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창간 6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연재물 ‘TIG Speak’를 공개합니다.
‘TIG Speak’는 게임 제작, 게임 이론, 이용자 문화 등 게임을 둘러싼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정보를 함께 공유하자는 의미로 선보이는 콘텐츠입니다. 제목처럼 누군가 강연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고 글로 정리해 전달합니다.
디스이즈게임이 주최하고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이 후원하는 ‘TIG Speak’ 첫 주제는 ‘성공적인 게임 제작의 마지막 5%, 유저의 목소리를 들어라’입니다. 강연자는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운영하는 엔블릭의 서효원 대표입니다. 비공개 테스트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디스이즈게임 국순신 기자
게임 제작 과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게임을 어떻게 만들겠다고 그림을 그리는 ‘기획’, 그것을 실제 게임으로 제작하는 ‘개발’, 사용자에게 공개되는 ‘출시’다. 개발자들은 게임 제작 상태에 따라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나 오픈 베타테스트(OBT)로 결과물을 공개하게 된다.
대부분 게임들은 첫 번째 CBT를 통해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한다. 실제 CBT로 얻는 유저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개발사들은 그런 반응에 의혹을 제기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자들은 ‘우리가 보기엔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게임에 대해 ‘내가 재미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괜찮은 게이머이며, ‘내가 만족하면 게임이 훌륭한 게 아니냐’는 자기만의 해석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CBT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데이터는 매우 제한적이다.
일부 개발자들은 CBT에서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산이다. 왜냐하면 CBT의 로그에서 나온 결과물은 게임의 ‘결과’를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일 뿐, 그것으로 해당 원인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유게시판도 이와 마찬가지다. 어떤 게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쓴 것인지(마니아성), 현재 어떤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인지(주타깃 여부), 얼마나 게임을 해본 사람이 쓴 건지(게임 경험 여부), 직접적인 이탈의 원인(당위성 여부) 등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또 유저들의 피드백으로 특정 구간이 잘못됐는지 알 수 있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긴 힘들다.
그러면 해외 게임업체들은 어떻게 할까?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유저 리서치, EA 플레이 테스트, 맘 테스트(Mom Test) 등이 있다. 최근 GDC 발표에서도 사용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수집하고, 그것을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 테스터 참가자 선발 기준 4가지
CBT를 실시하는 목적은 사업적인 이슈와 개발적인 이슈, 크게 2가지가 있다.
먼저 사업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소문을 사전에 제한할 수 있고, 시장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개발적으로는 의사 결정과정이 명료해진다.
그야말로 CBT를 통해 신작 게임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
개발사들은 제작 과정에서 피드백을 QA와 GM 담당자로부터 듣는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개발사의 QA와 GM이 실제 타깃 유저와 동일한 특성을 가졌냐는 것이다.
초보자를 겨냥해 만든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을 즐긴 관계자가 플레이하고 개발에 반영할 경우, 게임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타깃 유저는 게임 플레이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테스터 선발에는 크게 3개의 기준이 존재한다.
▲ 대상 게임을 현재 즐기는 유저일 것, ▲ 타깃 유저의 연령층과 유사한 문제 해결력을 가진 유저일 것, ▲ 보편적인 게임 경험을 가진 유저일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유저 그룹으로 나눠서 테스트를 실시하기 때문에 유저 그룹마다 차이점을 확인해야 한다.
■ 다양한 경로로 유저들의 반응을 수집하라
테스터의 반응은 플레이 화면, 인터뷰, 설문, 신체언어 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먼저 화면은 게임 플레이에서 유저들의 경험을 직접 보여주는 데이터로, 가장 신뢰성이 높다. 또한, 행동의 궤적을 파악할 수 있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 용이하다.
인터뷰는 유저들과 대화해서 원하는 피드백을 정확히 얻을 수 있고, 연계성 있는 질문을 던져 심층 피드백까지 얻을 수 있으나, 타인의 의견에 영향받기 쉽다.
설문은 구체화된 의문형 문장에서 적절한 답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정량 데이터를 산출하기는 쉬우나, 설계상으로 누락되거나 테스트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신체언어는 가장 정직하고 직접적으로 게임에 대한 몰입도와 만족도를 표현하지만 그 해석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플레이 화면, 인터뷰, 설문, 신체언어 4가지 데이터들을 교차 비교함으로써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 단, 재미를 전달하지 못한 게임은 있다
그동안 게임을 테스트하면서 개발사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이런 것이다.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지, 유저들이 원하는 걸 만들지. 시장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개발사들은 후자를 선택하게 된다.
내가 개발사들을 만나 그들의 기획서를 살펴보면 하나 같이 모두 훌륭하고 좋은 게임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재미없는 게임은 없다. 단, 재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게임은 있다.’
※ 디스이즈게임은 ‘TIG Speak’ 강연자를 찾습니다. 주제는 게임이며, TIG 유저들이 흥미를 갖고 볼 수 있으면 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e메일 [email protected] 이나 TIG 쪽지로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