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E3 2011의 뜨거웠던 열기도 이제 사그라진 모습입니다. 디스이즈게임도 현지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 왔고, 이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에 E3를 방문한 이터비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E3를 방문한 깨쓰통, 그리고 처음으로 E3를 접한 한낮이 이번 행사에 대한 각자의 느낌을 이야기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 3인 3색 E3 2011 소감
이터비아: 자, 드디어 E3는 끝났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는데, 각자의 소감을 말해 봅시다. 먼저 E3를 처음 가 본 한낮부터.
한낮: 신기했어요. ‘와~’ 라는 느낌일까요. 지금껏 다녀온 다른 게임쇼와 비교해 보면 도쿄게임쇼는 플레이 지향으로 유저의 입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E3는 컨퍼런스의 발표가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컨퍼런스 뒤에 체험회를 갖는 거죠.
하지만 다양한 신작들이 공개되니 새로운 소식을 얻는 즐거움은 확실해요. 굳이 가지 않아도 관심을 갖게 되는 쇼랄까요?
깨쓰통: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북적대고 사람이 많은 느낌이랄까요. 작년에는 3DS 이외엔 ‘우와~’ 할 이슈가 없었지만 올해는 Wii U, PS Vita 등 하드웨어 이슈와 <배틀필드 3>로 대표되는 기대작 이슈도 많았죠.
한낮: 그런데 그것도 빈익빈 부익부 아니었나요? 파리 날린 부스가 은근히 있었는데?
깨쓰통: 많지. 파리 많이 날렸지. 대작들 중심으로 쇼에서 주목받는 느낌이었어. 도쿄게임쇼에서는 아무리 게임이 하찮아도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했는데 여긴 피도 눈물도 없어. 그래도 덕분에 신기한 거 많이 플레이해 봤지.
이터비아: 난 5년 만에 간 E3인데… 솔직히 그때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나. -_-; 대신 지금보다 훨씬 북적거렸다는 건 기억해. 그래도 다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였어. 그리고 유저 대상 행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취재할 때 관람객에 치여서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
그리고 여전히 성인 대상의 게임쇼라서 그런지 부스모델의 복장도 과감했고. 그건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미국 게임매체 G4TV의 작년 모델(위)과 올해 모델(아래).
■ E3 2011 최고 이슈는 <배틀필드 3>와 Wii U
이터비아: 올해 E3를 달군 최고의 이슈는 뭘까?
한낮: 신규 콘솔의 등장과 <배틀필드 3>였다고 봐요. 하지만 관람객이 제일 많은 건 <스타워즈: 구공화국>이었던 것 같아요. 입장을 시작하고 15분 만에 3시간 대기선을 넘어섰으니까요.
이터비아: 하지만 <스타워즈: 구공화국>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스타워즈 스킨 버전을 즐긴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어.
한낮: 맞아요. ‘월드 오브 스타워즈: 베이더의 역습’ 정도랄까요? 지나치게 잘 만들려고 하다 보니 비슷해진 듯해요. 폐장 임박하고 딱 2분 동안 즐긴 소감이에요. 줄이 너무 길어서 체험은 엄두도 못 냈었거든요.
깨쓰통: 많은 사람이 모였고 열기를 느꼈던 곳은 닌텐도 부스였어요. 역시 Wii U가 가장 큰 이슈가 아니었나 싶어요. 일단 해 보려는 관람객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PS Vita는 나머지 두 가지에 비해 현장에서 이슈를 많이 끌지 못한 것 같아요.
한낮: 맞아요. Wii U나 3DS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렸죠. 다른 부스와 비교될 정도로요. 빈익빈 부익부 느낌이 참 강했어요.
깨쓰통: 그리고 작년에는 댄스와 피트니스 게임 열풍이 눈에 띄었는데 올해는 뭔가 대세라는게 안 보였어요. 몇몇 인기 게임 외엔 이렇다할 경향이라는게 적었죠.
그리고 컨퍼런스에서도 키넥트와 PS Vita는 이미 선보였기 때문에 완성판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신선한 맛이 떨어졌고 임팩트가 적었어요. Wii U는 3DS를 살리려다가 그렇게 됐고요.
