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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해설] 아시아 게임 퍼블리셔 노리는 넥슨

인도네시아 1위에 인수제안, 현재 감마니아 최대주주

이재진(다크지니) 2012-05-21 11:49:50

넥슨이 아시아 온라인게임 퍼블리셔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작년에 인도네시아 1위 퍼블리셔 크레온에게 인수를 제의한 바 있고, 올해 들어서는 대만 1위 감마니아의 지분을 30% 넘게 확보하면서 확고한 최대주주가 됐다.

 

 

■ 대만 1위 게임업체의 확고한 최대주주 ‘넥슨’

 

지난주 대만 게임업계는 시쳇말로 ‘난리’가 났다. 한국의 1위 게임업체 넥슨이 대만의 1위 게임업체 감마니아의 지분을 30% 넘게 확보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넥슨은 인수 의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대만에서는 “넥슨이 적대적 인수에 나설 수 있다”며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관련기사 {more}

 

감마니아는 2011년 70억5,400만 타이완 달러(약 2,700억 원)의 매출을 거둔 대만 전통의 게임업체다. 4년 연속 최고 연매출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성장세가 좋은, 현지 게임업계 1위 업체다. 넥슨과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등의 대만 서비스 계약을 맺으며 오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 3월 <사이퍼즈> 대만 서비스 계약을 맺은 넥슨(네오플)과 감마니아.

 

넥슨은 지난 2005년 감마니아와 협력 관계를 맺기 시작해 2007년에 처음으로 감마니아의 지분 10%를 확보했다. 이후 넥슨의 감마니아 지분율은 20%대까지 올랐다가 떨어지는 등 변화가 있었는데, 올해 3월을 기준으로 30%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넥슨이 보유한 감마니아 지분 34.6%는 알버트 류 대표 등 감마니아 경영진의 지분 총합보다 10% 이상 많다. 적대적 인수합병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 대만 시장에 부쩍 신경 쓰고 있는 넥슨

 

넥슨은 감마니아 지분 확보가 대만에서 이슈가 되자 “(지분 확보 과정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대만 법규를 준수했고 감마니아에게도 알렸다. 장기적으로 감마니아와 좋은 파트너로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넥슨은 인수에 대한 의견은 내놓지 않았고 “최종 목표는 좋은 게임을 대만 유저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는 입장만 밝혔다.

 

대만 게임시장은 전통적으로 PC게임이 강세를 보인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열기도 뜨겁고, 한국게임이 성공했던 사례도 많아 아시아 게임시장 중에 진출 우선순위로 꼽힌다. 넥슨이 성장을 위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시장인 셈이다.

 

넥슨은 작년부터 감마니아와의 공조를 강화해 왔다. 디스이즈게임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이후 넥슨 일본법인이 새로운 온라인게임 개발사와 협상하면서 “감마니아와 함께 대만도 묶어서 계약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다.

 

지난 2월 말, 넥슨은 크라이텍과 온라인 FPS게임 <워페이스>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이 때 넥슨은 한국과 대만 판권을 함께 계약했는데, 대만 퍼블리싱을 어떻게 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워페이스>의 대만 판권까지 확보한 넥슨.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이어지는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넥슨이 대만 게임시장에 대해 한층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는 6월에 열리는 감마니아의 주주총회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 넥슨, 인도네시아 1위 퍼블리셔 인수 시도


디스이즈게임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넥슨은 작년 초 인도네시아의 게임 퍼블리셔 크레온(PT.Kreon)에 인수합병을 제안했다. 크레온은 <포인트블랭크> <로스트사가> 등 한국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현지에서 기반을 닦은 1위 게임 퍼블리셔다.

 

당시 크레온이 넥슨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면서 협상은 진척되지 않았지만, 대만 감마니아 지분 확보와 연결해 생각해 볼 때 넥슨이 아시아 국가별 최고 퍼블리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넥슨은 인수 제안 이후 크레온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비엔비>의 인도네시아 서비스를 크레온에게 맡겼다.

 

 

■ ‘잘 팔고 많이 남겨야 하는’ 상장사 넥슨

 

올해 1조5,000억 원 이상의 연결매출을 노리는 넥슨은 인수합병으로 회사 규모를 ‘점핑’시켜 왔다.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 인수,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인수,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 인수, <아틀란티카> 개발사 엔도어즈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으로 개발력과 IP(지적재산권)를 확보했고, 이제 풍부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넥슨의 게임별 누적 매출액 순위. 1위와 2위가 모두 인수로 확보한 IP다.

 

자연스럽게 남은 과제는 ‘어떻게 하면 잘 유통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일반적으로 외국게임은 매출 분배에서 20~30%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외국에 서비스할 경우 흥행에 성공해도 돌아오는 몫은 직접 서비스할 때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

 

고공성장을 거듭해온 넥슨은 이제 일본 증시의 상장사가 됐다. 주식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가를 높이려면 계속 성장해야 하고 이익율을 높여야 한다. 넥슨이 ‘전 세계에 두루두루 잘 팔고, 많이 남겨야 하는’ 이유다.