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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인? 근거는 무엇인가”

한국게임산업협회 최관호 회장, 자신의 생각 밝혀

정우철(음마교주) 2012-01-30 17:01:35

한국게임산업협회 최관호 회장이 게임과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 회장(오른쪽 사진)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게임이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힌 가운데 게임산업협회장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페이스북에 남기면서 업계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남기기 전 “게임과몰입과 학교폭력은 별도로 논할 주제”라면서 게임과 폭력이 아닌 학교폭력을 주제로 삼은 이유를 밝혔다.

 

폭력은 일회적이고 우발적이지만 학교폭력은 교우 사이에 지속적이며 일상적,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폭력·가혹·강탈 행위라는 것이다.

 

 

■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근거가 없다

 

최 회장은 학교폭력과 게임과몰입의 관계에 대해 아직 근거가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교과부도 게임중독이 학교폭력의 일부 원인이라고 지적했지만 그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게임과몰입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대구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게임과몰입이라고 부를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과몰입에 빠진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대신 게임을 시킨다는 것은 알코올중독에 빠진 사람이 옆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는 중독의 가장 보편적 특징인 내성과 금단현상, 즉 타인이 아닌 개인의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억지로 인과관계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은 인과관계만이 아니라 상관관계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물론 학교폭력의 가해자들 중에 공부를 멀리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학생일 가능성은 인정했다. 다만 이것만 갖고 게임과몰입이라고 규정하거나 이를 원인 삼아 학교폭력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오히려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이른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을 겪거나 사회적 활동을 못하면서 게임과몰입에 빠질 가능성은 꽤 있어 보인다. 굳이 따지자면 학교폭력이 원인이 돼서 게임과몰입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 “게임을 못하게 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든다?”

 

최 회장은 학교폭력과 게임의 관계에서 게임이 동기가 될 가능성에 대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과시형’과 ‘목적형’으로 구분했다. 자신이 교육전문가가 아니므로 틀린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했다.

 

과시형은 권력을 가진 아이(일진)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며 가학적 쾌락을 얻는 것이며, 목적형은 무언가를 강탈, 강요하기 위해 폭력을 일삼는 행위라고 지칭했다. 즉 숙제를 시키거나 시험을 대신 보게 하는 행위, 유흥비 마련을 위해 돈을 빼앗고 성추행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 회장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게임이 과시형 혹은 목적형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일부 동의하며 게임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게임업계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유저와 보호자가 게임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유흥비나 요즘 유행하는 어떤 외투가 학교폭력의 원인이 아니듯,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다며 ‘게임=학교폭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지에서 나온 정의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루에 몇 시간 하는가?’ 점이 학교폭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들어본 바도 없고, 그걸 못하게 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후반의 학교폭력을 주제로 삼았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 “단편적 처방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 회장은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 단편적인 처방보다 사회 전반에 걸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게임업계는 청소년들이 건전하고 유의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안에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업계자율과 정부규제가 진행 중이지만 무엇보다도 교사와 부모가 청소년의 올바른 여가활동을 지도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게임업계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렸다. 현재 게임업계는 올바른 게임활용에 대한 교육과 소외된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기금을 출연해 게임과몰입 치료센터를 전국 3곳에 열고 상담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런 활동은 꾸준히 더 많이 해 나갈 예정이다. 내가 교육전문가는 아니지만 소외 ‘bullying’(왕따, 괴롭히기)는 어느 곳, 어느 때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은 또래집단의 유대관계와 자정력, 이에 대한 사회의 태도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임문화재단은 현재 아동과 청소년의 게임이용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