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 폐지론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해 12월 31일 국고지원이 마감되면 게임위는 등급분류 심의수수료만으로 관련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게임물 등급심의 민간이양을 내세우면서 국고지원 철폐와 함께 게임위의 ‘페이드아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상태로 흘러간다면 내년 1월 1일부터 게임위의 업무는 파행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된 문제의 각기 다른 해석과 궁금한 점을 모아 FAQ(자주 묻는 질문) 형식으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지난 2006년 10월 30일 게임물등급위원회 현판식 당시 모습.
Q: 게임위가 사라지면 게임물 등급심의는 어떻게 되나요?
상황에 따라서 두 가지로 경우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첫째, 민간 심의기구를 만들고 문화체육부장관이 이를 별도의 심의기구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율심의로 게임업계에서 심의규정을 만들고 이에 따라서 각자 자율적으로 심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민간 심의기구는 미국의 ESRB가 있으며, 업계 자율심의 기구는 일본의 CERO가 있습니다. 현행법상 국내 민간 심의기구의 경우 게임업계 관련 기구에서 담당할지 아니면 교육, 학부모, 청소년단체 등에서 담당할지 아직 확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Q: 민간 심의기구와 업계 자율심의는 다른가요?
다릅니다. 모두 게임물의 등급심의 주체가 민간으로 넘어온다는 공통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 심의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이는 현재 게임위의 업무가 민간단체로 이양되는 것에 불과합니다. 업계 자율심의는 별도의 심의위원회와 규정을 만들고 서비스 업체가 스스로 심의할 수 있습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추진 중인 민간 자율심의는 별도의 민간심의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문화부의 관할 아래 국고의 지원을 받는 게임위가 민간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민영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수만은 민간단체 중 어떤 한 곳, 혹은 새로 설립된 단체가 심의기구가 된다.
Q: 현재 자율심의를 하는 분야가 있나요?
방송 분야는 방송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규정에 따라 MBC, KBS, SBS EBS 등 각 방송국에서 각각의 프로그램을 심의하고 등급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규정을 만들어 놓고 심의 자체는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TV를 볼 때 15세 시청가 등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Q: 게임위 국고지원이 안 될 경우 업무공백 우려는 없나요?
심의수수료만으로 사전 등급심의 자체는 한동안 가능합니다. 그러나 국고지원이 끊길 경우 지난 2006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게임위로 등급심의 업무가 이관되는 동안 벌어진 업무공백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10월 17일부터 30일까지 영등위는 게임물 심의를 반려했고, 게임위는 그 사이에 등급심의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업무공백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등위는 법률적으로 심의 권한이 없어진 상태였고, 게임위는 심의를 하고 싶어도 사람과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았던 상태였습니다.
민간 자율심의 기구에 대한 논의가 없는 지금, 2012년 1월부터 업무공백 사태가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지난 2006년 게임위와 영등위의 업무이관 당시 벌어진 행정공백 관련 공지.
Q: 게임위가 없어지면 여성가족부에서 심의를 하게 된다고 하던데요?
조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법 7조에 따르면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매체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를 심의해 유해하다고 인정되는 매체물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단, 다른 법령에 따라서 별도의 심의기관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게임위가 사라지고, 이를 대체할 별도의 민간기구가 심의주체로 지정되면 청소년보호법 유해매체물 지정 예외대상이 됩니다. 현재 문화부가 입법한 게임법 개정안에도 문화부 장관이 민간심의기구를 지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여성가족부의 영향은 받지 않습니다.
Q: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과 관련해 여성가족부의 영향력을 받는다는 주장은?
현재 민간심의기구 지정이 포함된 법안은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또, 오는 12월 31일 게임위 국고보조가 중단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민간심의기구를 짧은 시일 안에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게임위의 운영이 파행될 경우, 청소년 보호법의 영향에 잠시(민간심의기구가 설립될 때까지)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입니다.
심의기구를 통하지 않는 완전 민간 자율심의의 경우 음반업계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보호법의 통제를 받게 됩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을 받으면 음반의 경우 오후 10시 이후 방송이 가능합니다. 게임물의 경우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닙니다.
업계 자율심의가 아닌 민간심의기구를 만들려는 이유가 바로 청소년 보호법 예외조항 때문입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에 있어 심의기관이 있는 경우는 예외가 된다. 하지만 8조 3항에 보면 예외 조항의 예외 규정도 존재한다.
