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와의 공감대를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인류중독게임' <문명5>를 개발한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배리 코딜 수석 프로듀서는 KGC 2011에서 ‘문명: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이다’라는 주제로 한 키노트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파이락시스의 게임개발 규칙을 공개하면서 그가 생각한 게임 개발을 밝혔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시드마이어의 10가지 게임 개발 규칙
베리 코딜 수석 프로듀서는 파이락시스의 총 책임자이자 <문명>을 개발한 시드 마이어가 정한 10개의 규칙을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1. 자신이 열정을 가진 소재를 선택할 것.
2. 게임 개발이 끝난 후에 연구를 시작할 것.
3. 프로토타입을 만들 것.
4.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수치를 2배 또는 절반으로 줄여 확실히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 것.
5. 유저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것.
6. 게임은 시작하기 쉽고 끝내기 어려워야 한다.
7. 간단한 시스템을 조합해 흥미로운 복잡함을 만든다.
8. 게임을 서사적으로 만들어라.
9. 흥미로운 의사결정을 제공.
10. 좋은 것은 다 넣는다고 좋은 게임은 아니다. 적당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이 10개의 규칙은 파이락시스가 게임을 개발하는 기본이 되는 내용이다 <문명>시리즈와 <해적>등 파이락시스의 모든 게임은 이 규칙에 따라 개발됐다.
2번의 경우는 이렇다.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 개발하는 시스템이나 기술은 모두 초기 콘셉트와는 다르므로 일단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을 잘 완성한 다음 새로운 재미나 시스템을 연구하라는 것이다.
4번은 미세하게 수치를 조정해서는 체감하기 힘든 게 그 이유다. 수치를 크게 변동시켜 어떤 부분이 잘됐고 잘못됐는지를 확실하게 알아야 원하는 수정이 가능하다.
5번 규칙은 공감대를 형성하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해적>이라는 게임을 만든다면 실제 해적이 아닌 <캐리비안의해적>에 등장한 조니뎁 같은 인물을 모델로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실제 해적은 돈도 없고 병에 걸려 일찍 사망하는 등 참혹한 모습이다. 만약 이 내용으로 게임을 만든면 아무도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7번은 <문명>의 예를 들면 정치, 경제 등 단순한 시스템이 다양한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다. 만약 문명의 단순한 턴방식 전투가 복잡한 실시간 방식으로 바뀐다면 그만큼 정치나 경제의 비중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게임을 서사적으로 만들라는 8번의 경우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유저의 상상력을 자극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시드마이어의 레일로드>의 경우는 기본적으로는 도시간에 사람들을 기차로 나르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각 도시마다 뉴욕이나 마이애미 등 지역명을 붙이게 되면서 유저 스스로 그 안에 시나리오를 부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10번을 지키기 위해 파이락시스는 3등분 법칙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게임의 중요 요소 중 캐릭터의 이동 방식, 시점 등 게임의 3분의 1은 전작을 그대로 가져온다. 기존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이 어색해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고 3분의 1은 전투 방식, 경제 시스템 등을 추가 발전시킨다. 마지막으로 3분의 1은 종교 등 새로운 콘텐츠나 시스템을 추가해 새로운 느낌과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베리 코딜 수석 프로듀서는 “새로운 요소를 넣는다는 것은 반대로 어떤 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매우 어렵다. 특히 십 수년간 장점만 추가해온 게임의 경우는 점점 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유저와의 공감대가 끊기면 안된다.
베리 코딜 수석 프로듀서는 10가지 규칙에 이어 몇 가지 규칙을 추가했다.
먼저 피드백은 끊임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아티스트들은 게임을 가능한 아름답고, 눈에 잘 보이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문명>은 전략게임인 멋지게 잘 보여지는 것만큼 밸런스나 어떠한 전략이 가능한지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하나의 지형은 적어도 4번의 피드백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테스트했다.
자신이 중요한 것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조해야 한다. <문명>은 게임을 시작하면 지구가 만들어지고 생명체가 탄생하고 인류가 등장해 문명이 발생하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보여 준다. 이후 게임 화면이 펼쳐지면서 유저의 개척자가 등장한다. 이후 유저는 스스로 자신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역사를 쓰는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엔 재미 없더라도 사람들이 환영하고 호응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유저는 더욱 게임에 몰입한다.
<문명>에서 처음 도시를 세우면 컷 신이 나오며 유저의 새로운 문명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려준다. 게임을 잘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이렇듯 유저가 게임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가능한 자주 제공해 유저들이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베리 코딜 수석 프로듀서는 “항상 유저와 공감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무엇을 즐거워하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것에 불편을 느끼는 지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