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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프리스타일에서 소주한잔 하실래요?"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에서 스피드핵이 기승

국순신(煙霞日輝) 2005-02-25 13:52:19

'소주구함', '술집구함', '소주방구함'

 

온라인게임 '프리스타일'에서 이런 말들을 심상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심지어 'ㅅㅈㄱㅎ'란 약자가 게임내 대화창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소주구함', '술집구함' 등의 첫머리글자가 'ㅅㅈㄱㅎ'이다. '아마도 스포츠게임인 만큼 오프라인 친목을 돈독히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아닐까'라면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의 확장. 그 구심점은 게임'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곱씹어 보니 요즈음 이니셜 놀이가 인기다.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비둘기합창단'에서 '퐈~'라는 유행어를 만드는 이들은 영어 이니셜로 말장난을 친다. 'NRG'는 남성 댄스그룹 가수가 아니라 '노량진'의 약자다. 'DVD'는 비디오 테이프처럼 영화를 볼 수 있는 저장매체가 아니라 '대방동'의 약자다. 이런 놀이는 인터넷을 기원으로 한다.

 

게임에서도 많다. '카트라이더'에서 게임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의 '레디'(ready)는 'ㄹㄷ'란 두글자로 요약된다. 또 방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임에서의 인사말은 영어의 '하이'(Hi)의 두음자인 'ㅎㅇ'다.

 

인터넷문화의 허브인 '웃긴대학'(web.humoruniv.com)에서도 이니셜 놀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ㅅㅂㄻ'이다. 이걸 짧게 표현하자면 '샒'이란 한 글자로 바뀐다.

 

근데 뜻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제법 재미있다. 'ㅅㅂㄻ'는 '시발라마'라는 욕설에서 등장한 말이다. '시발라마'도 흔히 쓰는 욕설인 '씨팔놈아'란 말이 연성화된 것이다. 인터넷의 언어 규제로 인해 스스로 변한 단어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즉 찾아보자면 '씨팔놈아'란 말이 '시발라마'로 부드럽게 바뀌었다. 이 말은 이니셜을 딴 'ㅅㅂㄻ'란 말로 옮기게 되었고 이걸 한 글자로 '샒'으로 변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 사이에 인터넷의 속성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 프리스타일의 'ㅅㅈㄱㅎ'도 건전한 게 아니다.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의 한 운영자를 만났다. 재미있게도 그의 메신저 닉네임은 '스작하는 넘들 다 죽여버리겠다. 호이짝호이짝~'이었다.

 

'웃찾사' 인기 코너인 '화상고'의 유행어를 본땄던 것. '스작'이 뭐냐고 그에게 물어봤다. 운영자는 '스작'은 '스피드핵 작업'의 약자라고 대뜸 말해줬했다. 요즈음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핵(해킹) 프로그램들이 게임에 사용되고 있으며 그중 대표적인 게 '스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피드핵'이 여기서도 골치거리가 된 거다. 일종의 인기의 반증이라고 할까?

 

프리스타일의 경기시간은 5분. 이용자들의 경기운영 능력에 따라 '트리플에이'(AAA)부터 에프(F)까지 성적을 받게 된다. 트리플에이는 150점이며 에프는 10점이다. 무려 140점이다. 에프 15번을 받은 게 트리플에이 한번과 동일하다. 이용자들은 5분이란 짧지도 길지도 않는 시간동안 상대팀과 실력을 겨루고 난 뒤  성적표와 포인트를 받는다.

 

이용자들이 받는 포인트로 아이템과 농구기술을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스피드핵이 들어가면 경기시작은 5분에서 1분으로 줄어들게 된다. 남들이 한 게임 뛰는 시간동안 스피드핵을 사용하면 대기시간 표함해서 4번정도 경기를 뛸 수 있다.

 

그러니 스피드핵에 대한 보상심리도 커지고 그걸 노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에게 게임의 목적이 즐기려는 재미가 아니라 포인트를 얻는 것으로 바뀌는 거다. 이건 노동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스피드핵을 '작업'이란 말을 붙이게 됐다 보다.

 

여기서 등장한 게 바로 '스피드핵 작업' 이를 두글자로 줄이면 '스작'. 이니셜만 따면 'ㅅㅈ'이 된다. 'ㄱㅎ'는 파트너를 구해야 하니 '구함'이란 말이 된 것. 즉, 'ㅅㅈㄱㅎ'을 풀어내면 '스피드핵 작업 구함'이 된다.

 

'ㅅㅈㄱㅎ'이란 말을 쓰기에 무안하니, 일부 이용자들이 '소주구함', '술집구함'이란 말을 사용했나 보다. 이들도 눈치가 보였던 게 아닐까?

 

 

 

◆ 왠지 소주 한잔 하자는 게 친밀하게 느껴졌는데...아쉽다.

 

'농구게임'의 재미는 팀웍이다. 오프라인 농구의 참맛은 땀을 흠뻑 흘린 뒤에 경기에서 진 팀이 사오는 시원한 음료수다. 특히 탄산음료가 갈증난 목을 넘어갈 때 느껴지는 짜릿함. 뒤통수가 바짝 땡기는 게 제법 중독성이 있다.

 

온라인 농구게임에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찾을 수 있을 게다. 경기하다가 팀웍이 잘 어울리고 동네도 가깝고 게다가 이들이 성인이라면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하고픈 충동을 느낄만도 하다.

 

이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게다. 그리고 '스핵이 뭐 새삼스럽다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하긴 1-2년 된 이야기도 아닌 유구한 역사를 가졌으니 말이다. 이건 이걸로 접고...

 

소주한잔 하니깐, 생각이 난다. 여자 연예인들이 소주 한잔 마시자고 유혹을 많이 하던데, 이중에서 누구와 함께 마시면 좋을까? 아래 포스터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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