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과 주최, 한국청소년 상담원 청소년 희망센터의 주관으로 30일 서울 YMCA 대강당에서 ‘청소년의 보호받을 권리와 인터넷 게임중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연구위원과 한국청소년상담원 인터넷중독대응TFT 배주미 팀장의 발제가 먼저 진행된 후, 장근영 연구위원과 배주미 팀장 포함 총 6명의 참석자가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디스이즈게임은 장근영 연구위원과 배주미 팀장의 발제에 이어 진행된 다른 4명의 참석자의 발표내용을 요약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1부) “셧다운제는 성전에서의 승리의 단초” {more}
청소년 참여위원회 오석현(대학생):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학습권, 행복권, 건광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받는다. 수면권과 생명권은 앞의 발제에서 이야기되었으니 생략하고 행복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청소년들은 인터넷 게임에 쉽게 중독된다. 하지만 정작 그 중독된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게임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본다. 내 주변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살다가 통제불능이 되고 급기야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정신과 병원에 입원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인터넷 게임을 할 때 행복하냐?”고 물어봤더니 “그게 아니라 그냥 안 하면 불안하다”는 요지의 답변을 들었다. 주변에 인터넷을 즐겨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 역시 비슷한 취지로 대답했다. 다시 말해 인터넷이나 인터넷 게임은 무언가 행복이나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며, 무익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돌이켜보면 고등학생 시절 인터넷을 한 시간이 정말 아깝다. 청소년 시기는 미래에 무엇을 할지 인생을 설계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만약 인터넷을 한 시간에 책을 읽거나, 내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학부모 대표 유각미: 현재 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의 엄마다. 우리 아이는 인터넷 중독을 경험했고,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운영하는 치료 프로그램인 레스큐 스쿨에도 참여했다.
먼저 앞에 발제에서 한국청소년상담원 배주미 팀장이 레스큐 스쿨에 참여한 아이들을 이상한 아이들이라는 식으로 묘사했는데,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나라고 해서 인터넷을 방치하고 싶어서 방치한 것이 아니고, 밤에 일을 나가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중독이란 것은 정말 어느 순간 ‘앗’ 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그만큼 위험하며, 어른들도 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래도 나는 레스큐 스쿨을 통해 아이가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정부에서 레스큐 스쿨 같은 치료 프로그램을 더욱 더 많이 마련해 주고, 다양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힘써 주었으면 한다.
게임업체 역시 가정마다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보급해 주었으면 한다. 또, 부모들은 인터넷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운영해 주었으면 한다.
관동대 명지병원 김현수(정신과 교수): 요즘 10대 청소년들이 노는 것을 보면 ‘10대 문화’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기업들은 10대들을 성인과 마찬가지로 상품화의 대상 및 상품을 파는 시장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는 인터넷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현재 10대들은 성인들과 거의 동일하게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즐기며, 야한 동영상을 보고, 싸움을 즐기고, 돈을 벌고 있다. 이는 과거 아동과 청소년을 구분하지 않던 중세의 야만적인 시절로 회귀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정말 걱정스럽다.
아동과 청소년 시기는 인격이 형성되고, 또 발견하고 만들어지기는 시기다. 그런 만큼 보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게임은 아동청소년을 무분별하게 중독시켰으며, 그들의 발달권과 보호권을 깊이 침해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중독이 아니라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게임은 사용자들을 흥분상태, 즉 중독상태로 몰아가는 것이 근본 목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억지에 불과하다.
실제로 게임중독에 대한 뇌사진을 찍어보면 마약이나 도박을 할 때의 흥분상태와 거의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이런 게임을 즐기는 상태의 아동, 청소년들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아니라 험난한 중세시대의 기사나 마법사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대해 우리들은 아동, 청소년들의 빼앗긴 10대를 되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을 지도하는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온 국민이 게임산업과 싸워야 한다.
지금까지는 게임산업이 이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 전체가 게임산업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이제 정신차려야 한다. 게임은 주말에나 잠깐 즐기는 여가가 되어야 한다.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 우리는 인터넷 게임에 중독에 대한 폐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고, 자살도 하고, 정신적, 신체적, 수면장애 등 온갖 병들이 다 걸리는 것을 보고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 최근에서야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문제다.
난 이런 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10년 이상 봐 왔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활동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땠는가? 2000년부터 셧다운을 해야 한다. 셧다운을 통해 아이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막아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2005년 즈음해서야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청소년의 14% 이상이 인터넷 게임중독에 걸린 상태였다.
도박중독은 전 인류의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청소년의 14%, 7~8만 명이 인터넷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중독의 예방이 아닌 ‘치료’ 프로그램 중심이었다.
결국 10년이 넘어서야 올해 겨우 셧댜운제가 통과됐다. 통과시키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이익집단이 가로막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게 이렇게나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것도 16세 미만이다. 청소년이나 성인도 아니고,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셧다운제를 실행한다.
게다가 스마트폰이나 콘솔 게임은 모두 빠졌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허점 투성이의 법이다.
셧다운은 청소년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이 아니다. 게임회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이다. 노래방, 찜질방, PC방 모두 12시 이후에 청소년들의 이용을 막는다. 그런데 왜 게임회사의 영업시간을 막는다는 것에 이렇게 반발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잠을 대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 잠 좀 자라고 돌려보내는 것을 막아서는 것은 우리나라 모든 문화 콘텐츠 산업 중에 게임밖에 없다.
법으로 게임이용을 막아서는 안 되고 부모가 막아야 한다고? 아이가 게임에 중독된 것은 전적으로 관리를 못한 부모 책임이라고? 그걸 왜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 책임으로 몰아가는가? 부모가 아무리 막아도 이를 뚫는 것이 청소년들이다.
그런 만큼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가가 “이런 건 위험하니까, 하지 마세요”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안 되는가? 레스큐 스쿨을 통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지금 말하는 게 게임산업만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 ‘게임’ 외에 아무것도 즐길 수 없는 환경을 만든 어른들의 문제도 정말 크다.
다들 공부만 하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모른다. 수학능력시험? 아마 전 세계에서 아이들을 1번부터 몇 만 번까지 줄 세우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환경을 바꾸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