한낮: 그나마 Wii U 영상을 만든 사람의 센스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어땠을지 상상이 안 되네요. 닌텐도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 분위기는 표창 날리는 거 하나로 끝났어요.
이터비아: 그래도 이번 현장에선 슈팅, 특히 밀리터리 슈팅 게임의 대단한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어. 아마 <모던워페어 3>의 체험대가 공개됐으면 행사장이 폭발했을지도?
한낮: 지역에 따라 취향 차이가 이 정도 벌어진 것 같아요. 다른 게임쇼와 비교해 이번에는 FPS와 레이싱 게임이 진리였고 격투 게임은 비슷했는데 온라인 게임이나 RPG는 찬밥 신세였어요.
저는 스퀘어에닉스와 반다이남코 부스가 이 정도로 비참한 건 처음 봤어요. 캡콤도 <드래곤스 도그마>를 야심차게 공개했는데 솔직히 대기열은 <레이맨>에 밀릴 정도였으니까요.
■ 신규 IP 부재와 새로움 없는 발표는 아쉬워
이터비아: 그럼 이번 쇼에서 아쉬웠던 점은 뭘까? 난 먼저 새로운 게임의 부재를 꼽고 싶은데.
한낮: 맞아요. 신규 IP(지적재산권)의 게임을 보기가 참 힘들었어요. 주로 후속작이나 외전격 신작들이 많았죠. 심지어 구작들까지 부활하니까요. 오히려 디즈니 게임들이 반갑더라니까요.
깨쓰통: 뭔가 다른 것들이 있긴 했지만 짠~ 하고 떠오른 별 같은 느낌의 게임이 없었어요. 온라인게임도 적었고, 소셜게임도 거의 없다시피 했고요.
이터비아: 일부 폐쇄적인 부스도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어. 베데스다는 아예 성을 쌓아서 내부를 전혀 볼 수 없었고 다른 부스들도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공간을 마련했지. 지스타로 치면 B2C와 B2B를 한데 모아 놓은 건데, 그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시끄러워서 참 힘들었어. 그런 면에선 지스타가 그리웠지.
깨쓰통: 바이어나 미디어를 통해 퍼뜨리기 위한 쇼라는 느낌이 강했죠. 게다가 쇼에는 출전했지만 찾아볼 수 없었던 게임도 많았어요. 비하인드 클로즈드 도어(BCD)에 숨어 있었겠지만요.
한낮: 일부 부스의 체험대도 아쉬웠어요. 인원의 순환도 잘 되지 않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터비아: 일부 부스가 아니면 10~20분 정도만 줄을 서면 충분히 게임을 즐길 정도로 편중됐다는 점도 아쉬워.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 같아 보이네.
깨쓰통: 닌텐도 부스를 제외하고 다른 부스에서는 Wii용 게임이 전멸했고 PS무브 게임도 마찬가지로 소니 부스 이외에는 전혀 보지 못 했어요. 작년엔 안 그랬는데 말이죠.
그래도 키넥트용 게임들은 꽤 보였거든요. 특히 <라이즈 오브 나이트메어>는 정말 하드코어했죠. 마니악한 이런 게임들이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겠어요.
이터비아: 컨퍼런스에서도 새로운 게 거의 없었지. 대부분 예상된 것들이 나와서 재미가 떨어졌어. Wii U도 새로운 게임기라고 하지만 Wii를 벗어나지 못 했고. 그래서 난 이번 E3를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쇼’라고 칭하고 싶어.
한낮: 모두가 스포일러의 노예였죠. 예전엔 알려지지 않아서 재밌었는데 특히 올해는 참 김샜어요.
깨쓰통: 그렇다기보다는 작년에 혁신적인 것들을 쭉쭉 보여주고 올해는 그것을 다듬은 느낌이 강하다고 봐요. 아무래도 매년 터뜨리긴 힘드니까요. 그래도 내년에 Wii U가 라인업을 강화하고 Xbox720이나 PS4가 나오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