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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금거래, 법안으로 규율 체계 갖춰야 한다”

콘텐츠분쟁조정 컨퍼런스: 게임머니 분쟁과 해결방안

이터비아 2011-10-14 15:39:40

현재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된 게임산업진흥법은 한계가 있다. 새로운 법안을 통해 통일적 규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분쟁조정 컨퍼런스에서 게임머니로 파생되는 분쟁양상과 해결방안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정훈 교수(오른쪽 사진)는 이와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2007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게임법이 개정되면서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된 법이 제정됐는데 지난 2009<리니지>의 아이템 현금거래가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되면서 합법화와 그 기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상황을 밝혔다.

 

 

■ 현행법에서 아이템은 ‘재물’이 아니다

 

현재 게임법을 보면 불법의 기준은 베팅이나 배당이 되는 웹게임에 한정돼 있지만, 아이템 환전 행위를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금지도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웹게임이라도 업으로 삼고 있지 않으면 법에 저촉되지 않고, MMORPG라도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해 대규모 영업 행위를 한다면 법에 저촉된다.

 

그리고 게임사의 약관상 아이템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현금거래가 약관 위반으로 제재받을 수 있고, 현금거래가 형법이나 다른 법률에 위반될 수도 있어서 현금거래 합법화 이후 형사법으로 어떻게 판단하고 시스템을 마련할지가 중요하다.

 

이 교수는 특히 현금거래를 둘러싸고 법적으로 관련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민·형사 분쟁과 과세 문제, 약관 위반 및 저작권 문제, 재산 범죄와의 관련성, 사행-도박과의 관련성, 돈세탁을 통한 탈세 가능성 등이다.

 

현금거래를 둘러싼 4가지 형사법적 문제. 

 

현금거래가 된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해 보면, 가장 먼저 재물성 논쟁이 벌어진다. 형법상 재물과 재산을 분리하고 있는데, 아이템은 재물이 아니라고 판례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아이템을 부당하게 취득하면 절도죄가 아니라 사기죄가 성립되고 환전을 위해 갖고 있어도 장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템을 버리거나 아이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도 재물손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상 재물 간주 규정에 아이템을 추가하거나 관리 가능한 무체물을 포함한다고 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의 재산 손해가 발생했는지도 관건이다. 아이템의 속성상 거래 시기나 사이트, 게임의 인기도나 개인의 주관적 의도에 따라 가액 산정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실제 거래된 액수보다는 거래 당시의 시세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아이템의 거래 시세라는 것도 유동적이므로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거래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 사행이나 도박, 돈세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현금거래와 사행·도박 행위와의 관련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게임머니나 아이템이 베팅이나 배당의 요소가 되는데 환전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사행성 게임물이며 곧 도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를 구별하여 처벌할 수 있는 것은 게임위나 국가의 자의적 판단 뿐이다. 당장 확실한 대책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현금거래를 국가가 인증한 곳에서만 허용하고 거래자와 중개자, 게임사는 그곳에 등록해야만 아이템 거래가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가상경제의 규모를 파악하기 쉽고, 국가 세입을 확보할 수 있으며, 사행성이나 도박성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있고, 아이템 거래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 지나친 국가 개입이나 세수 확보를 위해 악용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음성적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금거래가 돈세탁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행법상 게임 아이템 거래를 ‘금융거래’라고 보기 어렵고, 아이템 거래상 내지 중개상을 ‘금융기관’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서 현거래를 통한 자금세탁 행위를 규제하기는 어렵다.

 

유저 간(개인) 현금거래를 지원하는<디아블로 3> 아이템 경매장.

이를 악용할 소지는 다분하다.

 

특히 범죄 단체가 스스로 현금거래 사이트를 개설하면 합법적인 범죄 수익 유지가 가능하고 불법자금으로 활용돼도 현행 법으로는 국가가 모니터링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이를 개정해 현금거래 사이트나 중개상을 ‘금융기관 등’에 포함시키고, 현금거래나 환전을 ‘금융거래’의 한 예로 포섭해야 한다. 현행 법은 카지노 영업장에서 현금 대신 쓰는 칩을 상호 교환하는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행 게임법은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환전 행위로 인한 게임 사행화 차단의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등장한 현금거래에 적용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게임 아이템의 재물성 논쟁, 재산범죄에 대한 포섭 문제, 온라인 도박·사행 행위와의 관련성, 돈세탁 가능성의 차단을 위한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현금거래를 전면 금지하거나 현행 규정을 고쳐 형사 처벌을 확대하자는 논의 등은 자칫 게임의 문화콘텐츠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현행 법률 해석의 논쟁을 시급히 정리하고, 가상재화 거래의 기존 법률 보완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입법을 통해 현금거래에 대한 통일적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