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온라인게임 시장은 한국의 90년대 말과 유사합니다.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미국 시장 역시 그에 못지않은 잠재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넥슨 아메리카 다니엘 김 대표이사(오른쪽 사진)는 미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넥슨 아메리카는 8일 오후(미국 시간) LA 사무실로 한국 기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빈딕터스>(마비노기 영웅전) <드래곤 네스트>의 E3쇼 출전에 맞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넥슨 아메리카의 계획과 미국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다니엘 김 대표는 “현재 미국은 콘솔게임과 PC게임이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면서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시장은 매년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도 많이 높아졌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넥슨 아메리카 역시 지난 2005년 설립된 이래 매년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조만간 <드래곤 네스트>의 북미 서비스가 시작되고, <메이플스토리>의 페이스북용 소셜게임이 오픈하는 만큼 더 높은 도약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 넥슨 아메리카의 성장 스토리
넥슨 아메리카는 지난 2005년 설립된 이후 <메이플스토리>의 북미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게임을 선보여 왔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도 넥슨 아메리카가 설립된 당시만 해도 미국은 ‘휴대폰 결제’ 같은, 학생들이 마음 놓고 결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이 때문에 넥슨 아메리카는 온라인게임 서비스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넥슨 아메리카는 무엇보다 ‘게임 선불카드’ 보급에 힘을 쏟았다. 지난 2007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의 선불카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선불카드 상품을 선보였고, 편의점, 게임 판매점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판매처를 늘려 나갔다.
다행히 선불카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고, 실제 판매실적도 좋아서 선불카드는 현재 미국 전역 약 5만 개의 편의점과 게임 판매점에서 판매가 이루어질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해 ‘빅뱅 업데이트’가 적용된 뒤에는 최고 동시접속자수 13만6,000 명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북미 최대 동시접속자수의 2배 이상이었다. 다니엘 김 대표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 북미 서버는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펫의 판매량이 3,887 마리가 넘었으며, 캐릭터의 성형수술은 하루 평균 2,952회 정도 판매됐다.
■ 올해는 소셜게임과 <드래곤 네스트>로 승부
현재 미국 게임시장은 ‘소셜게임 광풍’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소셜게임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넥슨 아메리카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페이스북용 소셜게임 영역에 도전한다.
첫 번째 게임이 바로 <메이플스토리 어드벤처>다. <메이플스토리> 특유의 게임성을 페이스북에서도 그대로 살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고, 올 여름 서비스에 들어간다.
온라인게임에서는 올해 넥슨 아메리카가 기대하는 신작이 바로 <드래곤 네스트>다.
다니엘 김 대표는 “콘솔게임에 뒤지지 않는 액션을 온라인에서 구현하고, 온라인게임 특유의 커뮤니티성을 잘 살리면 미국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넥슨 아메리카는 E3 2011 전시장에 체험존을 설치하는 등 <드래곤 네스트>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E3 2011 넥슨 아메리카 부스 <드래곤 네스트> 체험존.
다음은 다니엘 김 대표와 기자들이 진행한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북미 소셜게임의 성장은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나?
소셜게임이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한 것은 맞다. 하지만 소셜게임의 성장은 동시에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이 자리 잡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부분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소셜게임이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준 만큼,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게이머들은 한국 게이머들에 비하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나?
잘못 대답하면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게이머들에 비해 아무래도 ‘눈높이’가 높다. 특히 랙이나 버그 같은 불편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 게이머들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에 애정을 쏟는 것 역시 남다르다. 특히 미국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을 많이 접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온라인게임을 접하면 보다 많은 애정을 쏟아 준다. 넥슨 아메리카 역시 북미 유저들로부터 많은 팬레터를 받았을 정도다(웃음).
최근 북미에 진출하는 한국, 또는 중국 게임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넥슨이 처음 미국에 지사를 세울 때만 해도, 사실상 아시아 퍼블리셔는 우리가 거의 유일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할까. 어찌 되었든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퍼블리셔들이 진출하면 그만큼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넋 놓고 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 초심을 잃지 않고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메이플스토리>나 <드래곤 네스트>, <마비노기 영웅전> 같은 우수한 게임들이 많다. 넥슨 아메리카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LA(미국)=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왼쪽부터 넥슨 서민 대표이사와 넥슨 아메리카 다니엘 김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