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해에서 지난 28일부터 시작된 '차이나조이 2006'은 말 그대로 '전쟁터'입니다. 너무도 뜨거운 날씨 때문에 관람객들이 견디지 못하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는가 하면, 진행요원과 공안(중국의 경찰)들은 행사장으로 몰래 들어가려는 얌체 관람객과 암표상들 때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 '차이나조이 2006'의 이모저모를 사진과 함께 꾸며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1> "찜통 게임쇼" 더위와의 전쟁!
차이나조이 2006이 열리고 있는 상해는 해안 지방 특유의 무시무시한 더위를 맛볼 수 있는 도시입니다. 온도도 높지만, 습도가 장난이 아닌데요, 그냥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죠.
행사 둘째 날에는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갔습니다. 한 시간만 움직여도 티셔츠가 완전히 땀에 절어버립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남자는 런닝셔츠에 반바지, 여자는 민소매 배꼽티에 초미니 스커트가 거의 기본 복장입니다.
게다가 둘째 날은 행사가 시작된 후 첫 주말입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이죠. 주최측에 따르면 첫 날인 28일에 2만 7,000명 정도가 입장했고, 오늘은 4만~6만명이 입장했다는 군요.
행사장인 '상해 신국제엑스포센터'는 딱 카멕스나 지스타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 곳에 4만~6만명이 한꺼번에 몰렸으니, 그 어마어마한 인파가 짐작이 되나요? 이 더운 날씨에 사람까지 많은 행사장은 그야 말로 ‘찜통’입니다.
아이고! 결국 사고가 발생했네요. 모 업체의 부스에서 이벤트 상품을 나눠주는데 이를 받기 위해 한꺼번에 인파가 몰려들다가 누군가가 넘어진 뒤 사람들에게 밟혀 크게 다쳤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공안의 대처가 황당합니다.
에어컨을 꺼버렸습니다.(-_-) 게다가 오늘 예정되어 있던 가수 이정현의 이벤트도 취소시켜버렸다는 군요. 아예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소리겠죠? 쉽게 말해서 빨리 집에나 가라는 겁니다.
실제로 더위를 견디지 못한 관람객들이 짜증을 내면서 행사장을 빠져나가, 오후 3시 이후에는 비교적 한산해지더군요. 중국이 아직 공산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사건이네요.
<2> "나 돈 없어 배 째!" 얌체족과의 전쟁
상해는 중국 안에서도 가장 빈부격차가 극심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한 접시에 1,000위안(약 13만원) 짜리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의 창문 밖에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1위안 짜리 만두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늘과 땅 차이죠.
그렇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행사장에서도 이상한 광경이 자주 보입니다. 우선 한국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암표상’들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이번 행사의 관람객 입장료는 30위안(약 4,000원)인데 암표상들은 10~20위안짜리 암표를 팔고 있습니다. 그것도 공안 바로 옆에서 말입니다. 암표상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공안들이 ‘당신들도 먹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암표상들도 더위가 싫었던지 승합차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장사를 하더군요. 그런데 저 차, 분명 행사가 시작하기 전날에는 마치 게임 업체에서 나온 것처럼 각종 홍보물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암표상들도 홍보가 필요했던 걸까요?
더 재미있는 것은 공짜로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겁니다. 행사장 주변은 2미터 정도의 칸막이로 막혀 있지만, 게임쇼를 보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사람들은 쉽게 담장을 넘어버리죠. 그래서 행사장에서는 가끔씩 공안과 얌체 관람객들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얼마나 빠른지 카메라를 들이댈 틈도 없었어요.(ㅠ.ㅠ)
'월담' 대신 인정에 호소하는 부류도 있습니다. 두 아이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한 아저씨는 ‘애들이 게임쇼를 보고 싶어하는데 돈이 없다. 애들이라도 좀 들여보내달라’고 공안에게 통사정을 하더군요.
그런가 하면 되려 성질을 내는 ‘막가파’ 스타일도 있죠. ‘내가 가고 싶은데 가겠다는데 무슨 돈을 내라는 거냐!’ 이런 사람은 어딜 가나 꼭 한 두 명씩 보이더군요. (^^)
<3> 노출과의 전쟁, 쓰레기와의 전쟁!
작년 국내에서 열린 '지스타 2005'에서도 부스걸들의 선정적인 옷차림이 문제가 됐는데, 차이나조이도 비슷합니다. 초미니 스커트는 기본이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얇은 소재의 유니폼도 보이더군요. 재미 있는 것은 워낙 날씨가 덥다 보니 일반인들의 노출도 상상을 초월해서, 부스걸들의 노출이 그리 튀어 보이지도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오늘은 정도가 좀 심했습니다. 모 업체가 약 10여명의 부스걸들에게 비키니를 입혀서 여기저기 끌고 다니더군요. 그것도 남의 부스 바로 앞에서 저렇게 시위를 하고 있으니…. 주변 부스에서 좋아할 리가 없죠. 아무리 홍보도 좋지만 도가 넘은 것이 아니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행사장은 온갖 쓰레기로 넘쳐나기도 했습니다. 게임쇼 가면 게임 내용이 적힌 프린트물들을 나눠주잖아요? 이곳에서는 그걸 받아서 그 자리에서 버립니다. (-_-) 그래도 지스타에서는 밖에 나가서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어디 슬쩍 숨겨 놓았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행사장 바닥에는 온갖 홍보용 포스터와 음료수 캔 등이 굴러다닙니다. 제가 실수로 찬 페트병을 반대쪽에서 걸어오던 사람이 신경질적으로 다시 차서 돌려보내더군요. 축구 선수해도 되겠네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