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NHN과 맺은 5년 동안의 퍼블리시티(초상권) 사용권 계약이 불법적인 상황에서 진행됐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더불어 향후 퍼블리시티 사용권을 각 게임업체와 직접 개별적으로 계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야구게임과 관련해 퍼블리시티 사용권은 ① 선수협이 보유한 전현직 선수 개인의 라이선스, ② 일구회 소속 은퇴선수 라이선스, ③ KBO가 관리하는 구단명·구장에 대한 라이선스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① 선수 라이선스는 NHN, ③ 구단 라이선스는 CJ E&M이 보유하고 있으며, 두 회사는 다른 게임 회사도 라이선스를 쓸 수 있도록 제한 없이 재판매를 하고 있다. (② 일구회 라이선스는 개별로 판매되고 있다.)
이래저래 복잡해 보이지만, 현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1. 선수협과 NHN의 ①과 관련된 기존 계약을 원천무효로 해야 할 하자가 있는가, 없는가.
2. 선수협이 계약을 해지한 후 인상하려는 수준의 라이선스 비용이 적절한가, 아닌가.
3. 선수협이 라이선스 권한을 회수할 경우, 업체마다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게 옳은가, 아닌가.
디스이즈게임은 선수협과 NHN의 주장을 쟁점별로 구분해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불법행위에 의한 계약 무효 VS 정당하며 합법적인 계약
즉 NHN과 계약하기 전 <슬러거> 개발사 와이즈캣이 선수 라이선스의 독점계약을 맺기 위해 전임 선수협 사무총장에게 수십억 원의 뇌물을 줬고, NHN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와이즈캣을 인수했다며, 이런 관계 상 기존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와이즈캣과 전임 선수협 임원 사이에 부정한 관계가 있었으므로, 이런 맥락과 연결된 계약은 부당하며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현재 선수협으로는 이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NHN은 선수협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와이즈캣과 전임 선수협 임원과의 관계는 NHN이 와이즈캣을 인수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므로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계약의 합법성과 관계 없이, 그런 비리를 알았다면, 와이즈캣의 인수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계약의 주체가 와이즈캣이 아닌 NHN이라는 별도 법인이고, 이후 별도로 이루어진 NHN과 선수협의 계약과정은 합법적으로 투명한 절차에 따른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선수협이 주장하는 부정한 행위에 의한 계약 해지 사유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 계약 조건 5% 불공평 VS 미국·일본과 동등한 조건
선수협이 계약을 파기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 계약 조건이 불공정하게 책정됐기 때문에 로열티를 2배 이상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선수협은 NHN과 계약을 통해 총매출(야구게임별 매출)의 4~5%를 지급받고 있다. 즉 지금의 조건은 전임 선수협 임원의 뇌물에 따른 헐값 계약이기 때문에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수협 측은 “해외의 경우 캐릭터 로열티는 매출의 5~10%를 지급받는다며, 야구게임의 경우 캐릭터보다 실명선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아야 한다. 현재의 조건은 부정행위에 따른 가치 폄하 수준이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선수협은 은퇴선수 모임인 일구회의 라이선스도 통합해 현역과 은퇴선수 라이선스를 같이 사용할 경우 총매출의 10%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는 기존 로열티보다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낮게 평가된 선수들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NHN은 선수협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현재 선수협 퍼블리시티권 사용 로열티 ‘총매출의 4~5%’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난 2011년 선수협과 계약을 맺을 당시 미국(MLB)와 일본(NPB)의 로열티가 각각 5%와 6%(해외의 경우 구단+선수 라이선스, 국내는 선수 라이선스만)라는 점을 감안해 로열티를 책정했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선수협 로열티 비중이 1.35%였음을 보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현재 야구게임들이 계속 개발 중이고 론칭될 예정인 상황에서 로열티의 수익 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선수협이 주장하는 총매출의 10%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로열티 수준이 미국과 일본에 준하는 합리적인 대우라는 것이다.
■ 제반 권리 회수하겠다 VS 전제조건에 따른다면 반환
선수협의 마지막 입장은 NHN이 보유한 퍼블리시티권 운영업무와 관련된 제반 권리(재판매 권한)를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NHN이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다른 게임업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선수협이 게임업체별로 직접 계약하겠다는 의미다.
선수협이 제반 권리 회수의 이유로 들고 나온 근거는 투명한 운영이다. 때문에 물의를 일으켰던 와이즈캣에는 선수협의 퍼블리시티권 사용을 금지하는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선수협이 라이선스 권리를 독자적으로 관리함에 따라서 업체마다 다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NHN은 선수협이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의지에 공감하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0년 이전까지는 선수협이 한 개인에게 전권을 위임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때문에 피해를 본 이후 신뢰성과 중립성을 갖춘 기업에 대행을 맡긴 만큼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현역 선수 로열티는 현재 수준(총매출의 4~5%)으로, 현역+은퇴선수+구단 라이선스를 모두 사용하는 로열티는 10%로 현재 NHN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2015년 말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조건을 게임업체별로 차등을 두지 말고, 모든 게임업체(와이즈캣 포함)에 동일하게 적용하되 별도의 후원금이 없다면 퍼블리시티권 운영업무와 관련된 모든 제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것이 NHN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