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는 우연히 PS 스토어에서 비슷한 게임을 발견했다. 거친 바이커 스타일의 동물 캐릭터들이 술집에서 카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라이어스 바>와 흡사했지만, 분명히 달랐다. 게임 제목은 <풀스 펍>이었고, 개발사도 달랐다. 무엇보다 게임 썸네일의 그래픽은 AI가 생성한 듯한 독특한 화풍이 특징이었다. 이른바 '짝퉁 게임'인 셈이다.
<풀스 펍>과 같은 사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모방작부터, 공포 게임 <마우스워싱>의 이름과 이미지를 도용한 게임이 PS 스토어에 올라와 있다. 심지어 닌텐도 e숍에서는 <TCG 카드 숍 시뮬레이터>를 노골적으로 모방한 게임이 판매 중이다.
이러한 짝퉁 게임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있다. 인디 게임 <언패킹>의 개발자 렌 브라이어(Wren Brier)는 최근 SNS를 통해 닌텐도 e숍에서 자신의 게임을 표절한 사례를 공개했다. 이 복제 게임들은 <언패킹>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디럭스 에디션', '뉴 챕터' 등의 부제를 추가해 소비자들을 현혹했다. 브라이어가 닌텐도에 해당 게임의 판매 중단을 요청했으나, 실제 조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러한 슬롭의 생산을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슬롭이 소수의 개발사(실제 회사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에 의해 제작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철저히 숨기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개발사명을 수시로 변경하며 활동하여 추적이 어렵다. 조사 결과, 한 슬롭 전문 개발사는 10개가 넘는 개발사명을 번갈아 사용하며 슬롭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응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슬롭은 결국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므로, 플랫폼 차원의 조치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들은 이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패킹>의 복제 게임 사례처럼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만 대응할 뿐, 다수의 해외 언론이 입장을 요청했음에도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GN의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게임 유통 플랫폼은 게임 등록 시 개발자나 퍼블리셔로부터 기본적인 정보만 확인한다. 싱글플레이어 또는 멀티플레이어 여부, 지원 컨트롤러 종류, 등급 분류 여부 정도만 검토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의 게임 등록 과정에 QA 검수가 포함되어 있다고 오해한다"며, "플랫폼은 단순히 하드웨어 사양 준수 여부만 확인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3대 콘솔 스토어 모두 플랫폼 내 AI 활용 여부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스팀은 게임 등록 시 개발자에게 AI 활용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공개하지만, AI 사용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강화된 검수 기준으로 인해 AI를 정당하게 활용한 게임이 슬롭으로 오인되거나,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게임 장르가 잘못 분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슬롭 문제의 책임 소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언급한 플랫폼의 기준과 조치를 고려할 때 플랫폼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플랫폼 역시 슬롭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IGN과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역할이 등록된 게임을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도 저품질 게임의 범람을 원치 않지만, 어떤 게임이 슬롭이고 어떤 게임이 순수한 창작물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AI의 발전으로 누구든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됐으나, 반대급부로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에 현혹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