포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팰월드>를 둘러싼 논쟁은 출시 직후부터 한창 뜨거웠습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 등 여러 게임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특히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포켓몬' 캐릭터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다만, 이번 소송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 "특허권 침해"에 관한 소송입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한 애널리스트는 "닌텐도가 저작권 침해가 아닌 특허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팰월드>의 캐릭터가 포켓몬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포기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소송에서 <포켓몬스터>와 <팰월드>의 캐릭터 디자인의 유사성은 주요 쟁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소송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포켓페어는 신생 기업이지만, 닌텐도는 이미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 기업입니다.

과거 닌텐도의 특허 소송을 되짚어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해봤습니다.



# <팰월드>를 위협할 닌텐도의 ‘킬러 특허’?

현재 닌텐도와 포켓페어는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된 특허가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외신과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닌텐도와 포켓몬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몇 가지 특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소송이 닌텐도와 포켓몬 컴퍼니가 공동으로 제기한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되는 특허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등록한 특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두 회사가 공동 보유한 특허는 총 28개입니다. 

여기서 등록번호 ‘7545191’번 특허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특허는 오픈 필드에 배치된 캐릭터를 겨냥해 포획 아이템을 조준하고, 플레이어 입력에 따라 정해진 방향으로 포획 아이템이 던져지게 하며, 포획 아이템과 캐릭터가 접촉 시 포획 성공 여부를 판단해 포획이 성공하면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소유하게 만드는 메커니즘 전반에 관한 특허입니다.

등록번호 '7545191'번의 특허에는 포획 아이템을 던져 몬스터를 포획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당초 2021년 출원한 ‘7398425’번 특허에 포함되어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에도 적용됐던 해당 특허는 <팰월드>가 출시된 이후인 2024년 7월 30일 분할 출원(둘 이상의 발명을 하나의 특허출원으로 신청한 경우 그 일부를 하나 이상의 출원으로 분할하여 출원하는 것)됐습니다. 닌텐도는 특허청에 조속한 심사를 요청했고, 결국 8월 22일 등록이 완료됐죠.

전문가는 해당 특허를 “킬러 특허”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포켓몬스터>와 유사한 게임을 만들 때 피하기 힘들고, 주의하지 않으면 쉽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 외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특허는 많습니다. 캐릭터의 속성에 따라 대미지가 다르게 산정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특허 등 문제로 제기될 수 있는 특허는 포켓몬 컴퍼니가 소유하고 있죠. 마음만 먹으면 닌텐도가 충분히 딴지를 걸 수 있는 부분입니다.


몬스터의 속성 상성 관계와 이에 대한 대미지 산정 방식 알고리즘에 대한 특허도 포켓몬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죠.



# 닌텐도의 특허 소송, 전적은 어떨까?


닌텐도가 소송을 걸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이제는 닌텐도의 과거 소송 이력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전 세계에서 숱한 소송전을 치른 닌텐도의 전적은 어떻게 될까요? 놀랍게도 패소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 닌텐도 vs. 코로프라, ‘쁘니콘’ 특허 침해 소송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코로프라(COLOPL)와의 소송전입니다. 해당 소송은 닌텐도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몇 안 되는 사례입니다. 


앞서 코로프라는 2008년 설립 이후 2018년까지 10년간 무려 20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들을 자사의 특허를 사용해 경쟁작의 출시를 방해하거나 관련 기술에 대한 거액의 로열티를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중 ‘쁘니콘’ 관련 특허가 닌텐도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2018년 1월 닌텐도는 코로프라가 쁘니콘을 포함해 총 5개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닌텐도는 해당 소송에서 코로프라의 대표작 <하얀고양이 프로젝트>의 서비스 종료와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요.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배상 요구액은 더욱 커져, 2021년 1월에는 96억 9,900만 엔(약 1,004억 4,478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후 2021년 8월 코로프라가 특허에 대한 라이센스비와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이들의 소송은 마무리됐습니다. 




■ 닌텐도 vs. 토미타, 닌텐도 3DS 특허 침해 소송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닌텐도와 토미타(Tomita Technologies)의 소송입니다.


전 소니 출신 엔지니어이자 토미타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토미타 세이지로는 안경 없이도 3D 화면을 체험할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과거 닌텐도에게 자신의 기술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닌텐도는 이를 거절했죠.


그런데 이후 출시된 닌텐도 3DS에 3D 기술이 적용되자 그는 닌텐도가 자신의 기술을 무단으로 활용했다는 이유로 닌텐도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3년 미국 연방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줬고, 당시 닌텐도는 무려 3,000만 달러(약 332억 원)가 넘는 손해배상금을 청구받아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2014년 말 상소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해 재심이 시작됐고, 2016년 4월 뉴욕 지방법원은 “닌텐도 3DS가 토미타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닌텐도 3DS에 적용된 기술과 토미타의 특허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후 2017년 3월 재판에서도 이전 판결이 인정되면서 결국 닌텐도가 최종 승소했습니다.



■ 닌텐도 vs. 아나스케이프·아이라이프, 닌텐도 Wii 관련 특허 침해 소송


지금부터는 편의상 두 개의 재판을 하나로 묶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국의 회사 아나스케이프(Anascape)아이라이프(iLife Technologies)는 각각 2006년과 2017년 닌텐도 Wii의 핵심 기술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닌텐도를 고소했습니다. 아나스케이프는 Wii 리모컨과 Wii 클래식 컨트롤러, 게임큐브 컨트롤러를, 아이라이프는 닌텐도의 Wii의 동작 인식 기술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1심에서는 닌텐도에게 패배의 쓴맛을 맛보게 했습니다. 아나스케이프에게 2,100만 달러(약 228억 원), 아이라이프에게 1,010만 달러(약 112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특히 아나스케이프의 경우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해 미국의 특허 제도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죠.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닌텐도가 아니었는데요. 두 재판 모두 3년이 넘는 긴 항소 끝에 닌텐도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숱한 소송의 원인이 됐던 닌텐도의 Wii 리모컨


■ 닌텐도 vs. 힐크레스트·필립스, 닌텐도 Wii 관련 특허 침해 소송


닌텐도 Wii와 관련된 소송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08년 미국 기업 힐크레스트(Hillcrest Labs)는 닌텐도가 자사의 4개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기소했습니다. 힐크레스트는 미국에서 최초로 TV용 동작 제어 리모컨을 개발한 회사로, 이들이 만든 제품을 보면 Wii 리모컨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어 2014년 유명 기업 필립스(Philips)도 닌텐도와의 소송전을 치렀습니다. 필립스는 원격 모션 감지를 통한 상호작용 시스템에 대한 2가지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닌텐도가 이를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력한 상대와의 맞대결에서 닌텐도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요. 바로 합의였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닌텐도는 두 기업에 합의를 제안했고, 이는 성사되어 소송은 취하됐습니다.


닌텐도 Wii의 출시 전부터 힐크레스트는 리모컨으로 마우스와 유사하게 커서를 이동해 TV를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 "닌텐도 법무팀은 최강"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닌텐도는 소송에서 상당한 전적을 보여줍니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닌텐도가 진행한 소송의 극히 일부분으로, 특허 침해 소송 외에도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 소송 등 여러 방면에서 엄청난 수의 소송을 진행해왔고, 이 중 패소로 끝난 사례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일본 내에서 “닌텐도 법무팀은 최강”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로, 닌텐도는 소송과 관련해서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포켓페어를 향한 소송 역시 유리한 싸움을 위해 탄탄한 준비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닌텐도와 포켓페어의 진검 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은 누구일까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닌텐도가 절대 쉬운 싸움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