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폭력성을 입증한다면서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지만, 어느 것 하나 가치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 했습니다.”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류호경 교수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11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류호경 교수는 “게임은 분명 나쁜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점도 있다.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충분히 연구를 거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는 ‘게임은 무조건 나쁘다’는 정부·시민단체 등의 정치적인 목소리에 의해 과학적인 접근이 막히고 있다. 일방적인 마녀사냥과도 같은 일히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의 중독성이나 폭력성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을 하려면 이성을 갖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사회 분위기가 지금처럼 흘러간다면, 과학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사회 분위기 때문에 공개적 장소에서 지동설 주장을 철회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이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게임은 나쁜 점이 있는가 하면, 좋은 점도 있다. 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또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게임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 의미 있는 연구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게임에 대해 비판해 온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게임은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을 해 왔다. 그리고 게임의 폭력성을 입증한다며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했고, 실제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중에는 몇 십 명의 어린이들에게 게임을 시켜 봤더니 어떤 결과를 냈다는 식의 실험 결과부터, 게임을 하는 동안 사람의 두뇌가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식의 실험 결과도 있다.
하지만 류효경 교수는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연구 및 실험 결과는 통계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몇 십 명의 어린이들에게 게임을 시켜 봤다는 식의 실험은 그 표본이 실제 게이머들의 수에 비해 현저하게 적고, 시간도 충분히 들이지 못 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사회적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저 정도의 적은 표본을 갖고 모든 것을 게임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류 교수는 주장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사람의 두뇌가 마약 중독자와 같은 쾌락 상태에 빠진다는 것 역시 류효경 교수는 “사람의 두뇌가 그렇게 바뀌는 것은 아주 극히 일시적일 뿐이다. 게다가 실제로 보면 굳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하는 상상만 해도 사람의 두뇌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며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말로 게임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바꾸는지, 아니면 반대로 폭력적인 사람이 게임을 하는 것인지는 더 정확하고 치밀한 연구를 통해 결과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 게임,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류호경 교수는 ‘게임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게임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 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주의력과 집중력을 올려 주는 등의 긍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류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 했던 새로운 ‘뉴 미디어’가 등장하면, 거부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게임이나 인터넷, 최근 인기를 얻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기존 세대들이 거부감을 표출하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막는 것만은 능사가 아니다. 일례로 현재 대부분의 북미 회사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한 회사의 경우, 오히려 일정 시간 동안 이들 SNS를 사용 가능하게 풀어 줬더니, 회사의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류호경 교수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 통제하는 것보다는 휴식시간(Game Break)을 두고 사람들이 적절하게 즐길 수 있게 한다면, 공부든 일이든 더욱 더 향상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유혹을 극복하는 데 모두 소진하느니, 차라리 어느 정도는 유혹에 굴복하는 게 때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