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이 처음으로 남미를 갔습니다. 첫 방문지는 페루. 한국 온라인게임이 처음으로 깃발을 꽂은 곳이었고, 마침 큰 행사도 있었니까요. 그 곳에서 우리 온라인게임에 대한 잉카 후예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리마 이후 몇몇 도시들을 돌았습니다. 먼 길을 간 만큼 앞으로 허접칼럼, 기획기사들을 쓸 예정입니다. 그에 앞서 남미 현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리마의 현장 기사를 먼저 보냅니다. /리마(페루)=디스이즈게임 임상훈
11월 19~20일 페루의 수도 리마. 시내 중심부의 쇼핑몰 부근에는 오전부터 특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과거 잉카인들이 신성시했던 뱀 같은 모양의 인간 사슬이 컨벤션센터와 그 옆 놀이공원을 쭉 둘러쌓았다.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 안에서 열리는 행사에 들어가기 위해 잉카의 후예들이 한꺼번에 몰렸던 것. 직접 행사장 주변을 돌며 사람 수를 세어보니, 1,000명에 육박했다. 시간이 지나도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행사 시작 전부터 건물을 둘러싸고 길게 늘어선 페루 게이머들. 대부분 인디오들이다.
옆 건물 2층에서 바라본 행사장 바깥의 풍경.
남미 최초의 대규모 온라인게임 페스티벌, 관람객 2만 명 참가 |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행사장에 들어갔다. 입장을 기다리느라 답답한 바깥과 달리, 건물 안은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했다. 중남미 특유의 화려한 공연과 여러 행사들이 이어졌다. 모든 공연과 행사의 중심에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있었다. 중남미 최대 퍼블리셔인 소프트닉스가 19~20일 주말 이틀(오전 11시~오후 11시) 동안 리마의 플라자 산미겔 컨벤션센터(2,500㎡)에서 '소프트닉스' 파티를 연 것이다. 이 대륙 게임회사로는 역대 처음 개최하는 대규모 게임 페스티벌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주말 동안 긴 대기줄이 이어졌고, 약 2만 명의 잉카의 후예가 '파티'를 즐겼다. 일개(?) 게임회사의 행사에 페루 최대의 신문 '엘 꼬메리꼬'(El Comerico)까지 취재에 나설 정도였다.
이틀 내내 행사장 정면의 대형 무대에서는 각종 밴드와 비보이 그룹 등에서 공연을 펼쳐졌다. 특히 파티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아다모 등 페루 인기 가수의 축하공연, 소프트닉스걸 선발대회, Kpop 커버댄스 경연대회 등은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무대에서 펼쳐진 소프트닉스걸 선발대회. (별도의 포토기사를 기대하세요.^^)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게임 시연과 대회가 열렸다. 소프트닉스가 퍼블리싱 중인 모든 게임들이 출동했다. 그 중에서도 <라키온>과 <울프팀>의 인기는 단연 눈에 띄었다. 현재 중남미에서 얻고 있는 큰 인기를 반영하듯, 시연 부스에는 플레이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또한 주최측의 의도를 반영하듯,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러브 리뜨모>(한국명: 러브비트)와 <카발 온라인> 시연 부스도 긴 줄이 끊이지 않아 소프트닉스 관계자들을 미소짓게 했다.
남미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FPS인 <울프팀>을 플레이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소프트닉스 페루 법인의 김 마리오 대표는 "지난 7년간 이런 행사를 개최하기에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남미 게임 포털 넘버 1의 자리를 굳힌 올해부터 대형 행사를 기획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유저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러브 리뜨모> <카발 온라인>을 알리는 것과 함께, 중남미 기업들에게 우리 회사를 홍보하는 게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닉스 파티의 두 주인공, <러브 리뜨모>와 <카발> |
김 대표의 이야기처럼 이번 '파티'의 주인공은 <러브 리뜨모>와 <카발 온라인>이었다. 행사장 중앙에 두 게임의 부스를 배치한 것 외에도, 공연이 열린 정면 무대 뒤편의 초대형 스크린에서는 끊임없이 프로모션 영상을 번갈아 비쳤다. 두 게임은 모두 국내 다른 개발사로부터 소싱한 타이틀이다. 7년 만의 대형 행사 개최나, 현장에서 두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서 소프트닉스의 적극적인 의지가 보였다. 자체 개발 게임의 서비스 위주에서 벗어난, 본격적인 중남미 퍼블리싱 포털로의 확장이다.
무대 위 페루 인기 가수의 공연 배경에 비치는 <카발> 동영상.