Q: 등급심의 수수료는 민간으로 넘어오면 저렴해지나요?
게임업계에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무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위가 2012년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국고지원금은 58억 원으로, 자체수익(심의수수료)를 포함하면 72억 원의 예산을 짜고 있습니다. 즉, 한 해 평균 심의수수료는 14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민간심의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최대 1년 예산이 심의수수료 14억 원으로 보는 기준이 됩니다. 수수료를 현행보다 50% 낮출 경우 해당 기구의 1년 예산은 7억 원이 됩니다.
수수료를 낮추지 않아도 한달 약 1억 원의 비용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수수료를 낮출 경우 1년에 평균적으로 약 2,000 건 이상의 게임물을 민간에서 심의하는 데는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Q: 실제로 사전 등급심의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되나요?
지난 2007년 게임위가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에 따르면 순수 사전등급분류(사후관리 제외)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1년에 36억 원(당시 기준의 임대료, 인건비 등 경상비 포함)이었습니다.
민간심의기구가 설립될 경우 심의수수료(현재 기준)로 벌어들이는 예산(12~15억 원)은 PC온라인과 아케이드 게임기를 모두 심의했을 경우를 가정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문화부는 아케이드 게임물 심의는 일반 PC온라인 게임물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행성 논란이 있었던 아케이드 게임물의 경우 게임법 개정안에서도 민간심의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입니다.
이 경우 민간심의기구의 1년 예산은 12억 원의 절반인 6억 원 정도가 됩니다. 현재 게임위의 사전등급분류심의 관련 사업비(임대료와 인건비, 경상비는 제외된 금액)는 1년에 약 6억2,000만 원입니다(등급분류사업: 3억3,800만 원, 등급분류제도홍보사업 5,000만 원, 등급분류종합서비스 운영 2억 원, 운영정보표시장치운영 1,800만 원).
민간심의기구의 1년 6억 원의 예산으로는 서울 지역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도 버거울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업계에서는 업자부담 원칙에 따라 심의수수료가 인상될 요인이 크다고 보는 측면도 있습니다.
모든 게임물은 로비 우려가 있는 출장심의가 금지돼 있다. 따라서 별도의 심의공간이 필요한 상태. 사진은 게임위의 입출고장으로 현재 300여 대의 아케이드 게임기를 심의 중이다.
Q: 아케이드 심의는 왜 별도로 진행하려고 하는 건가요?
현재 게임위가 만들어진 이유가 아케이드 게임기, 정확하게 말하면 <바다이야기> 사태 때문입니다. 사행성 문제와 비리 문제로 게임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이후 국내 게임계의 심의는 사행성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한때 한국컴퓨터산업협회에서 아케이드 게임기 자율심의를 진행했지만, 잦은 비리와 로비 사건으로 국가에서 심의권한을 회수했습니다. 이것이 영등위입니다. 하지만 영등위 심의에서는 사후관리가 없었고, 또한 비리와 함께 <바다이야기>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사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아케이드 게임기 심의는 여전히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아케이드 게임업계에서는 민간자율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PC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자율심의를 하더라도 PC온라인과 아케이드 심의는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게임위에서 심의 중인 아케이드 게임물 중 하나. 전체이용가 신청을 한 상태다.
Q: 아케이드 게임은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유비트> 등이 아닌가요?
<철권> <스트리트 파이터> <유비트> 등의 게임기도 아케이드 게임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고스톱, 포커 류의 게임기 등이 현재 심의 중인 아케이드 게임기의 9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변조될 경우 사행성 불법 게임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현재 게임위는 <바다이야기> 스타일의 릴 게임 등은 게임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심의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며 유통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Q: 게임위가 없어지면 게임물 사후관리는 누가 하나요?
문화부가 입법한 게임법 개정안에는 게임위가 사후관리를 전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병헌 의원 등 게임위 페이드아웃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사행산업통합관리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사법기관(경찰 등)에게 사후관리를 맡기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심의는 민간에 주고 관리감독을 정부가 더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현재 사행산업의 범위는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스포츠 토토 등)입니다. 따라서 사감위 등에서 사후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법률개정을 통해 사행산업에 게임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게임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일부 사행성 게임물 때문에 게임산업 전체를 사행산업으로 규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PC온라인 업계에서 아케이드 게임 심의를 분리하자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게임업계 매출 1% 부담금 징수 법안과 관련해 법적 근거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행법상 부담금은 사감위 법으로 징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 법에 규정된 사행산업에 게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