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뮬레이터는 합법인가, 혹은 불법인가?
최근 일본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협회(ACCS)가 주최한 공동 강연에서 닌텐도 관계자가 이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전했다.
‘게임 산업 내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서, 닌텐도의 변리사이자 지적재산권 부서 차장인 니시우라 코지는 “에뮬레이터 그 자체를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불법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닌텐도 소속 변리사 겸 지적 재산권 부서 차장 니시우라 코지 (사진 출처: 전파미니코게이머)
닌텐도는 자사 게임의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보안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만약 ‘마지콘(게임 카트리지의 데이터를 복제하는 장치)’이나 에뮬레이터 등을 통해 이를 무력화할 경우, 일본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에 저촉되고, 해외에서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에뮬레이터에 불법 복제된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가 포함된 경우에도 관련 법에 위배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R4’가 있다. R4는 닌텐도 DS의 대표적인 마지콘으로, 정품 게임 카트리지로 위장해 보안을 무력화하고 불법 복제된 게임을 실행하는 데 사용됐다. 닌텐도는 50개 이상의 게임 개발사와 협력해 R4를 비롯한 마지콘 개발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국내에서도 마지콘의 수입 및 판매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현 저작권법 통합)에 위배된 행위로 간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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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는 “최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닌텐도 스위치 에뮬레이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해당 에뮬레이터가 닌텐도의 보안 장치를 무력화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에뮬레이터를 통해 불법 복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는 닌텐도뿐만 아니라 게임을 개발하는 모든 개발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닌텐도는 에뮬레이터를 포함한 불법 장치에 대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닌텐도는 2023년 3월 스위치 에뮬레이터 ‘유즈(Yuzu)’ 개발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유즈의 서비스를 중단시키고 240만 달러(약 32억 원)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같은 해 10월에는 또 다른 에뮬레이터 ‘류징스(Ryujinx)’의 지원을 중단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