소프트닉스 장상채 사업총괄 이사는 "이번달 상용화를 시작한 <러브 리뜨모>를 통해 중남미 리듬액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중남미 시장은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오디션>(LIN)을 통해 음악 게임의 가능성이 이미 확인됐다. <러브 리뜨모>를 통해, 춤과 리듬이 일상인 중남미 게이머들를 확실히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탱고, 삼바, 살사의 고향답게 행사장 안에서는 무대 음악에 맞춰 끊임 없이 몸을 흔드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러브 리뜨모>를 플레이하기 위해 기다리는 유저들.
장 이사는 "12월 CBT 예정인 <카발온라인>은 소프트닉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브라질(포르투갈어)과 달리 스페인어 권역에서는 아직 상업적으로 성공한 MMORPG가 없다. MMORPG 경험이 있는 남미 및 스페인 출신 운영자들을 '탈탈 털어서' 스카웃했고, 아르헨티나에 운영 조직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의 부스 중 전문 모델이 지키고 있었던 곳은 <카발 온라인>이 유일했다.
은색의 가발이 매력적이었던 <카발> 부스의 모델들.
이것이 남미의 파티 분위기다 |
행사장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남미 문화의 여러 면모가 느껴졌다. '<알투비트> 결혼식'이라고 명명된 커플이벤트에서는, 무대 위에 오른 20쌍에 가까운 커플들이 스스럼없이 키스를 했고, 커플 댄스를 펼쳤다. 일부 커플은 늦은 밤 클럽에서 볼 수 있는 과감한 춤을 추기도 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도 진한 키스를 나누는 커플들이 목격됐다. 남미 특유의 개방적인 '파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무대 위에서 '부비부비' 하고 있는 남미 유저.
뜻밖에도 한국인의 인기가 높았다. 기자에게 다가와 막무가내로 스페인어로 말을 거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말을 이해 못하면 아쉬운 표정을 짓고, 함께 사진 찍기를 요청했다. 사진을 찍었고, 그 광경을 다른 관람객들이 또 사진을 찍었다. 엉겹결에 스타가 된 느낌이었다. "스스럼없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이 지역의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로 여기고 함께 사진 찍기를 원했던 것 같다"는 게 소프트닉스 관계자의 이야기였다.
시몬에게 다가와 함께 사진 찍기를 원했던 페루 유저들. TIG 로고도 함께.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의 게임쇼와 달리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다. 또한 관람객 대부분이 '인디오' 계열이었다. 페루는 중남미에서 가장 인디오 계열의 비중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하듯, 가족 단위로 행사를 참여하는 문화도 닮아있었다. 또 게임 운영자와 유저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곳곳에서 비쳐졌다.
행사장 모퉁이에서 일반 유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프트닉스 여자 GM.
파티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
행사 당일 만난 박희권 주 페루 대사는 "일부 상류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남미 청소년들은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 온라인게임의 인기와 이런 행사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중남미가 다른 대륙에 비해 관심이 덜한데, 온라인게임은 물론 K-pop 등 한류가 대단하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이런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프리랜서 모델로 행사에 참여한 프란쎄즈까 차뿌이스도 "어렸을 때 <건바운드>를 열심히 했는데, 이런 행사에서 일하게 돼 기쁘다. 행사장에 있으면서 <카발 온라인>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됐다. 서비스되면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TIG 로고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프리랜서 모델들. 오른쪽이 프란쎄쯔까 차뿌이스.
한편 행사 시작 전까지 "사람이 많이 오지 않으면 어쩌지"라고 걱정했던 파티는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사람이 너무 몰려, 걱정의 방향이 안전사고 쪽으로 바뀌었다. 장 이사는 "행사장 밖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빨리 들이려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수시로 '지금 나가면 게임머니를 3,000씩 준다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안전사고를 걱정했는데 다행이 큰 사고 없이 잘 마쳤다. 첫 행사여서 미숙한 점이 많았는데, 내년에는 좀더 넓은 행사장에서 스폰서도 많이 붙여서 파티를 열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 나가면 3,000 캐시를 드립니다."
6개월 동안 행사를 준비로 바빴던 김 마리오 대표는 "남미 경제의 성장과 인터넷망 보급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이 전망을 밝게 한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소프트닉스가 남미 온라인게임 시장의 독보적인 게임포털이 되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행사장 입구 부근에서 ET 버전의 TIG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상채 사업총괄 이사(왼쪽)와 김 마리오 소프트닉스 페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