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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펀, 예산은 줄었는데 관람객은 늘었다

디지털 방송 전시회와 공동 개최, 관람객 유입 성공

남혁우(석모도) 2011-05-13 15:20:29

대구 이펀 2011(e-fun 2011)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국제게임페스티벌 ‘이펀’이 지난 12일 대구 국제컨벤션센터 엑스코(EXCO)에서 개막했다. 오는 14일까지 3일 동안 열리는 이펀은 게임 외의 다른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게임에 국한시키지 않고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며 게임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을 추가해 대구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올해를 계기로 제 2의 도약을 꿈꾸는 이펀 현장에 다녀왔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2008년 이후 예산과 관람객 감소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이펀 2011은 국내 최장수 게임 전시회이자 대표적인 지방 게임행사다. 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기울기 시작했다. 지원 금액도 2008 7억 원에서 줄어들어 올해는 3억 원이 책정됐다.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관람객도 2008년 3만 명, 2009년 2만5,000 명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그래도 작년 이펀 2010은 <스페셜포스> 랜파티 및 국가 대항전과 33개국이 참가한 글로벌 e스포츠 리그 ‘IeSF 2010 그랜드 파이널’이 함께 열린 덕분에 관람객 3만2,000 명을 달성했다.

 

올해는 ‘leSF’와 같은 국제 규모의 행사가 없다. 또 매년 이펀의 중심을 잡아줬던 SCEK KOG도 갑작스레 불참을 통보했다. 관람객을 끌어들일 이렇다 할 행사가 부족한 상황. 이쯤되면 3만 명은 커녕 2만 명도 장담하기 힘들다.

  

2010년 IeSF <워크래프트3> 결승전 장면. 관계자외엔 관람객을 찾기 힘들정도였다.

 

 

■ 게임 외적인 요소로 관람객 유치 시도

 

장기에서 차’와 포’를 떼 낸 이펀에는 흥행몰이를 위한 새로운 카드가 필요했다. 이에 대구광역시는 이펀과 함께 매년 지역을 돌아가며 개최하는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를 공동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에는 KBS, MBC, SBS 등 주요 방송국과 삼성, LG, CJ 등 대기업이 다수 참가하는 데다 TV라는 강력한 홍보수단을 갖추고 있다. 이펀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대구시는 국군 홍보단 행사, 비보이 국제 대표 선발대회, 전국가요 대상 등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와 함께 열린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이펀 마지막 날 인기를 끌었던 코스튬플레이도 한 단계 발전시켰다. 단순히 옷을 입고 즐기는 데서 유저들이 자신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서로 평가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코스튬 플레이어에게 상을 준다.

 

또한 <테일즈런너> <엘소드> 등 대구 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의 캐릭터를 유저가 만드는 공모전을 개최, 게임의 홍보와 함께 실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공모전을 통해 유저가 직접 참여해 게임 홍보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 줄어든 게임 비중, 늘어난 관객

 

대기업 위주의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를 끌어들이면서 이펀 2011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개막식은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 위주로 진행됐고, 이펀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 마치 이펀이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에 포함된 부대 행사로 보일 정도였다.

 

부스 규모 면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참가한 중소 게임업체의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대기업 위주의 대형 부스를 앞세운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를 앞설 수는 없었다.

 

<스페셜포스> 랜파티 및 국가 대항전과 IeSF 2010 그랜드 파이널이 함께 열렸던 지난해와 비교 한다면 올해 계획된 이펀 행사 자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개막식만 보면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 단독행사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펀을 찾는 관람객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수많은 광고와 다양한 볼거리로 인해 개최지인 엑스코를 찾는 인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평일에도 개막식 초기에만 북적이고 오후엔 한산하던 지난해의 풍경과는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평일인 목요일 관람객이 3,000 명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목요일 하루에만 1만 명이 넘게 행사장을 찾았다. 주말인 토요일에는 관람객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많은 관람객이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의 이벤트를 보기 위해 엑스코를 찾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만큼 이펀의 중소 게임업체를 찾는 사람의 수도 함께 늘었다. 적은 예산으로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높은 홍보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펀 2011을 총괄하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CT사업부 신봉철 부장은 이펀은 현재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다가 아니다. 이펀은 점차 발전하고 있으며 올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게임 행사인 지스타와는 다른 이펀만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 덕분에 이펀 쪽 게임부스를 찾는 유저도 대폭 늘었다.

