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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보다 위험한’ 어느 개발자의 25kg 감량기

NDC 2012: 실전 감량 사례로 살펴보는 메카닉

남혁우(석모도) 2012-04-25 12:21:19

게임화는 실제 현실에 게임성을 적용하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인 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넥슨 신규개발3본부 김재석 수석연구원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게이미피케이션- 실전 감량 사례로 살펴보는 메카닉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지금까지의 ‘게임화’는 주로 현실에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가상의 보상을 제공하는 식으로 게임을 접목을 시도해 왔다.

 

김재석 연구원은 게임화에도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임화는 실제 게임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상의 보상으로는 만족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게임화를 통해 8개월 동안 25kg 이상 몸무게를 줄일 수 있었던 사례를 들며 게임화의 방법을 설명했다.

 

넥슨 신규개발3본부 개발1 GTR팀 김재석 수석연구원. 
 
 

■ 모방을 통해 규칙 찾기

 

김재석 연구원은 건강검진을 받은 후 건강상의 이유로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기존의 다이어트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는 이겨내기 힘들다고 생각해 마치 게임을 하듯이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는 먼저 (다이어트를) 일과 병행하고,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고, 의지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경쟁이 있으나 없으나 자신은 살을 빼야 하므로 ‘경쟁’이라는 요소를 제거했다.

 

이후 그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 자신을 관찰했다. 일일 음식 섭취량과 매일 자신의 신체 치수를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기록에 어떠한 가치평가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단계는 모방하려는 것이지 무엇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누군가를 이기는 것 뿐만 아니라 단지 게임을 하는 것 자체로도 재미는 느끼는 것과 같은 단계다.

 

측정은 꾸준히 자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도 몸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관측값은 큰 의미가 없다.


 

이 단계를 통해 그는 자신이 먹는 양이 유명 수영선수인 마이클 펠프스’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양은 펠프스에 미치지 못했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 회사에서 일하는 그에게 전문 선수만큼 운동하는 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하루 한 시간 동안 줄넘기를 하는 것과 햇반 하나를 먹는 것이 비슷한 칼로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운동만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그는 운동이 아닌 식사를 제한하며 체중을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김재석 연구원은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자신의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을 발견하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또한 이런 즐거움을 통해 지속적으로 감량할 수 있는 계기와 방법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 게임을 현실에 적용

 

그는 실제 현실에 게임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남은 음식을 버리는 것이었다.

 

기존에는 잔반을 적게 남기고 음식은 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기존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아예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일에 도전했다. 이는 기존에 배워온 교육을 바꾸는 것으로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반복을 통해 현실에서 자신의 변화로 만들 수 있었다.


 

음식의 양을 줄이면 당연히 몸에서는 더 많은 음식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그런 유혹을 참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뇌를 속이는 일이다.

 

배고픔은 시상하부에서 호르몬의 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위는 30마다 위장이 비어 있으면 먹을 것을 채워달라고 뇌에 신호를 보낸다. 게다가 포만중추는 목이 마르거나 춥거나, 졸리고나 피곤해도 배가 고파진다.

 

김재석 연구원은 이런 배고픔을 의지만으로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몸에 대해 배운 결과, 위장이 신호를 보내는 30마다 약간의 포도당만 제공해도 배고픔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외에도 전해질이나 비타민이 부족할 때 오는 부작용을 파악한 후 이를 게임화했다.

 

그는 시간에 따라 자신에 몸에 필요한 목록을 정리한 다음, 자신이 좋아하는 <팜빌> 스케줄러에 이를 기록했다. <팜빌>에서 시간에 맞춰 작물에 물을 주고 수확을 하듯이 그 방식을 자신의 몸에 적용했다.

 

김재석 연구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에서는 다양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몸에 대해 공부하고, 어떻게 게임화해야 할지 고민했”고 말했다.


시간에 맞춰 해야 하는 일을 마치 <팜빌> 같은 게임인 것처럼 바꿨다.

 

 

■ 게임화는 가상이 아닌 현실

 

다양한 게임화로 음식을 줄이는 목표에 성공하더라도 이것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면 게임에서 레벨업을 했는데 사냥이나 전투가 기존과 동일하다면 유저는 질리고 게임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또한 초기엔 일탈이라고 여겼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강한 자극을 보상으로 받아야 한다. 주로 벨트를 줄이거나 자르고, 치수가 작은 바지로 바꾸는 일 등이다.

 

김재석 연구원은 방식을 조금 바꿨다. 바로 아이패드였다. 그는 아이패드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구입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바뀐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이 자극의 주기가 짧진 않지만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한 번 재미를 맛보면 계속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김재석 연구원은 신형 아이패드가 나오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한 현상으로 외부의 변화에 따라 자신에게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학습해서 미리 즐거워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김재석 연구원은 게임화는 가상이 아니고, 일상화도 아니기 때문에 심각하고 중요하다. 죽으면 진짜 죽고, 게임에서 나쁜 짓을 하면 붙잡혀서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게임화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사람들은 게임화를 통해 가상의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적용하고 있는 만큼 현실의 보상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사람은 현실적인 보상에 따라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정리하자면 목표를 찾을 때는 객관화해서 룰을 정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메카닉으로 만든다. 이후 이 메카닉이 임계점에 도달할 때쯤 효과적인 보상이 뒤따르면 이 루프는 돌아가게 되고, 게임화도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