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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라프 코스터의 ‘좋은, 나쁜, 훌륭한 디자인’

GDC 2012: 플레이돔 라프 코스터 부사장 강연

정우철(음마교주) 2012-03-07 23:07:00

게임 서적 <재미이론>으로 유명한 게임 디자이너 라프 코스터(Rahp Koster) GDC 단골 강연자다.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2> 등의 게임을 디자인했던 그는 이번 GDC 2012에서도 강연에 나섰다.

 

강연의 제목은 좋은 디자인, 나쁜 디자인, 훌륭한 디자인’으로 어떤 디자인이 좋고 나쁜지를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강연 시간도 단 30. 짧은 시간 동안 디자인에 대한 개론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디자인에 대한 이정표를 심어주고자 했다.

 

그는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서 이야기했지만, 많은 것을 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얻고자 한 개발자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기에는 충분했다. 라프 코스터가 말하는 디자인의 개념을 그의 화법으로 풀어 봤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외국에서는 게임 개발에서 ‘기획’을 ‘디자인’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에 따라 이번 강연의 주제를 좋은 기획, 나쁜 기획, 훌륭한 기획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편집자 주


 

 

소셜게임업체 플레이돔에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부사장을 맡고 있는 라프 코스터.

 

 

■ Good, Bad, Great Design?

 

게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성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당연히 모든 디자이너들은 가능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디자인을 하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좋은 디자인을 해야지 나쁜 디자인을 하면 게임의 실패로 이어지기에 부담도 크다.

 

그런데 좋고, 나쁘고, 훌륭한 디자인이 무엇인지 개념을 잡기는 힘들다. 이런 디자인의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확실한 것은 단 몇 마디의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하나의 명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체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것이 당연하다. 수익을 많이 거둘 수 있도록 하면 좋거나 훌륭한 디자인이 아닐까? 사실 우리는 어떤 게임의 흥행 결과가 나온 후에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과 실패의 요인이 다양한 만큼 디자인이 좋고 나쁜 이유도 다양하다. 라프 코스터는 이 개념을 간단명료하게 풀어 나갔지만 그 경우의 수는 결코 적지 않았다. 아쉽게도 개념에 대한 부연설명은 거의 없었다.

 

 

■ 사람 냄새가 나는 디자인을 추구하라

 

 

 

좋은 디자인은 유저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이고, 나쁜 디자인은 유저를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데 있어서 지루함만큼 큰 죄는 없다.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휼륭한 디자인은? 당연히 유저들의 흥미를 이끌어야 할 정도는 돼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본성을 포용하는 것이고, 나쁜 디자인은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은 인간이 인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PvP의 경우 싸움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콘텐츠로 만든 결과물이다.

 

PvP를 유도하는 시스템은 다양하다. 지나가는 유저를 PK하도록 하는 방법, 투기장 등을 만들어 정당하게 겨루도록 하는 방법 등. 싸우고자 하는 욕망을 방관하는 것과 제어하는 것은 옳고 그름의 이야기가 아니다. 좋고 나쁨의 이야기일 뿐이다.

 

 

 

좋은 디자인은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 나쁜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은 유저들이 몰랐던, 필요한 것을 꺼내어 주는 것이다.

 

최근 소셜게임을 보면 대부분이 가짜 인맥을 만들어 대화도 없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것을 강요하고 있다. 좋은 디자인은 사람이 서로 교제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나쁜 디자인은 단순히 대화만 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은 탄탄한 인맥을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유저들에게 설교하지 말고 가르쳐라. 하지만 유저들이 스스로 배우도록 하면 더 좋다.

 

 

 

 

■ 돈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디자인

 

 

 

좋은 디자인은 유저들이 아이템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나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빠른 시간 안에 돈을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돈을 지불하게 만들어야 훌륭한 디자인일까? 바로 의도하지 않고 강제하지 않으면서 부수적으로 돈을 버는 결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회사를 창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쁜 디자인은 단지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멋진 디자인은 유산을 만들고, 문화와 지역사회에 일조하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반영돼야 한다. 나쁜 디자인은 단순히 계획된 (종이 등에 미리 준비해 놓은) 것만을 철저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훌륭한 디자인은 디자인 자체에 모든 요소가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디자인 자체가 게임의 요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실패하지 않는다. 나쁜 디자인은 많은 실패를 겪는다. 그렇다면 위대한 디자인은 성공을 거두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는 것이 위대한 디자인이다. 다만 실패를 거듭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전제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라프 코스터는 나는 좋은 디자인을 했었다. 그런데 나는 나쁜 디자인을 더 많이 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훌륭한 디자인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 선문답을 주고받은 듯한 강연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까? 강연장에 모인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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