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었던 AOS가 올 하반기에 게임업계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AOS는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 중 하나인 'Aeon of Strife'의 약자로 하나의 영웅을 성장시키며 진행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그동안 <워크래프트 3>의 '도타'(DotA, Defense of the Ancients)와 '카오스'(Chaos) 등으로 국내 게임유저들에게 잘 알려졌지만 정작 국내게임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아 개발사들이 망설였던 장르 중 하나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AOS 게임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7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사이퍼즈>의 동시접속자가 2만 2천을 넘었다. 최근의 캐주얼게임으로는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해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22일에는 드래곤플라이가 ‘쉬운 AOS’를 내세우며 <킹덤언더파이어 온라인>의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실시, 5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오픈베타테스트를 준비중인 <카오스 온라인>은 오는 29일부터 첫 번째 클랜 대회와 인터넷TV 중계를 시작한다.
AOS장르의 대표주자인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도 한국 서비스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한국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으며 국내에 개발 및 운영 인력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AOS게임을 개발하거나 기획 중인 개발사도 4~5곳에 이른다. 2009년 <아발론>과 <로코> 이후 이렇다 할 게임이 없던 비주류 장르 AOS가 순식간에 ‘격전지’가 된 것이다.
■ 해외는 LOL이 국내는 사이퍼즈가 검증
AOS게임 열풍을 이끈 것은 <사이퍼즈>와 <LOL>의 성공이다. <워크래프트 3>의 인기모드인 <DoTA>의 주요개발자가 모여 만든 <LOL>은 해외에서 큰 흥행 성적을 거뒀다.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국내에도 많은 팬이 생겨났을 정도다.
현재 디스이즈게임을 포함해 <LOL>의 커뮤니티사이트는 총 4개, 관련카페도 13곳에 달한다. 최대규모의 팬카페인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커뮤니티’에는 4만 8천명 이상의 유저가 가입했다.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도 흥했다. 애널리스트에게 3억 달러가 넘는 자산가치를 인정 받았고 올해 2월에는 중국의 텐센트에 높은 가격으로 인수됐다.
자세한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예상인수금액이 약 4,4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의 MOD 정도로 취급 받던 AOS장르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국내에서는 <사이퍼즈>가 흥행을 이었다. 넥슨은 최근 <사이퍼즈>의 동시 접속자가 2만 2천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가입자수도 30만 명을 넘었다. 넥슨에서는 기세를 몰아 친구를 초대하면 게임 아이템과 현물을 지급하는 추천 이벤트를 시작했다. 30일에는 코스튬 업데이트도 이어진다.
넥슨 관계자는 “국내 AOS게임 중 가장 높은 동시접속자로 국산 AOS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 새로운 도전자 킹덤언더파이어와 카오스 온라인
여기에 <킹덤언더파이어>와 <카오스 온라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오스 온라인>은 29일부터 클랜 대회를 시작했다. <카오스 온라인>의 퍼블리셔인 세시소프트는 3개월 간의 대회와 방송중계를 통해 <카오스 온라인>을 알린 후, 클랜 대회가 끝나는 대로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AOS게임 중 국내 유저에게 가장 잘 알려진 <카오스>를 이용하는 만큼 원작 구현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워크래프트 3>의 MOD였던 <카오스>를 한 차원 높은 그래픽으로 즐기게 해주겠다는 목표다.
<킹덤언더파이어>는 지난 22일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쉽고 편한 AOS’를 목표로 내세운 <킹덤언더파이어>는 그러나 1차 CBT에서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평을 받았다.
드래곤플라이는 유저 의견을 수렴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몇 차례의 테스트를 더 거친 후 연내에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 대중성과 마니아, 두 마리의 토끼
AOS의 최대 난관은 접근성이다.
AOS게임은 게임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 아이템 조합부터 각 영웅의 스킬과 능력, 빠른 전략을 위한 약어 등 외워야 할 것도 많다. 대부분 1:1로 경기를 치르는 전략시뮬레이션과 달리 적게는 3:3에서 많게는 5:5까지 함께 플레이하기 때문에 실력부담도 심하다.
이에 따라 AOS 개발사들은 유저들이 보다 게임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차별화된 시스템을 선보여 유저들을 적극 끌어들일 계획이다.
<사이퍼즈>는 액션게임 방식의 시점과 조작을 도입하고 복잡한 아이템 구입 대신 미리 정해진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LOL>은 비슷한 실력유저끼리만 경기를 진행하는 강화된 레벨 별 파티매칭을 도입해 접근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다.
<킹덤언더파이어>도 접근성에 주력했다. 경기마다 30분의 제한시간을 두고 상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초보자도 상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카오스>에서 유행했던 복잡한 조합아이템도 삭제했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단순한 아이템 능력을 도입했다.
반면 <카오스 온라인>은 철저히 마니아 유저층을 노릴 계획이다. 국내에 AOS를 알리는 계기가 된 <카오스>를 별도의 게임으로 ‘최대한 손상 없이’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췄으며 <카오스>를 개발했던 아나클랜에서 기획과 운영에 참여, 영웅이나 조합아이템도 <카오스>의 그것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테스트 역시 일반유저가 아닌 클랜을 중심으로 실시하며 29일부터는 제 1회 클랜배틀도 시작한다. 접근성을 낮추느라 게임성을 해치기 보다는 기존의 <카오스> 마니아들만이라도 확실히 겨냥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