 

다음은 이펀 2011을 총괄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신봉철 CT 사업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신봉철 CT 사업부 부장.

 

 

TIG> 지난해에 비해 이펀이라는 행사가 많이 축소된 느낌이다.

 

신봉철 부장: 지난해에는 <스페셜포스> 랜파티 및 국가 대항전과 33개국이 참가한 e스포츠 대회 IeSF 2010의 결승전인 그랜드 파이널이 이펀에서 열렸다.

 

올해 이펀 2011은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와 함께 열러서 삼성,CJ 등의 대기업과 KBS, SBS, MBC 등 지상파 업체가 게임 외적인 콘텐츠로 참가했다.

 

또한 해마다 함께한 소니와 KOG가 일정으로 인해 참가하지 못 했다. 상대적으로 게임 부스가 많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참가한 업체로만 따지면 오히려 늘었다.  

 

 

TIG> 이펀 2011 행사를 10월 말에서 5월로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

 

지스타와 시기도 비슷하고, 지스타가 부산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지역도 가까워졌다. 국제적인 규모인 지스타에 비해 지역 행사인 이펀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전시 행사가 하반기에 몰리기보다는 상반기에 오픈하는 게임을 위한 행사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반기에 지스타가 있다면 상반기는 이펀이 자리매김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일정을 바꿨다.

 

 

TIG> 올해 이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예산이 많이 삭감된 것이다. 정점이었던 2008 7억 원의 예산이 올해는 절반 이하인 3억 원이다. 게임업체를 끌어들이고 관객 유치를 위한 홍보도 해야 하는데 마땅치가 않다.

 

또한 올해 지스타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지스타를 위해 투자한 부분을 다시 이펀 2011에 환원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전에는 게임의 도시하면 대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부산을 떠올린다. 도시의 이미지를 잃어버렸다는 점도 무척 크다.

 

 

TIG>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와 함께 개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디지털 TV를 주로 공개하는데 최근 이를 활용한 게임이 등장하고 있어 이펀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는 규모가 컸지만 정해진 장소가 없어 지역을 계속 옮겨 다녔다. 매년 엑스코에서 실시하는 이펀과 서로 원하는 바가 맞았다고 보면 된다. 한 박람회에 참가하는 업체가 방송 매체와 대기업이 많은 만큼 우리가 부족한 홍보를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가 해 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행사가 끝난 후 성과를 평가해 계속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와 함께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펀과 디지털케이블TV 박람회의 명칭을 바꿀 계획도 갖고 있다.

 

 

TIG> 앞으로 이펀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이펀은 앞으로도 게임이 핵심 콘텐츠가 되겠지만 이외에도 디지털 TV, 스마트 디바이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 문화 콘텐츠와 융합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올해 이펀 2011을 살펴보면 삼성, CJ등 대기업이 디지털 TV나 스마트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또한 중소기업은 자사가 만든 스마트폰 게임이나 모션 컨트롤 게임을 선보였다. 이 행사를 통해 스마트 디바이스에 게임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주제도 게임·스마트 콘텐츠의 세상으로 정했다.

 

또한 지스타는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오히려 대규모 온라인 게임 외엔 주목 받기가 힘들다. 이펀은 중소기업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제시하는 행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코스튬 플레이, 게임 뮤지컬, 오프라인 RPG 등 관람객의 접근성과 친밀도를 높이는 행사도 꾸준히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