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를 앞둔 <테라>가 버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스 몬스터의 무한사냥이 가능해지면서 일부 유저들이 게임 내 최고급 아이템을 많게는 수백 개까지 획득한 것이다 [원문보기]. 유저들은 NHN의 늑장 대처를 비판했고, 게임 내 악영향을 걱정하는 유저도 늘어났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유저도 있었다.
NHN은 디스이즈게임과 만나 “유저들의 우려만큼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버그를 사용한 유저들의 수는 예상보다 적은 극히 일부이며, 실제로 게임에 미친 영향도 크지 않고, 관련자에 대한 후속조치도 확실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일부 유저들의 지나친 악성루머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하지만, 버그와 관련된 내용이나 처리가 빠르지 못했던 점, 구체적이지 못한 정보전달로 유저들에게 우려를 끼친 점 등은 사과했다. 디스이즈게임은 20일 오후 NHN을 찾아가 <테라>의 현재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을 물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이슈 ① 버그를 사용한 유저는 얼마나 되나?
유저들의 첫 번째 관심사는 버그를 이용한 사람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버그 사용 유저들이 많을수록 제대로 된 조사는 어려워지고, 처벌수위도 약해지기 십상이다. 버그를 사용하지 않은 유저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커진다.
NHN은 버그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즉 문제의 던전인 ‘사교도의 은신처에 입장 가능한’ 유저의 숫자가 극히 일부라고 밝혔다. 오픈베타 최초의 만렙 유저가 나온 것이 지난 14일이었고, 직장인이 다수를 이루는 18세 이상 이용가 게임인 만큼 NHN의 주장이 허황되게 보이진 않는다.
버그를 모르거나, 혹은 알고도 사용하지 못한 유저도 매우 적게 나타나고 있어서 실제 버그 이용 유저의 숫자는 더 적을 적으로 예상된다. NHN에서는 현재 전체 <테라> 유저 중 0.1% 미만의 유저만이 버그 사용에 관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는 NHN이 정상범위를 벗어난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소유한 유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 만큼, 1~2회의 버그 사용자는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이미 현금거래 등을 통해 게임머니를 판매한 유저도 마찬가지다. 이번 조치의 아쉬운 점이다.
이슈 ② 버그 사용자의 처벌은 어떻게 되나?
NHN은 버그를 악용한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 모든 유저들을 처벌했다고 밝혔다. NHN은 약관에 따라 최대 30일의 이용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용제한을 당한 유저들은 버그로 얻은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회수당한다.
이용제한 조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25일 상용화에 맞춰 만렙이 38에서 50으로 풀리는 <테라>에서 30일 이용제한은 사실상 ‘초기화 처분’에 가깝다. 실제로 이용제한 처분을 받은 유저들 중 일부는 레벨 1 캐릭터를 생성해 <테라>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 ③ 앞으로 게임에 미칠 영향은?
이번 버그 사태가 앞으로 <테라>에 미칠 영향도 관건이다. 버그 이용자를 제재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다수의 전설급 아이템이 일반 유저들에게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아이템의 상점 판매가격이 높은 <테라>의 특성상 골드 인플레이션도 우려된다.
NHN은 둘 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지금의 전설급 아이템은 상용화 이후 만렙이 오르면서 금세 바꾸게 되고, 유저끼리 교환도 불가능하도록 변경했기 때문이다. 전설급 아이템을 상점에 팔아 게임머니를 번 유저도 극히 일부이며, 금액도 게임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게 NHN의 입장이다.
다른 유저와 거래해서 게임머니를 번 유저는 있지만, 이는 전체 통화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통화가 유저에서 유저로 이동하는 것인 만큼 ‘인플레이션 현상’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지나치게 많은 골드를 가진 유저들은 모두 로그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NHN도 <테라>의 게임 내 통화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후속조치로 전설급 아이템의 판매가격도 급감시켰기 때문에 골드 인플레이션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NHN의 미숙한 운영은 또 다시 숙제로 남았다. NHN은 당초 <테라>에서 다른 대규모 MMORPG에 밀리지 않는 운영을 선보이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NHN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는 또 다시 NHN의 운영에 대한 불신이 싹트고 있다.
론칭 후 첫 버그에 대한 대처는 향후 운영에 대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과거 <드래곤네스트>의 경우 인장 버그를 통해 골드를 번 유저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유저가 일정한 시간까지 버그로 얻은 게임머니를 입금하지 않으면, 계정을 정지시키는’ 화끈한(?) 대처를 선보였다.
이후 <드래곤네스트>에서는 버그를 알더라도 사용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유저들 사이에 어느 정도 퍼져 있다. NHN이 확실한 사후처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버그를 사용하지 않은 유저들에게 되려 박탈감을 줄 수 있다.
유저들 사이에서 버그가 알려진 후에도 NHN이 수정을 다음 날로 미룬 것, 뚜렷한 처벌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것 등은 몇 번을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는 내용들이다.
NHN은 이번 사태 이후로 버그 악용에 더욱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의 버그 사용자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공지사항을 통해 경고해 놓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NHN의 운영이 더 나아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음은 20일 오후 디스이즈게임이 NHN을 찾아가 관계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버그가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버그 아이템을 획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모두 정지시킨 다음, 로그 조사를 통해 문제 계정을 찾고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이다.
버그의 규모가 상당해 보인다. 일단, 버그의 규모가 일반 유저들이 예상하는 것만큼은 크지 않다. 버그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용자는 전체 중 극히 일부였다. 유저들의 예상보다 만렙 유저들이 적다. 물론 실제로 버그를 사용한 유저는 그보다 더 적다. 전설급 아이템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다.
버그 이용자가 적다고 해도 반복할 경우 게임 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맞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기준을 세우고, 아이템의 수나 골드가 지나치게 많은 계정들을 일시적으로 막고(블록) 로그를 살펴봤다. 정상적이라고 판단된 계정은 블록을 풀었고, 버그를 사용했다고 확신되는 2/3 정도의 계정을 블록처리했다.
게임 내 골드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 다른 유저에게 판매한 경우와 상점에 판매한 경우로 나뉘는데, 일단 후자는 거의 없다. 전설등급 아이템인 만큼 상점에 팔아서 골드를 남긴다는 생각은 다들 하지 않은 듯하다.
문제가 되는 건 다른 유저에게 판매한 경우인데,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아이템을 구입한 유저는 블록을 풀어줬고, 아이템을 판매한 유저는 계정을 블록한 후 버그로 얻은 골드와 아이템을 전부 회수했다.
게임 내 통화량을 시간 단위로 체크하고 있는데, 예상했던 곡선에서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유저들 사이에서만 골드가 오갔고, 전체 골드가 늘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유저도 많다. 먼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레벨 38 장비는 어디까지나 만렙까지 거쳐가는 과정의 아이템이다. (상용화에 맞춰) 만렙이 확장된 후에도 지금의 버그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특정 유저들이 레벨 50 아이템을 얻는 버그도 있었다. 파악이 모두 끝났다. 훈장 관련 문제였는데, 이미 아이템을 회수하고 원래 갖고 있던 훈장으로 바꿔 놓았다.
대처가 미흡했고, 너무 늦었다는 의견이 많다. 깊이 반성하는 부분이다. 이미 버그 접수를 받아서 수정 중이었지만, 이를 섣불리 알릴 경우 오히려 악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대처가 늦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